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속기획 - 축산업 4대 난제 ③ 수급조절
특별연속기획 - 축산업 4대 난제 ③ 수급조절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9.14 2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제나 남거나 모자라거나…반복되는 수급불균형 해소 위해

축산물 자급 개념 변경 필요, 농가·정부 소비자 모두 만족 가능

수급조절 문제는 축산부분 뿐만 아니라 농업 전체에서도 영원히 풀리지 않는 난제와도 같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정부가 강력히 수급을 조절한다 하는데 농산물은 언제나 남거나 아니면 모자란다.
필요한 물량만큼 정확히 공급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08, 2009년 연속된 풍작과 대북쌀지원 중단으로 쌀을 쌓아 둘 곳이 없다 난리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2010, 2011년 연속된 흉작으로 이전 풍년의 기억은 사라지고 쌀 수급을 맞추느라 정부가 고안했던 생산 감축 프로그램을 손질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배추의 경우도 2008년 연속된 태풍과 계속된 비에 배추농사를 망치면서 사상 최고치까지 배추가격이 오르면서 이명박 정권 들어 배추수급을 맞추기 위해 많은 행정력을 쏟고 있지만 공급과잉과 공급부족 상황이 널뛰기처럼 반복되면서 그냥 정부가 개입안하는 것이 낮다는 푸념까지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공급부족으로 시작된 2000년대

2000년대 들어 축산물의 수급상황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부족한 상황이었다.
1997년 UR협정이 발효되면서 한우를 제외한 축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됐지만 곧이어 터진 외환위기로 축산물을 사올만한 여력이 안됐었고 경기침체로 축산물 소비는 급감하고 배합사료가격이 폭등해 농가들이 소며 돼지, 닭 등 대부분의 가축을 도축 처분하면서 축산기반 자체가 붕괴되고 있었다.
이후 2000년부터 서서히 외환위기를 극복해 내고 외환사정이 정상화되면서 경기는 살아나기 시작했고 줄었던 축산물 소비도 늘어나면서 축산업계는 호황기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외환위기 끝자락을 넘기고 있던 터라 축산 농가들이 사료비를 제대로 갚지 못해 많은 농가들이 신용불량자 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가축사육두수가 급감해 있는 상황에서 소비가 살아나며 축산물 가격이 갑작스럽게 좋아지면서 상당수 농가들이 부채를 정리하며 회생의 길에 들어선다.
워낙 가축사육두수가 적었기 때문에 경기회복기 축산업계는 무너진 사육기반을 재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됐고 종축 등을 외국에서 도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낙농, 양돈, 양계와 달리 국내 고유품종인 한우의 경우 사육기반 정상화 방법 모색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쏟아지는 한우산업 안정대책

1997년 7월 13일 농림부는 1998년 7월 1일 송아지생산안정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한우산업발전종합대책을 발표한다.
당시 정부는 2001년 쇠고기 및 생우 시장 개방을 앞두고 더 이상 한우사육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농가들의 암소 도축이 계속 이어지면서 위기감에 쌓여 있었다. 특히 암소의 도축비율이 50%를 넘어서자 한우사육기반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종합 육성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그 당시 설계돼 실행에 옮겨진 송아지안정제는 한우번식농가의 소득이 보장될 수 있도록 안정기준가격을 정해 실제거래가격과의 차액을 농가에 보전해 줌으로써 송아지생산기반을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를 통해 개방 이후에도 한우사육규모를 250만~260만 마리를 적정규모로 판단, 이를 사육하기 위해 필요한 가임암소 115만 마리를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송아지안정제에도 불구하고 암소도축 행렬이 멈춰지지 않자 정부는 송아지를 세 번 이상 낳은 한우암소도 1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우다산장려금을 시행하기에 이른다.
장려금 지급의 약발이 먹히지 않자 2001년 10월 정부는 3산 이상 송아지에 주는 보조금을 20만원으로 높이고 5산 이상의 경우 30만원을 지급하는 등 보조금 지급액을 높여 농가들의 번식우 사육의지를 높이기 위해 애를 쓴다.
여기에 2001년 5월에는 그 동안 늙은 소에게는 1등급을 부여하지 않았던 등급판정 기준을 손질해 3산 암소도 1등급 이상 고급육으로 판별할 수 있도록 한우등급기준을 변경하는 등 정부는 한우도태 속도를 늦추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계속 쏟아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10년 새로운 정부대책

그리고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사육기반 붕괴를 걱정했던 한우업계는 이제 공급과잉에 몸살을 앓는다.
165만원 밑으로 떨어지면 가격을 보전해 줬던 송아지안정제는 공급과잉의 원흉으로 지목 가장 먼저 무장해제를 당했고 다산 우에 장려금을 지급하던 정부가 이제는 암소 도태 장려금을 지급키로 했다.
그리고 암소도축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겠다며 바꾸었던 암소의 성숙도 기준을 다시 과거로 되돌려 3산 이상 암소는 원천적으로 1등급 등 고급육 판정을 받을 수 없도록 등급판정기준을 바꾸었다.

