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성장 길목마다 발목 잡는 환경문제
축산업 성장 길목마다 발목 잡는 환경문제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8.31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연속기획 - 축산업 4대 난제 ①축산환경

1990년대 공동자원화시설부터 가축분뇨선진화 대책까지

 

1990년대 중반 이후 축산업계는 가축분뇨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썩어 왔다.
가축분뇨는 경종농업의 중요한 비료자원으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지만 1970년대 중반 화학비료가 본격적으로 경종농업에 공급되면서 가축분뇨 퇴비는 점차 그 중요성을 잃어갔다.
특히 우리 농업이 전업화·규모화·전문화의 길을 걸으면서 벼농사, 밭농사, 가축사육 등 복합영농을 하던 농촌은 단작 단일품목에 올인하게 되고 가축분뇨의 활용도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과거농부들은 내년 파종을 위해 채종작업을 손수하고 가축사육 등을 통해 퇴비를 제조했으며 손수 농기구를 만들어 사용했다.
하지만 규모화가 이뤄지며 농가들이 채종이나 퇴비제조와 같은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됐고 이로 인해 상업용 종자와 화학비료에 농작업을 의존하게 됐다.
축산업도 농촌사회의 주요소득원으로 떠오르면서 부업수준, 겸업수준의 축산은 전업규모로 확대되고 경종농업을 포기하고 축산에만 전념하는 농가들이 탄생한다.
축산 농가들도 농산부산물과 잔반, 들풀 등의 사료로 활용하다가 사육두수가 많아지면서 더 이상 부산물을 활용한 축산업은 한계에 부딪히고 수입곡물로 만든 배합사료에 의지해 가축을 키우기 시작했다.
화학비료에 의존한 영농, 수입곡물에 의존한 가축사육은 서로 부산물과 에너지를 나누던 농업을 축산과 작물재배업으로 분리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자연 순환을 모태로 하던 농업의 모델은 사라지고 말았다.

-축산농장의 규모화 가축분뇨 문제의 발생-

화학비료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사이 축산농장의 규모도 커지고 전체 사육두수도 많아지면서 가축분뇨는 처리 불가능한 골치 덩어리로 전락한다.
악취에 고농도 유기물인지라 하천을 오염시키고 또 부숙되지 않은 가축퇴비가 농지로 들어가면서 농사를 망친 일도 많아 일부 경종농가들 사이에서 거저 준다 해도 가축퇴비 사용을 꺼리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정부는 부랴부랴 가축분뇨 처리를 위한 여러 사업들을 착수하기 시작하는데 그 첫 번째가 지역축협 등에 공공자원화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이들 공공자원화시설은 축분을 활용한 퇴비공장들로 지역 내 양축가들의 가축분뇨를 수거해 퇴비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들 가축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은 곧 위기로 치닫게 된다.
경종농가들이 퇴비사용보다는 손쉬운 화학비료 사용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친환경유기자재라 선전했지만 유기농업에 대한 인식은 생산자나 정부, 소비자 모두 관심 밖의 일이었고 축분비료공장 대부분이 적자사업장이 되고 말았다.
양평축협, 용인축협 등 조합 축분비료공장 담당자들이 비료를 팔기 위해 이 농협 저 농협을 찾아다녀야했고 용인서 비료를 들고 제주도까지 찾아가야 할 정도로 판매는 시원치 않았다.
민간축분공장은 비료판매보다는 축분처리 비용을 축산 농가들에게 받아 운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어느 정도 운영이 가능했지만 축협들의 비료공장은 그렇지 못했다.
축분공동처리사업이 경영악화로 일반화되지 못하면서 정부는 농장단위 축산분뇨처리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기 시작한다.
막대한 설치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면서 1990년대 중반 국내 가축분뇨처리 설비업체들이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가격 부풀리기가 횡횡했고 정부보조금과 융자금만으로 축분시설이 설치되는 불법도 자행됐다.
축분처리 설비의 농장단위 설치가 1990년대 말 마무리되면서 정부는 더 이상의 축분문제는 없을 것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 되지 않은 2000년도 들어 발생했다.
보조금 나눠먹기 등의 불법 관행은 부차적인 일이고 실제문제는 이들 분뇨처리 시설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기자재에 문제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설치 이후 사후관리가 잘 되지 않아 가동이 중단된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농장 상황에 맞지 않는 설비가 설치되기도 했고 번거롭다는 이유와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운영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농가들이 축분을 비료로 만드는 기술도 부족했고 만들어 놓은 비료를 판매할 곳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가축분뇨를 스스로 처리한다는 발상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해양투기로 비는 피했지만-

