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4대 난제 ④ - 배합사료
축산업 4대 난제 ④ - 배합사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09.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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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고품질 개념만 바꿔도 사료비 대폭절감 가능

배합사료 생산·공급 시스템·축산물등급판정 사업, 대수술 필요

대한민국의 농업 품목 중 축산업은 경쟁력 있는 품목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 축산농장 운영에 없어서는 안되는 배합사료의 경우 원료곡물을 한 톨도 국내에서 조달하지 못하고 있어 위기시 가장 경쟁력이 없는 품목으로 손꼽히는 것도 사실이다.
축산식품은 부패하기 쉬운 성질로 인해 유통기한이 짧아 원천적으로 수입에 의해 조달하기 어려운 품목이나 최근 물류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다량의 축산물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원료곡물 한 톨 나지 않는 땅에서 물류기술의 발달로 수입축산물이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지만 돼지고기 70%, 쇠고기 50%, 닭고기 80%, 계란 100%, 백색시유 100%의 점유율을 보이며 수입축산물 보다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축산업이 이렇게 높은 점유율을 보일 수 있었던 데는 경제발전에 따른 국내산축산물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더불어 비교적 저렴하게 가축을 키울 수 있는 배합사료원료를 낮은가격에 수입할 수 있었던 환경이 한 몫했다.
하지만 2008년 애그플레이션을 겪으며 또 2012년 미국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의 가뭄 등 이상기온으로 국제곡물가격이 치솟으면서 더 이상 저가의 수입곡물에 의지한 축산업 영위가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축산농가들의 경우 배합사료업계의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는 하지만 수입곡물을 대체할만한 부존자원을 가지고 있지 못한 국내 축산업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축산시스템을 유지하며 가축을 키우는 것은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올 4분기 그리고 내년 1분기를 합해 20% 가까운 배합사료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미국의 극심한 가뭄 영향으로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7월에 발표한 ‘농업전망 2012-2021’ 보고서는 국제곡물가격 상승세가 2021년까지 10여년 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우리 축산업계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단기적 조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와 축산식품 소비 증가에 따른 배합사료용 곡물의 수요가 급등하고 온난화 등에 따른 기후변화로 식량생산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가축사료용 곡물뿐만 아니라 인간이 소비할 곡물도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대책 실효성 있나

문제는 단기적으로 보더라도 최소 내년 1분기 안에 20% 정도의 배합사료가격 폭등이 예고되어 있는데 우리 축산업계가 이에 대응해 쓸 카드는 마땅치 않다는 게 암울한 상황이다.
정부가 내 놓은 대책이라고는 조사료 생산량을 확대하고, 볏짚을 더 수거하고, 수입조사료쿼터를 증량하는 등 축우대책에 몰려있고, 배합사료원료를 구매하는 사료회사에 원료구매를 위한 저리자금 지원, 농가들에게 사료를 외상이 아닌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무이자 자금을 몇푼집어 주는 것이 다이다.
사료대책 이전에 공급과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업계가 자율 또는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아 실시 중인 가축사육규모를 줄이는 수급조절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다가오는 위기에 비해 그 속도는 더딘 것이 현실이다.

배합사료 생산 공급 시스템 원천 변화

농축유통신문은 지난 4월 실시한 창간특집호에서 배합사료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도한 바 있다.
본지에서 제시한 배합사료 가격 인하 대책은 원료구매는 천수답과 같이 국제 곡물가격 그리고 수급상황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인지라 대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대안들이라도 빨리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 배합사료를 상품이 아닌 원료개념으로 전환해 배합사료에 붙는 높은 브랜드 비용을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밝힌바 있다.
이를 위해 경종농업 부분에서 진행 중인 맞춤형 비료에 상응하는 맞춤형 사료를 지역별로 제조 공급하고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권역별 최단거리 공장에서 배합사료를 공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더불어 배합사료공장을 축종별 전문공장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마지막으로 배합사료 판매창구를 지역축협으로 단일화해 전자제품의 하이마트, 백화점과 같이 여러 브랜드가 한 유통채널에서 판매 경쟁을 벌임으로써 가격 인하를 유도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내용을 접한 정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답변만을 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현재의 배합사료 시스템 속에서는 사료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은 찾아 볼 수 없으며 지금처럼 배합사료가 완제품으로서 역할을 한다면 고곡물가 시대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은 요원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사료조달 시스템 변화만으로는 부족

문제는 배합사료 생산과 공급 시스템의 변화만으로 과연 치솟는 사료값을 안정시키고 현재와 같이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생산에만 몰두할 수 있느냐에 있다.
배합사료 생산과 공급시스템을 효율화 합리화로 인한 편익은 1~2년 내에 사라지고 계속해소 치솟을 국제곡물 가격에 경영합리화로 이룬 성과는 이내 묻히고 말 것이다.
이후에는 축산물 가격이 더 높이 오르던가 아니면 농가들이 더 큰 규모로 농장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며 아니면 국제 곡물가격이 드라마틱하게 안정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2008년 곡물가격이 치솟던 당시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제곡물시장에 몰렸던 투기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국제곡물가격이 한계점에서 급격히 하락하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곡물가격은 2008년 상황과 차원이 다르다. 주요 곡창지대와 수출국에 가뭄 그리고 홍수피해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번처럼 드라마틱하게 국제곡물가격이 고점을 찍은 후 급격히 하락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등급제·가격 산정체계 변화 필요

