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화된 축산시스템 질병리스크에 너무나도 취약
규모화된 축산시스템 질병리스크에 너무나도 취약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9.0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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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속기획 - 축산업 4대 난제 ② 질병

“정부 근본 대책 축산업계 눈치 속 손도 못 데”

우리 축산업이 전업화·규모화의 길을 걸으며 발생한 두 번째 난제는 가축질병 문제다.
가축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크고 작은 소모성 질병부터 농가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악성전염성 가축질병 그리고 사람에게까지 전파 가능한 인수공통전염병까지 전업화·규모화 이전에는 잘 발생하지 않았던 질병들이 발생하며 축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우리 축산업계는 2000년대 들어 발생한 가축질병으로 수조원대의 직·간접적 피해를 입으며 이런식으로 축산업을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소비자는 물론 농업계 내부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축산업에 대한 인식은 관행 축산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어져 축산식품을 먹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동물복지 운동이 힘을 얻는 등 축산업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무의식 중에 커져가고 있다.


구제역

밀레니엄시대의 시작이라며 떠들썩했던 때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기대했던 밀레니엄 시대의 첫 해인 2000년은 우리 축산업계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구제역이라는 질병이 발병해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대만, 중국 등에 구제역이 발병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발병했던 적이 없었던 지라 가축을 땅에 쓸어 묻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가축질병 발생에 축산농가들도 또 국민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경기도 파주를 시작으로 가축 밀집 사육지역인 수도권을 휩쓴 구제역은 너무나 빠른 전파속도에 놀랐고 일반 행정력만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어 군과 경찰까지 동원하는 방역작업으로 겨우 구제역의 전국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이후 구제역은 2002년 2010년 1월, 2010년 11월 발생하며 운이 나빠 발병한 질병, 농가들이 방역을 느슨히 해 발병한 질병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이어졌고 2010년 11월 발병한 구제역의 경우 소독약 분무, 발병농장 및 발병가능 농장에 대한 대규모 살처분이라는 전통적 구제역 방역 대책으로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예방접종을 지금까지 실시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소와 돼지, 사슴, 면양 등 발굽이 갈라지는 우제류에 구제역이 공포의 대상이라면 닭, 오리, 메추리와 같은 가금류에는 현재는 고병원성 AI라 불리는 조류독감·조류인플루엔자가 있다.
국내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병한 때는 2003년 12월로 2003년 국내 발병 이전에 주변국인 중국, 홍콩, 동남아 일대에서 발병하며 외신을 통해 위험성이 주기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혹 국내에도 발병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가 방역 당국 사이에 있었다.
가금업계 특히 질병이 많은 닭의 경우 뉴케슬 정도가 농가들에게 피해를 많이 주는 질병으로 손꼽히고 있었는데 2003년 12월 AI가 국내에 발병하자 그 이전의 여러 질병은 질병도 아닐 정도의 충격을 가금업계는 입게 된다.
먼저 지금까지 가축질병과 달리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인수공통 전염병이라는 점은 충격이 축산업계를 너머 일반 국민에게까지 미쳤다는데 있다.
여러 사망사례가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혹 닭고기를 먹고 잘못되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불안감안 소비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산업이 이제 막 태동기를 벗어난 오리업계는 산업이 이대로 소멸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가능케 했다.
여기에 엄청나게 빠른 전파속도로 질병이 들어오면 2~3일 이내에 순식간에 폐사가 일어나는 파괴력으로 농가들을 힘들게 했다.


악성가축질병 일반화

악성가축질병은 2000년 이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발병했다.
2000년 구제역을 시작으로 청정화를 선언했던 돼지열병이 2002년 4월 또 다시 발병했고 곧바로 구제역이 다시 발생하며 축산업계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다행히 당시 구제역과 돼지열병은 월드컵 열기에 밀려 언론에 대서특필되지 않았고 축산농가들의 직접적 피해가 있었을 뿐 소비감소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돼지열병은 다시 예방접종을 해 잠잠해 졌고 구제역도 강력한 방역작업으로 발병하지 않았으나 2003년 12월 음성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첫 발병되며 양계 및 오리 업계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후 잠잠했던 가축악성전염병은 2006년~2007년 그리고 2008년 4월 고병원성 AI가 연이어 발병하면서 다시 악성가축전염병 발병에 대한 공포가 시작됐다.
다행인 것은 2003년에 대한 학습효과 덕분에 과거와 같은 소비 냉각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2년 연속 AI가 발병하면서 단순히 농가가 소독을 열심히 한다해서 피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보여줬다.
이후 2010년 1월 그리고 11월 구제역이 발병했고 2010년 12월 고병원성 AI가 발병하며 국내 축산시스템이 악성가축전염병에 취약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구제역 4회, 고병원성 AI 4회가 발병했고 발병한 해만 나열한다면 2000년, 2002년, 2003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10년 등 거의 2~3년 단위로 악성가축질병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적교류 확대 가축질병 유입 가능성 높여