결국 2000년대 초 다시 가축분뇨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양돈분뇨처리는 가장 까다로워 양돈농가 대다수가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었고 가장 손쉬운 처리 방법으로 1997년부터 시작된 해양투기가 양돈분뇨를 중심으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가축분뇨의 해양투기로 한숨을 돌린 축산업계는 가축분뇨처리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의견이 학계를 중심으로 생겨났다. 중앙대학교 정영채 교수 등이 중심이 돼 가축분뇨자원화를 위한 학술행사가 개최되고 관련 협회도 만들어졌다.
규제 일변도의 환경부 축산분뇨 관리 정책에 농림부가 법제정에 참여하면서 자원화를 큰 축으로 하는 가축분뇨이용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그러던 중 해양투기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가축분뇨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의식해 정부는 가축분뇨해양투기 금지를 결의한 ‘폐기물 배출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런던의정서)에 가입했고 2006년 3월 24일 이 협정이 발효됨에 따라, 2006년 3월 국무회의에서 2012년 1월1일부터 가축분뇨와 하수오니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키로 의결했다.
1997년 이후 14년간 해양투기 해온 것을 감안할 때 10년 만에 새로운 가축분뇨 처리 방법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2006년 3월 국무회의 결정 이후, 농식품부는 육상처리시설 확보, 퇴·액비 품질 향상 등을 위해 ‘가축분뇨 퇴·액비를 이용한 자연순환농업 활성화 대책’을 같은 해 7월 발표하고 ‘가축분뇨 해양배출 감축 5개년 대책’을 이듬해인 2007년 7월 수립·추진했다.
가축분뇨 자원화를 촉진하기 위해 가축분뇨의 농가처리시설과 병행해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69개소를 지원하고 액비의 유통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액비유통센터 100개소 지정, 액비저장조 4341기 설치 등 관련 인프라 확충에 공을 들였고 가축분뇨 퇴·액비의 품질 고급화와 적정량을 농경지에 살포하도록 지도하기 위해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액비성분 분석기 110개소, 부숙도판정기 23개를 보급하는 등 경종농가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자연순환농업활성화를 위해 농·축협 등 경종과 축산 조직 간의 자연순환농업협약체결이 붐처럼 일어났고 활성화를 위한 운영자금이 지원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화학비료 가격이 2007년 급등하면서 거저 주는 가축퇴액비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급증, 수요처 확보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던 축산업계는 큰 힘이 됐다.
화학비료 대신 퇴액비를 사용할 경우 농산물 품질도 좋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가축퇴액비에 대한 인기는 치솟으며 가축분뇨자원화사업을 사실상 주도했던 일선 축협직원들의 사기도 올라갔다.
특히 2003년 10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화학비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은 가축분뇨 활성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03년 요소와 유안을 정부보조 대상에서 제외했고 2단계로 2004년 7월부터 26개 비종에 대한 보조율을 50% 줄였다. 마지막 3단계로 2005년 7월부터는 보조를 완전히 중단, 비료 값을 시장기능에 맡기기로 했다.
이렇게 되자 값싸고 편리한 화학비료에 의존하던 농법은 보조가 허용된 퇴비와 무상으로 공급되는 액비에 몰렸고 논, 노지채소, 시설하우스, 과수와 골프장까지 퇴비와 액비의 사용처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해양투기 물량은 2006년 261만 톤에서 2011년 초 73만 톤으로 188만 톤이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해양투기 농가수는 2275호에서 811호로 1464호가 감소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11년 12월 27일 가축분뇨 해양투기가 중단되기 4일 전 보도자료를 통해 11월 한 달 동안 360호에서 약 6만 톤(1일 2000톤/40만 두 분)을 해양투기 했지만 2012년 1월 1일부터는 이들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해온 개별처리시설 또는 공동자원화시설과 공공처리장 등에서 처리하게 됐다며 가축분뇨 해양투기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6년이라는 시간을 쉼 없이 달려오고 막판까지 가축분뇨 처리를 위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농축협, 축산단체 등이 힘을 모아 이뤄낸 성과다.
이러한 자축의 분위기도 잠시 새로운 문제가 축산업계에 몰아닥칠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 못했다.
가축분뇨 자원화를 위한 대책과 함께 당시는 구제역, 고병원성 AI 등 악성가축질병 근절에 행정력에 총 동원되던 시기인지라 이들 3대 악제 해결만 하면 어느 정도 숨을 돌릴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다시 큰 숙제 부여 받은 축산업계-

