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계란유통’ 인정하고 보완할 때
한국형 계란유통’ 인정하고 보완할 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8.24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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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상인·품목농협·농협중앙회 협력모델 마련

‘계란대표가격’ 산지·도매가격으로 이원화 필요

계란은 정답이 없는 품목이라고 생산농가와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이야기한다.
이유인즉 주요 축산물 중 계란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농산물은 유통을 위해 가공을 꼭 해야 하는 농산물과 그렇지 않은 농산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원자재 농산물과 소비재 농산물로 명명하기도 한다.
소나 돼지, 닭과 같은 가축, 벼의 나락, 원유 같이 꼭 가공을 해야만 소비할 수 있는 농축산물의 경우 도축장, RPC, 유가공공장과 같은 인프라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들 가공 인프라만 잘 활용한다면 농축산물의 생산통계, 재고 현황 등 수급상황을 잘 알 수 있고 유통구조 개선사업도 비교적 쉽게 해낼 수 있다.
이와 달리 계란과 같은 알, 각종 채소류, 과일류 등은 농장, 밭, 과수원, 시설하우스 등에서 수확과 동시에 소비가 가능한 품목으로 이들 품목은 특정한 장소로 모이지 않고 산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유통방식을 강제하기가 어렵고 이로 인해 유통정책을 수립하는데도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계란의 경우 채소나 과일류와 달리 매일같이 생산되고 매일같이 소비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도한 수급조절이 쉽지 않고 질병, 기온 등에 따른 가격 변동성에 깨지고 부패하기 쉬운 특성으로 리스크 또한 큰 것이 현실이다.


소상공인 위주 계란유통 이유 살펴보니?

이러한 계란의 특성으로 계란유통은 소상공인인 계란유통상인들이 주도해 왔다.
대형소매유통업체들이 일반소비자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고 농협중앙회, CJ, 풀무원, 오뚜기 등 대기업들이 계란시장에 진출했음에도 70% 정도의 계란은 현재도 계란유통상인들이 담당하고 있다.
계란유통상인은 산지에서 계란을 집란해 소비지까지 운송하고 직접 거래하는 거래처는 물론 중상들에게 계란을 공급하며 재래시장 중소슈퍼마켓, 대형식자재업체, 외식업소 등 구석구석 계란을 전달하며 계란유통의 숨통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 계란생산 전업농가는 약 1600여명 그런데 계란유통상인은 이보다 많은 2000~3000명 선까지 보고 있다.
이렇게 계란유통상인이 많은 것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첫 번째는 그만큼 산란계농장이 규모화 됐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계란유통에서 발생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여러 상인들이 작은 규모의 계란을 유통하며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계란유통상인 대부분이 30~50평대 소규모 집하시설만을 보유하고 적게는 수백 판 많게는 수천 판을 유통하고 보는 것이 특징인데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유통비용을 줄이자고 주장하는 이들로부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기도 하지만 철저한 소상위주의 계란유통 흐름을 뒤흔들지는 못하고 있다.
번듯한 계란유통센터를 짓고 대규모로 계란 거래가 일어나도록 할 경우 거래비용, 유통비용이 감소하며 소비자 편익, 생산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아주 상식적인 생각으로 계란유통정책이 수립되기도 했지만 정부나 학자들의 생각과 달리 이들 대형계란유통센터 중심의 계란 유통은 일반화 되지 못했고 1990년대 후반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실시한 양계농협들이 몰락하는 이유가 되고 말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형소매유통산업이 정착하지 못했다면 계란유통산업의 규모화는 완전히 실패 모델로 낙인찍히고 말았을 것이나 다행히 이마트와 같은 대형소매유통의 성업으로 계란산업의 규모화 모델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형소매유통의 등장 농협계란유통 활성화 견인

