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 (주)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1.03.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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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전망대회’ 그리고 ‘농업예측’의 고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0년 넘게 매년 초에 농업전망대회를 개최하면서 농업·농촌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변화, 품목별 수급 전망, 예상되는 농정 이슈 등을 발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업인과 유통업체, 정책담당자가 한 해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것은 우리나라 농업생산액, 부가가치, 농업총소득, 농가호당 농가소득의 전망내용이다. 전망대회 직후 연구원이 발표하는 보도자료의 제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농업총량지표전망은 연구원 모형팀에서 매년 개발, 운영하고 있는 한국농업시뮬레이션모형인 KREI-KASMO라는 모형에서 도출한다. KREI-KASMO는 국내 농업부문 부문균형모형으로 국제시장 및 비농업부문 시장은 모형에서 외생적으로 취급한다. 전망모형은 주요 거시변수, 투입재가격, 재배업부문, 축산부문, 농가인구, 총량부문 등 크게 6개 전망부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60여 개의 품목별 하부구조를 기초로 각 부문은 3,300개의 방정식 및 항등식을 사용하여 상호 연계되어 있다. 모형의 설명력 제고와 예측오차를 줄이기 위해 품목수를 확대하여 2011년 현재 2009년 생산액 기준으로 재배업의 96.3%, 축산업의 98.1% 등 전체 농업의 97%를 포함하며, 재배업 대상품목의 경우 면적 기준으로는 전체면적의 95%를 포함한다.
그러나 모형팀 팀장으로서 농업총량지표를 전망할 때마다 우리나라 농업총량지표 작성체계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농업총량인 생산액, 부가가치, 소득의 경우 공식 통계를 발표하는 기관이 모두 달라서 일관적인 통계치 작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생산액은 농림수산식품부, 부가가치는 한국은행, 호당 농가소득은 통계청에서 공식통계로 발표한다. 처음 이 사실을 접하는 사람은 쉽게 이해가 되질 않을 것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궁금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각 기관이 각자의 입맛에 맞추어 총량의 기본이 되는 농업생산액을 집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각 기관의 농업생산액 산출 방식을 보면, 한국은행과 농림수산식품부는 품목별로 생산액을 구한 뒤 합산한다는 점에서 산출방식은 유사하지만 기준이 되는 품목이 상이하다. 통계청은 2,500 표본농가를 기준으로 조사된 자료를 전체로 환산한 호당 농업총수입을 산출한다. 품목마다 생산액이 상이하고 증감률도 상호 맞지가 않다. 쌀, 한육우 등 주요품목에서도 1조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 부가가치는 총생산액 또는 산출액에서 중간투입액을 제외한 것인데 각 기관의 작성기준을 보면 한국은행은 산출액은 품목별로 산출하지만 중간투입액의 경우 재배업 및 축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농약, 비료 등의 매출액 자료를 수집하여 산출하고 있다. 통계청의 경우 공식적으로 부가가치를 발표하지는 않지만 작성방식을 고려하면 표본농가를 기준으로 조사된 자료를 환산한 농업총수입과 중간투입액을 이용하여 산출될 수 있고 한국은행자료와 비교해보면 방향성이 틀리다. 소득은 통계청에서만 발표하는데 농업총소득이 아니라 호당 농가소득이고 표본농가를 기준으로 조사된 호당 농업총수입에서 농업경영비를 제외한 뒤 산출한다.
연구자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각 기관마다 상이한 품목구성과 작성기준으로 계산된 농업총량지표를 어떻게 전망할 것인가. 전망을 위해 계산방식을 고민할수록 답답함을 넘어서 화가 난다. 우리가 중국통계를 보면서 웃을 일이 아니다. 이런 통계를 가지고 어떻게 예측하란 말인가. 고민은 더욱 깊어간다. 이러한 고민을 안고 지난겨울 팀원들과 주말 및 크리스마스 연휴도 반납하면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계산방식을 만들어야 했다.
우선적으로 KASMO에서는 부가가치 계산을 위해서 한국은행 기준으로 품목별 생산액을 산출한 뒤 증감률을 이용하여 농림수산식품부 기준을 적용하여 생산액을 재산출한다. 부가가치는 품목별 생산액에서 품목별 중간투입액을 차감한 뒤 재배업과 축산업의 두 부문으로 합산하여 부가가치를 산출하며 중간투입액은 농촌진흥청 및 통계청에서 매년 발표하는 농축산물소득자료집의 통계를 이용하여 산출한다. 농업소득은 한국은행 기준으로 산출된 품목별 생산액과 경영비의 증감률을 이용하여 통계청 기준으로 농업총수입과 농업경영비를 재산출하여 농업총소득을 계산하고 경영비는 농촌진흥청 및 통계청의 농축산물소득자료집의 통계를 이용하여 산출한다. 따라서 농업총소득은 농가호당 농업소득에 농가호수를 곱하여 계산한다. 농림수산식품부 생산액, 한국은행 생산액 등 같은 지표를 여러 개 생성하여 최대한 각 기관의 계산방식을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각 기관별 통계작성방법을 답습하여 총량지표를 전망해 보면 온도차이가 있다. 단순히 품목별수급전망을 이용하여 곱하거나 더하여 계산되는 총량지표가 기관별 계산방식에 따라 상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앞서 언급했지만 농업총량지표는 특히 정책담당자가 한 해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 일부에서 거론되는 총량지표예측의 정확성을 논의하기 전에 우리나라 통계체계정비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출방식에서도 어느 기관의 방식이 합리적인 것인지 정부와 연구기관의 고민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자료정비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한국은행 또는 통계청 중 단일기관에서 동일한 계산방식에 의한 농업총량지표 발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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