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과학원 재해예방공학과 김승희 연구관
<기고> 농업과학원 재해예방공학과 김승희 연구관
  • 이관우 기자
  • 승인 2012.10.0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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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旱害)에 대한 인식전환

우리 속담에 “동풍이 한 달이면 초목이 마른다.”란 말이 있다. 그래서 그랬던가. 금년 4월 초순경엔 바람이 어지간히도 불었고, 모심을 쯤엔 비 한번 제대로 내리지 않는 심한 가뭄으로 충남 서북부지역의 저수지, 하천이 말라 논에 물을 대지 못하는 TV화면이 자주 비춰졌다. 이번 가뭄은 ‘우리나라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극심한 가뭄’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번 가뭄으로 특히 마늘, 양파, 감자, 배추 등 밭과 과수원이 피해를 많이 봤다. 상대적으로 논의 피해는 밭보다 적었다. 1987년과 2001년 때 겪었던 가뭄과 비교해봤을 때, 이번에 논이 받은 피해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모낼 준비로 써레질을 하여 물을 가두는 시기인 4월까지는 그간의 강수량으로 모내기가 대체로 순조로웠고, 과거 가뭄을 계기로 소규모관정개발과 농업용 전기공급 등 가뭄대책을 한 결과 논이 어느 정도의 가뭄에는 견딜 수 있게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밭농사 부분에 있어서 피해가 컸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밭작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수립이 하루 빨리 시행돼야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현재 물 부족에 대한 단기적인 용수 확보 방안으로 저수지 준설, 댐 둑 높이기, 농업용 관정 개발과 보수, 간이 양수장 설치와 하천에 물 가두기 등의 대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런 일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지리적 여건상 태풍, 폭우, 폭설에 의한 자연재해의 경각심과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가뭄만큼은 인식이 부족하다. “3년 가뭄은 견뎌도 한 달 홍수는 못 견딘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속담처럼 장마를 두려워해 예방책에 많은 힘을 기울인 노력과 결과물들은 있으나 가뭄은 덜 심각하다 생각하는 인식이 내재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수자원 이용량 337억㎥ 중 농업용수의 비율은 약 47%(160억㎥)로 농업용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실로 크다. 농업용수 중 83%가 주곡인 벼농사에 이용된다.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물 부족 문제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강수량의 2/3가 여름철에 집중되고 국지성 호우가 내릴 때가 많아 한참 농사에 필요한 물이 공급되어야 할 시기인 4~6월에 사용할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물 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하늘만 쳐다보며 비 오기만을 기다리던 옛날과는 달라져야 한다. 농업인들도 직접 지하관정 설치나 하천 등지에 펌프 등을 설치해 물을 끌어오는 자구책을 강구해 농사에 이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노력으로 가뭄을 극복하기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둠벙과 같은 웅덩이인 소규모 저수지를 만들거나 산자락의 실개천과 같은 수로 등에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지를 만들어 가물 때 용수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역 가뭄을 대비해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미국은 가뭄과 무더위에 속수무책이란 보도를 함으로써 가뭄의 심각성을 전한바 있다. 미국 가뭄감시센터에 따르면 미국 31개주 1369개의 카운티가 가뭄 상태로 전체 3142개 카운티 중 40%가 넘는다. 1930년대 ‘더스트 볼’(미국 중부지역에서 모래바람과 함께 왔던 대가뭄) 이후 최악의 가뭄이며, 이번 가뭄이 앞으로 100년간 일상적인 기후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지인 미국의 극심한 가뭄으로 세계 곡물가가 급등하고 가뭄이 곡물가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전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또 닥칠지도 모르는 가뭄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그에 대한 대책이 사회전반에 거쳐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처럼 물을 물 쓰듯 해서는 안 될 말이다. 다가오는 미래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농업과 산업분야에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은 한시도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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