대형소매유통이라는 새로운 계란유통채널의 등장은 협동조합이 계란유통사업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양계농협은 국내 최대 계란생산자 조합으로 조합원이 생산한 계란을 전량 수매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와 같은 대형소매유통에 공급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 전남 목포, 경북 영천 영주 4곳의 계란유통센터와 오산의 난가공공장을 운영하는 등 가장 많은 계란유통을 위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양계농협은 서울경기, 대구경북, 부산경남, 광주전남, 전북, 충북, 대전충남 양계농협 등으로 7개 협동조합이 운영돼 왔으나 양계산물 유통사업의 대규모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전북과 충북 양계는 청산되고 대전충남양계농협은 독자 생존, 나머지 조합은 한국양계농협으로 모두 합병 새롭게 출범하게 됐다.
당시 양계농협들은 크고 작은 계란유통시설을 보유하고 있었고 조합원이 생산한 계란을 매취, 판매했으나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제값 주고 산 계란을 계란유통상인들에게 헐값에 넘기다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고 말았다.
새롭게 출범한 한국양계농협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조합원으로부터 구매하는 물량을 판매 가능한 수준까지로 한정했다. 수급조절에 만전을 기하면서 과거와 같이 자본금을 깎아 먹을 수준까지 적자 발생은 사라졌다. 그러나 문제는 주요 거래처인 대형소매유통의 무리한 할인행사 요구로 계란판매를 통해 부가가치 창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도 2009년 안심계란을 출시 본격적인 계란유통사업에 뛰어 들었다.
안심축산분사의 계란유통부분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며 2012년 계란유통 5억개 판매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품목조합인 한국양계농협이 5억개 수준의 계란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안심축산의 판매 확대는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국내 연간 계란 공급량이 10억개~11억개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농협계통의 계란시장점유율이 10%를 상회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양계농협의 계란유통사업이 소형농가들을 조직화하는 모델이라면 안심축산은 10만수 이상 대형농장과 주로 거래하고 있다.
양계농협이 거래교섭력이 떨어지는 농가들을 대신해 계란판매를 대행하고 유통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다면 농협중앙회는 지금까지 참여가 적었던 대군농장의 농협사업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데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안심축산은 이들 대형농장이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형농장과의 협업모델을 만들어 냈다는데 있다.

과도한 경합 계란서는 손해

문제는 농협중앙회와 회원 품목조합인 한국양계농협 간의 한정된 대형소매유통점을 두고 벌이는 경합이다. 농협안심계란은 계열사인 농협유통에 계란을 독점공급하며 어찌보면 손쉽게 판로를 확보한 측면이 있다.
이에 비해 한국양계농협은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 등 막강한 거래교섭력을 갖고 있는 대형소매유통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
한국양계농협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계통매장에 계란을 독점 공급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고 농협중앙회는 양계농협을 의식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못하며 사업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계란의 가장 큰 시장인 재래시장과 외식업체라는 신시장을 개척해야하지만 농협이 가지고 있는 고비용 구조로는 계란유통상인들과 경쟁이 되지 않고 있다.
이들 계란유통의 세주체가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향후 경합이 불가피해 마진이 박한 산업의 특성상 상처만 입을 공산이 크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약 1022억원을 투자 대형계란유통센터 2개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이 계란유통센터의 운영 방식을 놓고 농협중앙회, 양계협회, 유통상인들이 동상이몽하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결국 사업 모델은 이들 세주체가 어우러질 수 있는 유통방식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있다.
농협중앙회 계란유통부분을 한국양계농협과 공동출자해 별도법인화하고 대형소매유통, 대형식자재업체 중심의 사업을 진행하고 계란유통상인을 산지수집상과 중도매인 대리점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경합이 아닌 새로운 협력 모델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부가가치는 없고 비용만 발생하는 구조

계란은 유통단계를 거칠 때마다 부가가치는 없고 비용만 증가하는 품목이다.
육류의 경우 도축이후 가공할 때 마다 부가가치가 올라가는 것과 달리 계란은 농장단계에서부터 소비자에게 갈 때까지 별 차이가 없다.
유통과정 중 세척이나 포장, 물류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뿐이다.
이러한 품목의 특성상 계란의 가격 결정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양계협회에서 고시된 계란가격을 기준으로 20~30원을 뺀 가격이 산지가격이 되는데 어떤 주체는 고시된 가격에 직접 거래를 하면서 산지계란가격 차이가 들쭉날쭉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농장단위 계란판매가를 정확히 고시하고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유통비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계란가격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매취방식의 경우 계란가격의 변동성과 대형소매유통의 과도한 행사용 계란요구로 중간유통업자나 농가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유통비용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계란가격에 대한 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즉 유통과정 중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품목이 아닌 만큼 산지가격+유통비용(물류, 세척, 포장, 마진)이 도매가나 소매가가 되게 하자는 것이다.
고시된 가격에서 마이너스가 아닌 고시된 가격에서 플러스 마진을 붙여나가는 방식을 통해 계란 가격의 투명성을 높여 불필요한 오해도 줄이고 대형소매유통의 횡포도 방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양계협회가 고시중인 계란가격을 산지가격으로 변경하고 계란유통협회 또는 농협이 도매가격을 고시하는 방식으로 계란가격고시 이원화를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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