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한우’를 위한 변명
‘안심한우’를 위한 변명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11.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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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 과 명확히 따지는 기회 삼을 때

안심한우가 KBS 탐사 보도 프로그램 추적 60분에 전면 보도되며 한우업계에 엄청난 파장 을 주고 있다. 사료관리, 이력관리가 잘 안되고 일부 매장 에서는 수입육도 판매했다는 의혹도 보도가 됐다.

이에 대해 한우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 우고기 신뢰에 치명타를 입혔다며 책임자 문책 과 농민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KBS의 이번 보도 그리고 한우농가들의 반응만 보면 안심한우 사업이 엄청나게 잘못 굴러가고 있고 농협중앙회가 엄청나게 부도덕한 일을 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취재한 안심한우 시스템은 국내 육류유통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설계돼 시행되고 있는 사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먼저 안심한우의 최대 문제로 지적되는 사료 관리와 도매시장에서의 원료육 구매 부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현재 일반적인 한우브랜드사업은 전용사료 를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브랜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농가들은 사료의 품질이나 가격에 상관없이 브랜드경영체가 판매하는 사료를 구매해야 한다.

좀 더 품질이 좋은 사료가 있다든 지 조금 더 저렴한 가격의 사료가 있어도 브랜드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는 외부 사료를 쓸 수가 없다. 다분히 브랜드 경영체와 사료회사에 유리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안심한우 사료가 공급되고 있기도 하지만 도매시장을 통해 공급받고 있는 물량의 경우 이러한 강제를 하지 않고 있고 농가에게 유리한 거래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균일한 품질의 쇠고기 생산을 위해서는 사료 통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여러 브랜드 경영체가 있기도 하지만 국내에 공급되는 사료는 대부분은 수입 원료를 사용하는데 이마저도 2~3군데서 공동구매하고 있어 업체 간 원료의 차이가 크지 않다. 또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발행한 축종별 사양표준을 기초로 사료 배합비를 설계하기 때문에 사료성분의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료 제조방법도 대규모 장치산업인지라 거의 비슷한 공법을 쓰고 있기 때문에 사료를 바꾼다해서 품질이 바뀐다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사료공장의 노후화와 컨설팅의 차이로 생산성의 편차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심한우의 원료육 구매는 농협계통의 도단위 광역브랜드에서 일부 공급을 받고 또 일정 물량은 농협산하 공판장에서 경매에 참가해 확보하고 있다. 당연히 농협중앙회와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을리 만무하고 농협계통 브랜드육도 농가와 회원조합과 계약을 맺지 중앙회와 맺지 않기 때문에 농가는 안심한우로 납품됐다는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다. 또한 공판장을 통한 원료 구매의 경우 국내 한우가격이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의 경락가격을 따르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직거래가 아닌 공판을 통해 한우를 구매할 경우 한우가격 지지효과까지 발생해 경매로 낙찰되는 한우뿐만 아니라 농협안심한우와 상관이 없는 농가들 까지 가격 지지효과를 누리게 되는 간접 지원 효과까지 발생시키고 있다.

농협이 공판장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 한다면 오히려 한우가격이 좋지 않은 현 상황을 고려 할 때 농가들에게 더 큰 금전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대부분의 한우농가가 농협조합 원으로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공판장을 통한 구매도 결국은 조합원의 가축을 구매해 판매 하는 것이기에 더 큰 그림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품질이 고르지 않다는 주장과 관련해 현재 농협은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실시되는 등급 판정 결과에 따라 필요한 등급의 한우를 구매 하고 있기 때문에 품질의 차이가 날 수 없다. 만약 품질의 차이가 난다면 공공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등급판정사업 자체가 오류가 있다 는 것이다.

현재 소도체등급제도의 정착으로 국내 한우사육농가들은 고급육생산을 위해 비슷한 사양프로그램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고 농협 가축개량사업소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성능의 한우정액을 사용해 소를 개량 생산하고 있어 작은 단위의 브랜드가 아닌 한우산업 자체가 거대한 브랜드라 말해도 무방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농협안심한우의 유통방식이다. 안심한우전문점은 강제성을 갖는 프랜차이즈 형태나 농협 직판장을 설치해 판매하고 있지 않다. 농협계통 하나로클럽에서 판매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을 수많은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는 규모가 있는 기존 육류유통 업체와 공급계약을 맺고 유통업체가 기존에 거래하던 식육점이나 외식업체들에게 안심한우를 공급하고 있다.

새로운 직영점, 프랜차이즈점을 내는 방법이 아니라 기존 유통상인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농협이 자체 기준에 따라 선별하고 검사한 쇠고기를 공급하고 또 농협브랜드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소상공인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한 것 이다. 본지에서는 안심한우의 사업 모델 중 소상공인과의 연대를 가장 높이 평가하는 보도를 한 바 있는데 생산자가 또 농협이 생산, 가공, 유통 전체를 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회원농협 간의 협동, 농민과의 협동, 기존 소비자, 유통인들과의 협동으로 협동조합적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한 사업 모델로 이로 인해 단시 간 내에 수많은 안심한우 전문점이 생겨났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이 됐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KBS의 보도는 국내 대표협동조합인 농협의 안심한우 사업의 어두운 면을 침소봉대해 보도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다른 점이 너무나 많다. 사주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구성원간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사업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느슨한 결합을 통해 이뤄지는 협동조합형 사업모델에 대한 단점이 이번 KBS보도를 통해 보도됐다면 이후부터는 저평가되고 있는 농협안심한우사업의 공도 제대로 따져보고 평가하는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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