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공품 시장 판도 변화 오나
육가공품 시장 판도 변화 오나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11.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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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 즉석육가공 육성…돈육소비엔 긍정적

정부가 최근 발표한 ‘식육가공품 제조·유통 활성화 방안’이 우리 육류유통에 혁신을 이룰 소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기대와 달리 미풍에 그칠 수 있다 또는 동네 식육점이 대형육가공회사에 종속 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선식육은 농식품부가 가공 및 육가공품 판매는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현재의 법체계로 인해 영세정육점(식육점)에서의 축산물의 가공이나 판매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며 까다로운 법체계로 백화점, 대형할인마트와 같은 대형소매유통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축산물의 즉석 가공 및 판매를 일반 정육점에서도 할 수 있도록 관련 농림수산식품부가 식육판매 및 가공분야 전체를 축산물위생관리법 내에 모두 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정육점들이 선호부위는 신선육으로 판매를 하고 비선호 부위인 저지방 부위는 수제소시지나 돈가스 등으로 직접 가공해 국민들이 많이 찾는 삼겹살과 목살과 같은 부위의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영세 정육점들의 경우 식육분할 이외에는 부가가치를 향상시킬 방법이 없다 보니 원산지 속이기 또는 고가부위에 저가부위 섞어 팔기 등 편법도 가공품 판매를 통해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게 돼 자연스럽게 근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육점에서의 즉석 육가공은 20여 년 전부터 이야기되던 것으로 유럽의 델리카트슨과 같이 동네 정육점에서 육가공품을 직접 가공해 판매하는 시대가 오면 육가공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삼립’과 ‘샤니’와 같은 대형공장에서 빵이 제조돼 동네 구멍가게, 학교매점, 대형슈퍼까지 판매되던 국내제빵산업은 1980년 중반부터 매장에서 직접 빵을 제조해 판매하는 제빵점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공장형 빵 시장이 크게 위축된 바 있는데 육가공품도 제빵산업과 같이 구조개편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번 정부의 대책 발표에 육가공업계와 축산업계는 일단은 환영했지만 빵집과 같은 급속한 구조개편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현재 육가공시장이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심으로 완성돼 있고 오히려 기술이나 상품성, 기업의 인지도 등을 고려할 때 영세정육점의 즉석육가공품이 오히려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대형소매유통의 즉석육가공품 판매량이 신선육판매를 앞서지 못하고 기존 공장형 육가공품보다 매출이 저조함 점도 이를 증명하고 있고 육류의 소매판매의 주도권을 대형소매유통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점도 즉석육가공 시장 성장 가능성을 희박하게 하는 요인이다.

다만 수많은 정육점에서 조금씩 차별화된 다양한 육가공품이 가능할 경우 정형화된 육가공품에 질려하던 소비자들을 더 찾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초기 시장만 형성되면 그 파급은 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단 동네 정육점들의 노력과 투자로 시장이 형성될 경우 CJ, 롯데햄, 하림, 동원 등 대형식품 및 축산물가공업체들이 즉석육가공품 시장에 발을 들여 놓을 가능성이 높아 소상공인과 대형식품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J의 뚜레주르나 SPC 그룹의 파리바게뜨의 사례에서 보듯이 초기 제빵시장은 열정있는 제빵사들이 만들어 냈지만 결국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장악했던 것처럼 대기업식육가공점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동네정육점을 고사시킬수도 있고 이들 업체에 종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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