2000년 구제역 발병하기 이전에 국내에 구제역 발병 위험성은 매우 높았다.
양돈업이 크게 발달해 있는 대만에 구제역이 발병하면서 일본이 국내로 돼지고기 수입선을 돌릴 때만 하더라도 구제역 특수에 우리 양돈업계는 큰 돈을 만졌지만 대만에 발병했던 구제역이 국내로 유입될지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다.
이후 구제역이 중국을 거쳐 북한까지 발병했고 대만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정부는 방역에 어느 정도 대비를 했지만 농가들의 방역 의식은 크게 따라오지 못했다.
다만 돼지의 경우 당시 돈콜레라 불리며 맹위를 떨쳤던 돼지열병을 잡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방역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제역 영향권에서 벗어났지만 젖소와 한우농가를 중심으로 2000년 구제역은 발생하고 말았다.
2000년 구제역이 발병한 해는 아이러니하게도 축산물 수입이 자유화 된 해이기도 하다. 약간의 시차가 있기는 했지만 닭고기, 돼지고기, 낙농제품이 1997년 7월 개방됐고 쇠고기 시장은 2001년 개방되면서 국내 축산물 시장은 40% 이하의 저율관세만 물면 누구나 축산물을 수입할 수 있게 됐다.
2000년은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국내 가축사육두수가 급감해 있던 해였다.
고환율에 외환부족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부분의 사료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던 우리 축산업계는 사료를 구할 수 없어 긴급 도축 등 가축사육두수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경기회복기에 접어든 2000년 늘어난 축산물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축산물이 대거 수입된 시기이다.
여기에 무너진 가축사육기반을 회복하기 위해 종돈, 종계, 종오리 등 종축의 수입도 대폭 늘어나면서 외래 가축질병의 국내 유입이 가능했던 시기다.
또 사료용 곡물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 조달하는 상황까지 축산물과 축산물자의 수입확대는 악성가축전염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악성가축전염병 발생국과 인적교류 확대

88서울올림픽이 끝난 1989년 1월 1일부로 정부는 그동안 허가제로 시행되던 해외여행에 대해 자유화 조치를 실시한다.
외환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업무나 학업을 제외한 해외여행을 엄격히 규제했던 정부는 올림픽 성공개최와 경제발전에 대한 자신감 등에 힘입어 해외여행을 자유화 했다.
이와 함께 6.29선언 이후 펼쳐진 노동계 대투쟁 덕분에 근로자들의 임금이 매년 급속도로 현실화되면서 일부 부유층에 한정됐던 해외여행이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되기 시작했다.
누구나 해외를 다녀올 수 있는 상황은 해외의 악성가축질병의 국내 유입을 용이하게 했다. 좁은 국토에 축산농장와 일반 거주지의 거리가 아주 가까운 국내 축산농장들의 지리적 여건을 감안할 때 해외여행객의 증가는 가축질병 발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해외여행 자유화는 1990년대 중반 농업인들에게도 확산됐고 축협, 그리고 대형사료회사들이 해외선진지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단체로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사례까지 일반화되면서 축산농장의 질병발생 위험은 더욱 높아졌다.
잠시 외환위기로 잠시 주춤했던 축산농가들의 해외 방문은 축산물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한 1999년 다시 시작됐고 2000년 구제역 발병의 빌미가 되고 만다.
2000년대 들어 해외여행이 늘면 늘었지 줄지 않는 상황은 계속됐고 연이어 가축질병이 발생하자 결국 정부는 2011년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축산농가를 상대로 신고의무화 및 소독 등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인적교류는 여행자유화뿐만 아니라 해외인력의 국내 취업인구의 폭발적 증가도 한 몫했다.
해외 인력의 국내 취업은 대부분 고되고 힘든 일에 집중되다 보니 중국, 동남아,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 근로자들이 주류를 이뤘고 이들 국가 상당수가 FMD와 고병원성 AI 발병 국가들이었다.
다행히 일반 산업체에 취업이 집중됐던 해외인적자원이 2000년대 중반부터 축산농장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이제 국내 축산농장은 해외에 발병한 가축전염병이 쉽게 전파될 수 있는 상황으로 발전한다.