배합사료의 생산과 조달시스템의 변화와 함께 우리 축산업계가 고민해야 하는 사항은 고비용 생산방식의 탈피에 있다.
고비용 생산방식이란 필요이상으로 원자재를 많이 투입해 축산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한우의 경우 높은 등급을 획득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소를 오랫동안 키우거나, 낙농부분에서 원유에 유지방함량을 높이기 위해 고가의 지방 보조사료를 급여하는 일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우 등 육우가 우리 등급제 속에서 1등급 이상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열량을 공급해야 하는데 공급한 열량이 모두 소비가 될 수 있는 고기로 이어진다면 문제가 없지만 먹을 수 없는 기름이 피하와 내장 등에 끼어 실제 상품화 될 수 있는 고기는 60~70% 미만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탈피하고자 농림수산식품부는 한우 사육기간 법제화를 추진한 적이 있었으나 곧바로 농가들의 반발에 휩싸여 더 이상의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현재의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소·돼지의 등급기준과 낙농유가공업계가 사용하고 있는 원유가격 산정체계의 전환이 없다면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특히 좋은 쇠고기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면서 농가들은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고비용 생산방식에 뛰어 들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농가들이 아무리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해도 그 수는 한정되어 있다는데 있다.
소의 올 1월부터 8월까지 등급판정 1++ 등급 출현율은 7.8%, 1+는 25.5%, 1+ 등급 이상이 30% 중반대로 전체 70% 가까운 농가들이 등급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비용 사양방식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우유의 경우도 다이어트 등에 대한 영향으로 고지방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고지방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원유가격 산정체계가 변화하지 않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축산식품의 품질 기준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소·돼지의 1등급 기준을 미국과 같이 대폭 낮추고 표기방식도 서열화 시키는 방식이 아닌 고기의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의 2등급에 해당하는 최고 등급 고기가 프라임, 우리의 2등급과 3등급에 걸쳐 있는 다음 등급이 초이스, 이런식으로 불리고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기름의 양에 따라 고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에서 1등급 소의 출현율은 1%에 불과할 정도로 사육하는 농가도 소비자들의 선호도 또한 낮은 것이 현실이고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만을 소비하려는 경향에 따라 프라임 등급 위한 고비용 사양이 없다는 것이다.

사육규모 줄이기

지난 9월 24일자 특집기사를 통해 우리 축산농장의 규모화가 ‘규모의 경제’를 지나 ‘규모의 불경제’ 상황에 도달했다고 보도한바 있다.
현재 대형농장의 경우 배합사료가격과 축산물 가격이 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유리하지만 지금과 같이 가격변동성과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불리한 게 현실이다.
규모화된 농장의 경우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거나 축산물 가격이 올라갈 경우 규모의 경제가 발동되면서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축산물 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폭락할 경우 회생할 수 없는 수준까지 손실 액수가 커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2008년 배합사료가격이 폭등했을 당시 배합사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양돈농장 중 영농조합 수준의 대형양돈장 십여개가 사료회사에 채무변재를 위해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도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 한다.
가족노동에 의존하는 중소규모 농장의 경우 배합사료 가격이 폭등하면 당장 사육규모를 줄이거나 발품을 팔아 대체사료 활용 등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지만 대형농장의 경우 자구책 마련이 쉽지 않고 설사 있다하더라도 워낙 농장이 크다 보니 손실분을 만회하기 위한 활동으로는 부적합한 것이 현실이다.
2~3년 주기로 발생하는 가격 폭등과 폭락 그리고 곡물가격이 예측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오르내리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 때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농장의 규모를 작게 유지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사육시스템의 일대 전환

지금까지 우리 축산업계는 대형농장을 짓고 저가곡물사료를 사다가 가축에게 급여해 축산물을 다량 생산하는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농장의 대형화 장치산업화는 투입될 수 있는 원자재 가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르내리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2008년 곡물위기 직후 축산업계는 FTA와 비싼 곡물에 대비해 생산성을 향상시키자는 캠페인을 벌여왔으나 그 당시도 손해 잡힐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원자재 그리고 생산된 축산물 가격 변동성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농장의 규모를 줄이고 되도록 자가노동력을 활용해 비용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여기에 투자를 최소화하고 자본을 축적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축산물 가격 변동 그리고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올해도 시설현대화 자금을 수천억원 빌려주고 농장의 규모화를 촉진하고 있다. 미래성장동력이라 이야기하고 있지만 앞으로 10년간 곡물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고 정부는 한편으로 축산물 가격 안정 차원에서 그리고 FTA 영향으로 축산물의 수입은 계속 늘리고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현재 주택경기가 나빠지며 돈을 빌려 집을 샀다가 낭패를 보고 있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속출하고 있는 것처럼 시설현대화 자금을 빌려 농장을 크게 키웠다 낭패를 보는 팜 푸어(Farm Poor)가 속출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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