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주범, 농장규모화·수직계열화·사료마케팅
공급과잉 주범, 농장규모화·수직계열화·사료마케팅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9.23 1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산업 4대 난제 - 수급조절 못다한 이야기 ③-1

수급조절과 관련된 역사를 짚다 보니 정작 수급조절에 대한 대안은 깊이있게 다루지 못한 것 같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경우 자급률 개념, 점유율 개념을 부위별 수요가 다른 것을 감안해 부위별 자급 개념을 도입해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낙농업계는 시장개방 이후부터 가공용으로 사용되는 탈지분유와 치즈 등의 경우 시장을 내주는 것을 당연시 했지만 백색시유만큼은 국내산으로 가야한다는 합의가 내부적으로 있었다.
하지만 우리 한우업계와 양돈업계는 낙농부분보다 개방 폭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양돈은 70%대의 자급률을 80% 이상으로, 40% 대인 한우는 50%까지 늘려야 한다고 줄기차게 이야기 하고 있다.
국내산 점유율이 올라가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조건은 적정한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냐에 달려있다.
닭고기 부분이 2000년대 들어 치열한 경쟁으로 공급과잉 상황이 만성화되면서 닭고기 가격이 낮게 유지됐고 이로 인해 수입양은 줄고 자급률을 높게 유지하고 있는데 계열화 진영에서는 이를 닭계열화사업의 성과로 꼽고 있다.
자급률의 상승은 최소한 현재의 수익률을 일정부분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하지만 물량이 늘어난 만큼 소비가 따라주지 못하면서 수익률이 감소했다면 이는 자급률이 향상됐다고 자랑할 문제가 아니라 손익이 감소할 정도로 수급관리에 실패한 사례로 꼽아야 할 것이다.
축산물 가격이 적정 가격보다 하락할 경우 정부나 보험 등을 통해 손실분을 보전해 주는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축산업계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최소한 계속 이익을 내며 축산업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규모 자급률 설정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더 이상 비선호 부위라 불리는 조리용·가공용 부위의 가격을 하락시키는 수준의 과잉 생산은 지양하고 비선호 부위부터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사육수수 조절에 업계는 나설 필요가 있다.
더 공격적으로 나간다면 비선호 부위 수요를 확대시켜 제값을 받는 전략이 고곡물가 시대 우리 축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이다.


거래하는 업체 경쟁력이 축산농가 경쟁력

우리 축산업계가 최근 가공업체를 중심으로 한 계열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거래하는 업체나 조합의 경쟁력이 농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연세우유가 홈플러스의 PB유제품을 제조하게 되면서 국내 낙농업계가 전체적으로 공급과잉 상황임에도 자사거래 낙농가들의 기준원유량을 늘려준 사례나 타 업체들은 영향이 없는데 매출이 감소한 매일유업만이 농가들의 기준원유량을 삭감한 사례 등은 농가들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농가들의 수익이 늘어나고 줄어든 일이다.
공급과잉으로 신명, 우림 등 전북지역 닭고기 계열업체들이 줄 도산할 당시 사육보수를 받지 못하는 농가들이 즐비한데 같은 지역서 닭을 키우는 농가들 중에는 비교적 재무상황이 좋고 거래처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하림이나 동우와 거래하는 농가들은 걱정없이 닭을 키우는 일 등은 농가의 경쟁력과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다.
열심히 일을 하면 그만큼 결과물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 농업이고 축산업인데 유통과 가공산업에 종속되면서 이제 어떤 업체와 거래하는지, 어느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지가 중요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전체의 수급상황과 상관없이 경쟁력이 있는 업체는 자사와 거래하는 농가들에게 계속 계약량을 늘리며 승승장구하는 반면 마케팅에서 좀처럼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업체와 거래하는 농가들은 물량을 늘리는 것은 고사하고 받아야 하는 보수를 제 때 받지 못할까봐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방산업의 과도한 경쟁, 그리고 업체 간 경쟁력 차이는 전체 수급상황을 고려치 않고 사육수수를 늘리게 되고 결국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경쟁력이 있는 업체들까지도 손실을 입어 기업도 또 거래하는 농가들도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원자재 업체들의 상술 공급과잉 부추겨

원자재 업체들의 마케팅 강화도 축산물 공급과잉이라는 사태의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축산부분 배합사료업체들의 경우 배합사료 거래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신규농장을 발굴해 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기존 거래 농장에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 보다 쉬운 마케팅 방법이다.
기존 농장의 성장을 돕기 위해 행해지는 각종 경영 컨설팅의 종착점은 농장의 규모화로 10두 규모의 한우농장 10곳과 거래 중인 사료영업사원이 물량을 10% 늘리기 위해 10두 규모 신규농장을 새롭게 거래를 트는 방법보다는 거래 농장들이 소를 1두씩 더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농장의 규모 확대는 초기에는 농장의 이익으로 돌아오지만 이내 공급과잉 상황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결국 투자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게 된다.
결국 원자재업체들의 물량확대를 위한 전략이 축산업계 공급과잉의 한 원인이고 열심히 일해도 부채밖에 남는 것이 없다는 축산업계 현실이 되는 것이다.


수급조절 위해 농가들의 연대 필수

원자재 산업에 휘둘리지 않고 또 거래하는 가공이나 유통업체의 역량과 상관없이 농가들이 적정한 수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육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가들의 연대가 중요하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농가들이 항구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육규모를 산출해 이를 전체 농가가 적절히 나눠 생산해 내는 협업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각계 농장이 개별 사료업체나 유통회사와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이뤄낼 수 없다.
농가들이 협동조합과 같은 단일화된 거래창구를 만들어 필요한 사료를 계약해 공급받고 적절한 물량을 육가공업체 등에 출하하는 것이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아마 낙농업계에서는 집유일원화사업을 통해 이러한 공감대를 만들어 낸 바 있다.
결국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다시 손질해 추진한다면 과거와 같은 실패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농장의 규모를 키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업계 내부에서 공감하고 있고 2000년대 초에 비해 대다수의 농가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6000여호로 줄어든 양돈농가와 낙농가, 1500여개만이 남은 육계농장, 1300개까지 줄어든 산란계농장 등 충분히 수급을 관리할 수 있는 수까지 농가의 수가 줄었다.
여기에 수급조절의 필요성은 1997년 축산물 수입개방 이후 FTA 협정 추진으로 더욱 중요하게 됐다.
2000년대 수입축산물과 경쟁을 위해 자조금사업을 의무화해 소비촉진을 통해 경쟁했다면 FTA시대 그리고 고곡물가시대 우리 축산업계는 강력한 수급조절 정책을 통해 가격을 유지하고 투자를 최소화해 자본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고곡물가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