해양부로부터 가축분뇨 해양투기 중단이라는 숙제를 부여받은 지 6년 만에 자원화라는 카드로 이를 정면 돌파한 축산업계는 문제 해결 6개월 만에 더 큰 숙제를 부여 받는다.
바로 주요하천 비점원오염원인 가축분뇨를 차단하기 위해 △가축분뇨 및 퇴액비 관리 강화 △영업관련시설 관리 강화 △공공처리시설 확충 등 이를 위해 양분총량제 도입을 전제로 한 가축사육제한 구역 지정대상 확대 △무허가 미신고 시설에 대해 폐쇄명령 △과징금 신설(3억원 이하) 등을 골자로 하는 가축분뇨 선진화 대책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6년을 텀으로 가축분뇨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및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는데 또 다시 축산업계가 풀어야할 과제를 부여받은 것이다.
지난 7월 장마기간 4대강 유역의 900여 곳의 축사에 대한 가축분뇨 처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125곳이 적발돼 행정 또는 사법처리가 됐고 비슷한 시기 4대강에 최악의 녹조류 발생으로 당장 생활용수에 대한 안정성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축산업을 4대강 녹조류 발생의 원흉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이번 환경부의 대책 발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이후 수질 오염이 더 강해질 것에 대히 성격이 강하다.
16개의 보 건설로 유속이 느려지면서 오염물질이 농축되고 이로 인해 하천의 부영양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게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하는 측의 공식적인 이론이다.
결국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발생한 최악의 녹조현상이 4대강 사업 반대를 했던 환경단체의 주장을 증명했고 사업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축산 농가를 옥죄기 시작한 것이다.
4대강 유역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졌던 경작행위가 금지되고 대규모 조사료 재배 단지도 불허되는 등 4대강 사업은 축산업계의 최대 악재로 돌아왔고 좀처럼 해결책 제시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 폭파와 같은 강한 정책이 없다면-

축산업계가 당장 이번 바람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말기에 와 있다 할지라도 수조원이 투입된 4대강이 당장 녹조 발생 등 수질문제가 이슈로 부각될 때마다 오염원 차단에 행정력을 동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4대강 녹조류 발생으로 정부가 엄청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을 8월 6일에 7월 중순 실시한 가축분뇨 현장 점검 결과를 발표하는 등 녹조류 발생이 4대강 사업에서 축산업계의 책임으로 전가시키기 위한 언론플레이까지 정부가 서슴없이 나서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보를 폭파하던 보의 수문을 개방하던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이러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축산업계가 근본적 대책을 내 놓지 못할 경우 이 책임 또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환경부가 제시한 공동처리시설의 신설 등 인프라 지원계획이라는 당근을 준비했지만 축산분뇨공동처리시설의 신설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축산농장의 신축도 주변 주민들의 반대로 성사되기 힘든데 수십 농가의 가축분뇨를 처리하는 공동처리장을 찬성할 주민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가축분뇨 문제는 농장단위 해결이 우선시 돼야 한다.
원활한 가축분뇨 처리를 위해 농장의 규모 또한 적절해야 하고 가축분뇨가 자원이 아닌 오염원이 되지 않도록 처리 시설에 대한 지원과 관리 감독도 뒤따라야 한다.

-관행 축산의 종말 고할 때-

이제 축산업을 대충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 가축분뇨, 가축질병 모두 축산농가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된 만큼 이러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농가 그리고 주어진 법규를 지킬 수 있는 농가만이 사업을 영위하는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도 환경부의 가축분뇨선진화 대책뿐만 아니라 농가등록제, 축산업 허가제, 축산물류에 대한 규제, 동물복지제도의 도입 등 다양한 제도의 도입이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1960~70년대 축산업 도입 세대 이후 1980년대 전업축산에 도전한 1.5세대들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하며 축산업 호황기를 영위했다면 2010년대 이후 축산 2.0세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축산업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비단 가축분뇨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현재 축산업이 직면한 여러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낡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으며 그를 위한 방법으로 현재 축산업이 지향하고 있는 규모화가 규모의 경제를 넘어 ‘규모의 불경제’와 ‘규모의 불황’에 직면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농축유통신문은 이를 ‘관행 축산의 종말’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넘어서는 또 다른 경쟁력 제고방안을 축산 2.0 으로 표현해 보고자 한다. 축산 2.0은 이번 연속 기획 마지막 편을 통해 이야기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