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협동조합시대(1) 서울우유협동조합
이제는 협동조합시대(1) 서울우유협동조합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12.04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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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유가공업계 1위 비결, 협동조합 정신 구현

협동조합법 개정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정부에서 대형패커를 육성하겠다며 외국의 협동조합형 대형축산패커를 들먹이는 정부관계자, 학자들이 많이 있지만 국내에도 일반 주식회사와 경쟁에서 당당히 시장을 선도하는 협동조합, 대형축산패커로서의 협동조합인 서울우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자들은 별로 없다.
해외에서 협동조합의 모습을 찾겠다고 돌아다닐게 아니라 국내 우수협동조합 사례부터 찾아보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서울우유협동조합을 제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937년 7월 11일 경성우유동업조합 창립으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일어났던 농업협동조합 운동은 일제식민지배 하에서 농산물의 수탈에 항거하기 위한 자조조직으로 자생적으로 출발했으나 노동조합운동과의 착각 등으로 인해 혼란을 겪었고 일제의 탄압으로 대부분 해체됐지만 서울우유의 전신인 경성우유는 우유생산과 가공이라는 목적사업을 위해 탄생했기 때문에 계속 명맥을 유지하며 규모는 작았지만 유가공 및 판매사업을 진행하며 성장해 온 자생협동조합이다.
해방 이후 서울우유동업조합으로 이름을 바꾸고 또 농협중앙회 창립 이후에는 근대식 협동조합법에 맞도록 조합을 새롭게 운영하고자 서울우유협동조합으로 새롭게 창립하고 농협중앙회에 가입하게 된다.
이후 서울우유의 역사가 바로 국내 낙농과 유가공사업의 역사라고 이야기해도 무방할 정도로 새로운 제품 개발과 투자를 지속해 나가며 낙농산업을 리드해 간다.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어려움을 겪은 뒤 무상원조, 차관 등의 형태로 유가공설비와 자금을 지원받아 실시된 여러 시설투자가 서울우유협동조합을 통해 이뤄졌고 아이스크림사업진출, 연유공장가동, 버터생산 실시, 조제분유사업 실시 등 낙농업과 유가공품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던 시절 서울우유는 낙농기반을 조성하며 또 한편으로는 유가공시장을 개척함으로써 현재 대한민국 어디서나 고품질의 우유 및 유가공품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공기업 형태의 매일유업, 일본자본의 한국야쿠르트, 그리고 남양유업, 삼양식품 등 후발업체들이 하나 둘 생겨나며 국내 낙농유가공시장은 1970년대 중후반 이후 경쟁체제로 돌입하게 됐는데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시장을 선도하며 원유의 가격 조정, 콜드체인시스템의 도입, 제조일자 표기 등 지금은 너무나 당연히 여겨지는 여러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선도 기업으로 역할을 지속해오고 있다.
현재 1000여개가 넘는 농협중앙회 회원조합이 존재하고 있지만 서울우유처럼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대중적인 협동조합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농협이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해 공동판매 하는 생산자단체라는 사실보다는 ‘농협’이라는 은행으로 인식할 뿐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차별성과 강점이 여기에서 나타난다.
대부분의 협동조합이 정부주도하에 결성이 이뤄졌고 농산물의 판매보다는 원자재의 공동구매, 농업인을 위한 자금지원업무에 집중한 결과로 농가들의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서울우유협동조합과는 출발과 사업의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원유를 모두 가공해 판매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조합이 결성됐기 때문에 조합창립 초기부터 경제사업 특히 유가공과 판매부분에 역량을 집중했고 서울과 수도권이라는 엄청난 소비시장 그리고 도시 근교 낙농업이라는 거대한 낙농기반이 결합하며 서울우유협동조합은 75년 동안 한 번도 업계 1위의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현재 낙농을 제외한 닭고기, 계란, 돼지, 한우, 육우 등 대부분의 축산물과 쌀을 제외한 원예작물, 임산물 등 어떤 부분도 가공과 유통에 있어서 협동조합이 주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단일조합으로써 국내 낙농시장의 30% 중반 대를 점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주식회사와의 경쟁에서 계속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협동의 가치를 계속 추구했기 때문이다.
선거에 의해 대표자와 임원이 교체가 되고 조합원들에게 의사를 묻는 절차가 있어 중요한 고정투자에 신속히 대응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한 뜻으로 원유의 생산, 가공과 판매 등 직간접적으로 조합경영에 관여하거나 참여하는 것은 또 다른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서울우유는 매년 농가로부터 원유구매 이외에 조합경영을 통해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배당하고 있고 원유의 원활한 생산과 품질고급화 등을 위해 약 500억원 규모의 지원사업을 펼치는 등 주식회사라면 자본가에게 돌아갈 몫을 생산농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용함으로써 유가공산업의 원천인 낙농부분을 튼튼히 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2012년 창립75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선포한다. 지금까지 조합원의 행복, 이익추구를 위해 조합 사업이 운영됐다면 조합원을 넘어 고객의 행복까지 기여하는 진정한 협동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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