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사정권 대한민국…믿었던 쌀·수입곡물 마저 부족
식량위기 사정권 대한민국…믿었던 쌀·수입곡물 마저 부족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9.28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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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농업 쉽게 보다 적절히 대응 못해

국제곡물가 상승에 따른 에그플레이션 위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제곡물가 상승에 대응하는 방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주관 물가관계장관회의서 이례적으로 미래부연합사료공장을 찾아 현장 회의를 하는가 하면 9월 19일에는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 주제 비상경제대책회의서 ‘국제곡물가 상승 대응 방안’을 보고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대책은△배합사료회사·제분회사 등에원료곡물구매자금을 저리로 융자해 주고 △축산농가들에게 배합사료를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매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것 △조사료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해외곡물 도입을 더 원활히 하기 위해 해외농장개발과 수입채널 다변화 추진 △주요 수입곡물에 대한 비축제 도입 및 국내산 식량자급률의 상향 조정 등이 골자다.
문제는 이 같은 애그플레이션에 따른 정부 대책이 이미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도에 나왔다는데 있다.
2007~2008년도는 미국의 바이오에너지산업 확대 그리고 투기자본의 곡물선물시장 집중 등이 맞물리며 곡물가격이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었다.
중앙정부를 비롯한 지방정부, 농협, 민간기업까지 곡물의 안정적 도입을 위한 대책을 연일 쏟아냈었고 해외농장 개발에 민간기업은 물로 지방정부까지 나서며 식량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애그플레이션은 수입곡물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던축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을 뿐 일반 식품의 경우 쌀의 연속된 풍년에 자급률이 10 0% 상회할 정도로 공급이 충분하면서 식량 자급률이 낮은 다른 국가에 비해 큰 영향없이 빗겨갈 수 있었다.
특히 당시 위기를 빗겨갈 수 있었던 것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함께 시작된 미국발 금융 위기로 곡물선물에 몰려 있던 투기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2008년 6월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이 폭락하는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었던 것이다. 만약 당시 국제곡물가격이 폭락하지 않았다면 9월 급등한 배추가격 영향, 광우병사태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정권의 존립기반 마저 감당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었다.
이후 정부의 각종 식량위기 대책은 유야무야 했고 식량위기 극복의 첨병역할을 한 쌀 공급이 과잉 됐다며 감산 대책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논소득기반다양 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쌀 감산 대책은 금방 효과를 봐 시행 2년 만에 쌀 자급 률 을 8 0%로 떨어뜨리는 성과로 이어졌고 설상가상 2008년을 뛰어넘는 글로벌 식량위기가 2012년 여름 다시 도래하면서 내년 식탁물가를 큰 폭으로 끌어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식량위기에 대응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해외 농장개발 사업은 큰 사업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로의 식량공급이 전무해 정부의 정책자금을 받아 해외로 떠난 대기업들만 배불리고 국내 식량사정에는 전혀 도움 을 주지 못하 는 사업이 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야 ODA사업과 연계해 해외에서 생산한 곡물을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 이뤄질 지는미지수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추진된 해외농업개발 사업은 인프라 건설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조사비용만 낭비하고 모두 폐기 처분되며 없던 일이 됐다.
그리고 정확히 5년 뒤인 내년 1분기 국제곡물가 급등에 따라 영향이 본격화 될 예정이다.
다시 배합사료가격은 20% 이상 급등하고 수입농산물이 주재료인 밀가루, 유지류 등의 가격이 인상되며 전체 외식산업과 식품산업에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배합사료가격 급등으로 축산업계에 사육포기, 사유기피 현상이 만연되면서 빠르면 내년 3분기부
터 축산물 가격은 공급부족으로 인해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가축사육기피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주요 축산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부족한 축산물을 수입으로 충당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글로벌 식량위기와 함께 시작된 이명박 정부 임기가 1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권말기 다시 식량위기 상황을 지켜보며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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