월드컵 즐길 틈도 없었던 2002년 낙농업계

한우가 번식기반 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낙농업계는 2002년 원유생산이 과잉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원유가 남으면 유업체별로 자체적 수급조절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 오던 관행이 깨지고 당시는 정부가 수급조절에 총대를 멨는데 이유인즉 공공기관인 낙농진흥회가 전체 원유생산량의 80% 가까이를 직접 집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급과잉 상황에 대한 압력은 유업체가 아닌 정부가 바로 떠안을 수밖에 없었고 2003년 말까지 원유수급조절을 위한 피 말리는 시간이 지속되게 된다.
당시 낙농업계가 수급조절을 위해 시행한 대책은 소비촉진 활동이었다. 당시 낙농업계는 낙농육우협회가 중심이 된 낙농자조금 사업이 약 40억원 규모로 시행되고 있었고 이를 활용해 범국민 우유마시기 캠페인을 펼치면 해소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불어나는 원유생산량을 소비는 따라가지 못했다.

젖소 도태부터 쿼터제도 도입까지

2002년 1~4월 원유생산량은 87만 3300톤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3%나 증가했다. 하지만 당시 우유소비량은 가공유가 52만6900톤으로 2001년에 비해 3.1%, 백색시유는 44만톤으로 6.1%나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2002년 상반기 분유 수입은 8005톤으로 2001년 같은 기간보다 53.7%나 늘어나 원유 공급과잉을 가중시켰다.
이 결과 2001년 말 5806톤이었던 국산분유 재고량이 5월말 1만8600톤으로 늘어 최고 기록인 외환위기로 우유소비가 급감했던 1998년 1만 6197톤 기록을 넘어서고 말았다.
초기 강력한 소비촉진 활동에도 불구하고 공급 증가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자 농림부는 2002년 4월 22일 저능력 젖소 3만두를 도태해 원유공급과잉 상황을 잠재우겠다 밝히고 농가들에게 1마리당 20만원의 보상금 지급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농가들의 참여 저조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도태사업 미 참여 농가에 대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도태 마감시한도 한차례 연장하면서 4월 22일~6월 22일까지 시행된 젖소도태사업은 81.1%인 2만4000두가 도태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원유공급과잉 상황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빨간 불이 켜지고 말았다. 원유생산에 가담하지 않았던 초산우나 건유우 등이 새롭게 출산 후 원유생산에 서서히 가담하자 다시 공급과잉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중장기수급안정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고 쿼터제에 준하는 잉여원유차등가격제가 2002년 10월 9일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과 본격 시행에 들어갔고 이후에도 감산 속도가 지지부진하자 2003년 5월 29일 낙농목장폐업 유도를 위한 보상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보완대책을 마련, 같은 해 7월 16일 시행에 들어가면서 원유수급상황은 급속도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AI 공포 닭·오리 수급영향

2003년 12월 발병한 고병원성AI는 인수공통전염병인데다 해외에서 수십 명의 사망사례가 전해지면서 가금산물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말았다.
당시 AI로 인한 살처분으로 닭·오리 사육이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생산 감축 수준을 넘어서면서 대형닭고기 회사와 오리가공업체들이 도산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양계업계의 경우 정부가 중재에 나서 육용원종계 쿼터제와 산란종계 쿼터제를 시행, 강력한 수급조절을 실시했고 이듬해 소비가 점차 살아나면서 생산 감축은 양계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2006년까지 대 호황을 이어간다.
수직계열화업체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된 닭고기와 오리고기의 경우 상시 수급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적정 생산보다는 업체 간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다 보니 2006년 이후 만성 공급과잉 상황에 놓이게 되고 2007, 2008년 연이은 AI발병에 또 다시 소비가 감소하는 등 수급을 맞춰가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계란의 경우 2006년 이후 농장의 규모화가 가속화되면서 수급불균형을 맞이하게 된다.
3만수 이하의 농장이 주류를 이뤘던 것이 5만수를 넘어 10만수 이상의 대규모 농장 건설 붐이 이어졌고 병아리를 공급하던 주요 산란종계부화장들도 대형농장 건설에 나서면서 공급과잉 상황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공급과잉 상황이 도래할 시점마다 AI가 발병 산란계의 대규모 살처분이 발생하면서 공급과잉 상황을 어렵게 넘어가고 있다.

