[사설] 한우산업 위기와 국가의 역할
[사설] 한우산업 위기와 국가의 역할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3.02.02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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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산업이 극심한 곤궁기에 접어들었다. 한우 가격이 폭락하고 송아지 한 마리를 출하하면 수백만 원의 적자를 보는 농가들이 우후죽순 발생하면서 농촌 현장에서는 채산성 악화를 겪는 농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송아지를 생산하는 번식 농가들은 리스크를 헷지할 마땅한 안전장치가 없는 탓에 한우 가격 하락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2013년 한우 가격이 폭락했을 때도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농가가 송아지를 생산하는 농가였음을 상기할 때 이번 위기에서도 번식농가의 폐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전국한우협회에서 발표한 송아지 생산비는 515만 원으로 2021년에 비해 36.2%나 상승했다. 경영비는 40.8%가 올라 농가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다. 송아지 한 마리를 출하하는 데 경영비 기준 123만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특히 암송아지의 경우는 164만 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한우산업의 매서운 한파가 농가들의 대량 폐업 사태로 번질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우 두수 조절을 하지 못한 농가들을 탓하기도 하고 2021~2022년 한우 가격이 고공행진을 했을 때 많은 수익을 거뒀으니 농가를 위한 정부 예산 투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일부 시민들도 있다. 

높은 한우 가격으로 농가들의 소득이 높은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한우의 경우 50두 이하 영세 농가들이 대다수 포진해 있고 일부 규모를 갖춘 농가들이 소득 상위에 분포해 있어 마치 모든 농가가 비싼 한우 가격의 수혜를 입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또한 일부 경매시장에서 1,500만 원의 슈퍼 한우가 탄생했다는 기사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하다.

굳이 농가 소득이라는 통계를 찾아보지 않아도 농가들의 소득이 크지 않음은 쉽게 알 수 있다. 보통 많은 수익을 남기는 산업은 청년이 관심을 갖고 사람이 모이기 마련인데 한우 농가수는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2010년 50두 미만의 한우 농가수는 15만 3천 호를 기록했지만 2020년 한우 농가수는 6만 9천 호로 한우 농가 절반 이상이 간판을 내렸다. 

또한 한우산업은 국민들의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식량안보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농업 경제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한우 전·후방 산업 규모는 13조 원이며 관련 인구는 90만 명으로 추정될 정도로 많다. 특히 인구 소멸 지역인 경북과 전남, 경남, 전북에서 농촌 경제를 지탱해 주는 지역 경제의 주역이기도 하다.

정부의 역할은 하나의 산업이 위기를 겪을 때 그 위기를 헤쳐나갈 동력과 적절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일이다. 모든 산업에 대해 경제적 논리의 잣대로 보호해 주지 않거나 지원하지 않는다면 국내 어떤 산업도 살아남기 힘든 무법천지가 된다. 특히 식량안보와 국민 먹거리가 관련된 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우산업이 매우 어렵다. 2013년과 비슷한 극심한 구조조정에 시달릴지 모르는 일이다. 정부의 과감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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