가축질병 빠른 전파원인은 ‘반일 생활권’

우리 축산농장 최대 밀집지역은 경기도로 2000년대 들어 급속한 도시화와 공장 건설 영향으로 그 밀집도가 과거보다는 많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한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축종에서 많은 가축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축산농장이 밀집한 수도권에 인구도가 밀집해 있다는 것으로 축산농장이 축산농장과 불과 수백미터 내에 존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마을 내부에 농장이 존재하는 경우도 많아 차단방역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고속도로, 철도 등의 발달로 축산농가가 됐던 가축이 됐던 반나절이면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질병의 전파 속도 또한 매우 빠를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음성에 위치한 농협축산물공판장에 전국의 소와 돼지가 출하되고 있고 전북익산에 위치한 하림도계장에 경남, 경북, 전남, 충북, 충남의 닭들이 출하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한번 악성가축질병이 유입되면 전파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AI FMD 뒤엔 소모성 질병이 창궐

이러한 축산환경에 대한 정부의 카드는 농장단위 방역의 생활화다.
방역에 미온적인 부업농들의 경우 정부가 직접 소독작업을 해주는 등 엄청난 양의 소독약을 쏟아 붇도록 권고했다.
실제로 이러한 방역작업은 효과를 보아 돼지열병 방역작업에 열중하던 양돈업계가 2000년 구제역 피해를 벗어난 일이나 2002년 구제역 발병 이후 2010년까지 구제역 추가 발병을 막아낸 사례 등은 소독약 살포의 효과를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독약 살포로 악성가축질병을 어느 정도 막아내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소모성 가축질병이 기승을 부리는 원인을 제공하고 만다.
가축소모성 질병은 돼지와 양계분야에서 많이 발생했는데 돼지는 2004년 이후 양계도 비슷한 시기 수많은 크고 작은 질병이 발생 피해규모가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AI 못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가 줄을 이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2007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돼지 만성소모성질병, 송아지 설사와 암소 번식장애, 양계관련 소모성질병 등의 영향으로 매년 2조원대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있다는고 발표한 바 있다.
이미 매년 2010년 11월 발생한 구제역에 버금가는 피해가 가축소모성질병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4년 이후 집중된 양계와 양돈 만성소모성질병의 경우 FMD와 AI발병 이후 두드러졌는데 이는 밀집사육은 개선되지 않은 채 소독약만을 주기적으로 뿌려지다 보니 일반 병원성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항원 항체가 전혀 만들어 질 수 없고 농가의 방역이 조금 느슨해지는 순간 이들 소모성 질병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발병 피해를 입히게 된다.


현 축산시스템 질병리스크에 취약

축산농장의 규모화와 밀집사육은 가축의 면역력 저하를 불러왔고 그러한 와중에 2000년을 전후로 시작된 축산물, 종축, 축산자재의 수입증가, 해외여행객의 증가, 해외인적자원의 국내 취업 일반화 등 인적 물적 교류의 확대는 해외 가축질병의 국내 유입의 가능성을 높였다.
여기에 국내 축산농장과 일반 주택이나 산업시설과의 혼재 그리고 발달한 도로교통은 유입된 질병의 전국 확산을 가능케 하면서 가축악성질병이 2000년대 들어 악성가축질병이 상시 발생하는 국가로 전락하고 만다.
이러한 조건들이 바뀌지 않는 한 악성전염성가축질병과 소모성질병에서 우리 가축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우리 축산업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시도가 필요하다.
방역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질병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 속에 농장을 쪼개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가축의 면역력을 높이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가축질병의 확산으로 백신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돼지 화농발생에서 알 수 있듯이 수천 수 만두의 가축에 일일이 주시기를 찌르는 일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2011년 발표한 축산선진화 대책이 축산업계의 눈치를 보느라 입법과정에서 초안보다 대폭 후퇴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해외와의 인적 물적 교류를 줄일 수 없다면 가축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사육규모 제한이나 물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해외여행자에 대한 신고의무화와 방역조치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상 폐기되면서 질병에 대한 리스크를 축산업계가 계속 지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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