선호부위 비선호 부위

양돈농장의 수급불안도 농장의 규모화 속에 소비가 상반기, 하반기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선호부위와 비선호 부위의 소비량이 차이에서 기인한다. 여기에 삼겹살의 경우 상시 수입이 가능해 돈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고 비선호 부위 가격까지 낮아 가격 변동 폭을 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한우도 마찬가지로 선호부위와 비선호 부위의 가격차가 큰데다 수입까지 용이한 상황이어서 공급과잉 상황이 촉발될 가능성은 언제나 가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비싸게 팔리는 부위의 경우 늘 수입가능성이 넓게 열려져 있는 부분은 국내 육류의 수급조절에 악재로 결국 고가의 구이용부위도 저가의 조리용 부위에서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수급조절 새 패러다임 필요

지금까지 수급조절 정책의 1순위는 앞에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대개 소비촉진활동이다. 일시적 캠페인을 펼치기도 하고 안정적으로 축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수요처를 발굴하기도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수급불균형 상황이 생산부분의 공급과잉과 연관돼 있다는데 있다. 농장의 규모화와 생산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축산물 공급이 늘어나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소비촉진 사업이 시작되지만 한계를 드러내고 곧바로 생산 감축 프로그램을 가동하게 된다.
가금분야 종계, 종오리 감축, 돼지의 모돈 감축, 낙농의 생산쿼터제, 한우의 암소도축 프로그램이 여기에 속한다.
2012년 9월 현재 축산업계의 당면과제도 공급과잉을 어떻게 해소 하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다양한 소비촉진을 위한 할인행사와 생산 감축 프로그램을 가동 중에 있으며 시간이 문제지 머지않아 축산물 생산량은 적정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급조절 이후다.
낙농의 경우 공급과잉 상황이 발생했지만 2013년 1월 1일부터 초과원유차등가격제 시행이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급이 정상범위로 돌아올 것으로 보여 업계에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눈치다.
문제는 현재 감축프로그램을 시행 중인 한우와 양돈 그리고 양계다. 한우는 2000년 이후 계속된 호황으로 2008년부터 사육두수가 정상범위를 벗어났고 돼지는 구제역 이후 재건 과정에서 모돈 수가 적정 수준을 넘어갔다.
양계도 계열화업체간 과도한 물량확보 경쟁에 닭고기 가격은 상반기 내내 생산비를 밑돌았고 계란도 농가들이 버텨내기 힘든 수준까지 하락했다.

‘규모의 불경제에 도달했다’

축산업의 경쟁력은 적절한 수급상황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흘러야 하지만 규모의 경제라는 구호에 매달리다 규모의 불경제(規模~ 不經濟 , diseconomics of scale)라는 상황에까지 직면하게 됐다.
규모의 불경제란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똑같은 비율로 증가시킬 때, 총 생산량이 원자재의 증가율보다 더 낮은 비율로 증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규모의 경제와 반대되는 현상으로 이를 규모에 대한 수익 감소(decreasing returns to scale)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축산부분의 규모화가 어느덧 규모의 불경제 수준에 도달해 모든 농가들이 손실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적정한 수준으로 농장을 유지하고 있는 농가들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과도하게 규모를 늘린 일부 농가들로 인해 고통은 전체 농가들이 함께 당하고 있다.


새 자급률 기준 만들어보자

항구적 수급안정을 위해서 한우와 양돈의 경우 자급률 개념의 수정을 제안하고자 한다. 돈육의 경우 70%의 점유율을 계속 유지해 왔고 한우의 경우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자단체들은 우리 축산물에 대한 자급률을 법으로 설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수급을 관리하고 투자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때 한우점유율이 50%까지 올라갔다며 한우자급률 상승이 한우경쟁력 척도로 회자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필자는 한우나 양돈의 경우 부위별 수요나 가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부위별 자급률 목표도 다르게 설정해 관리해 수급의 외곡 가격의 외곡 없이 산업이 지속 성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장 수요가 많아 비싸지만 수입도 쉽게 되는 삼겹살의 자급률은 낮춰 잡고 수입이 거의 되지 않는 후지나 전지, 안심 등의 부위는 90% 이상으로 높게 잡음으로써 돼지고기 판매에서 오는 수익을 삼겹살이 아닌 나머지 조리용 부위에서 찾는 방식이다.
한우도 마찬가지로 수입이 많이 되고 있는 등심이나 채끝 갈비, 안심 등의 자급률은 낮춰 잡고 비선호 부위인 우둔이나 사태, 목심, 양지 등 조리용 부위의 자급률을 높게 잡아 전체적인 사육규모는 낮추면서도 한우가격은 높게 유지해 농가들이 적정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우나 돼지가격을 하락하게 하는 주된 요인인 비선호 부위를 소비 가능한 수준까지를 돼지의 자급률 한우의 자급률로 설정하자는 것이다.
자급률 개념의 변화는 전반적인 한우, 돼지의 사육규모 축소로 이어져 현재의 자급률 개념에서는 수입축산물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겠지만 시장점유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농가들에게 돌아갈 이익이 커지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러한 부담감은 과감히 떨쳐 버리자는 게 이번 특집기사의 방향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가시화되고 있는 고곡물가 그리고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문제 등을 고려할 때 축산부분의 생산 감축 시도는 국가 전체에서도 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업계내부에서도 양계업계가 농장규모가 커지는 것을 반대가 결의돼 정부에 시설현대화 자금의 집행 방향을 동물복지형농장에 지원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하고 있고 한우협회도 300두 이상 대규모 농장에는 구제역이나 부루세라와 같은 가축질병 발생 시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는 것을 건의하는 등 농장의 규모화가 축산부분의 경쟁력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