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유가공산업 열전 ∥ 두 번째 이야기 ‘발효유’
낙농유가공산업 열전 ∥ 두 번째 이야기 ‘발효유’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12.04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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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유의 대명사 야쿠르트

국내에서는 액상발효유가 표준제품 역할

여러 문헌을 찾아보니 발효유의 기원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거두절미하고 우리나라의 발효유 역사는 한국야쿠르트가 지금도 판매하고 있는 ‘야쿠르트’가 원조다.
1971년 야쿠르트는 80ml 허리가 잘록한 플라스틱용기에 담겨 25원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국내 상업낙농업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69년 시제품을 내놓은 한국야쿠르트는 국내에 처음 출시된 발효유를 홍보하기 위해 제품을 들고 가가호호 찾아 다녀며 판촉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돈을 내고 균을 사먹을 수 없다는 당시 주부들의 반응에 낙담해야 했고 시음을 하고 배가 아프다며 멱살까지 잡히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1971년 정식 출시된 한국야쿠르트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야쿠르트의 승리공식은 지금 다단계와 엇비슷한 야쿠르트아줌마로 불리는 주부배달사원의 대면판매가 성공 포인트였다.
유제품 주요 구매자인 주부들을 대상으로 주부판매사원들이 친근하게 다가가 제품을 설명하면서 판매하는 방법은 한결 수월했고 한국야쿠르트의 독특한 판매시스템은 지금의 한국야쿠르트를 있게 하는 힘이었다.
한국야쿠르트의 저가 액상발효유 제품의 성공은 곧바로 다른 유업체들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였지만 야쿠르트라는 상징성을 넘어서기에는 힘들었다.
발효유를 물에 희석하고 단맛을 가미한 액상발효유는 일본에서 먼저 출시된 제품으로 낙농선진국에서는 없는 제품 형태였다. 발효음료 정도로 분류될 이 액상발효유는 국내에서는 여러 형태의 발효유 중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가 돼 발효유의 표준 제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빙그레가 1983년 호상요구르트(떠먹는 요구르트) 요플레를 출시하면서 발효유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기 시작한다.
사실 빙그레 요플레에 앞서 1980년 삼양식품이 미국의 카네이션사와 기술 제휴로 ‘요거트’라는 브랜드로 처음 떠먹는 발효유를 처음 시장에 선보였지만 너무 시장에 일찍 선을 보인 것도 있었고 삼양식품이 당시에는 라면으로 승승장구하던 시절인지라 판촉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사이 3년 뒤 빙그레가 출시된 요플레가 원조 행세를 하고 있다.
가공우유인 바나나우유 이외에 별다른 효자상품이 없던 빙그레가 요플레를 출시했던 때만해도 단맛이 강한 야쿠르트의 아성을 빙그레가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실제로 초기 요플레에 대한 반응은 삼양의 요거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야쿠르트처럼 단맛도 강하지 않았고 맛도 약간은 시큼한 게 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입맛을 들이면 떼지 못한다는 발효식품의 특성상 서서히 찾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국내 발효유 시장의 원조로 굴림했던 한국야쿠르트도 요플레의 성공에 호상요구르트 슈퍼100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1998년 처음 출시된 슈퍼100은 야쿠르트가 세상에 나온지 약 27년 만의 신제품이었지만 요플레가 장악한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히트 상품이 출시되면 뒤 이어 비슷한 카피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국내 유가공산업의 특성상 이후 남양유업이 ‘꼬모’라는 브랜드로 호상요구르트를 출시했고 매일이 ‘바이오거트’, 해태유업(지금의 동원데어리)이 ‘요러브’라는 브랜드로 대중화된 호상요구르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하지만 이들 후발주자들의 호상요구르트는 빙그레의 요플레의 아성을 뛰어 넘지 못하고 있다.
한참 유업체들이 떠먹는 발효유 시장에 집중하고 있을 때 파스퇴르유업이 국내 최초로 불가리아식 요구르트라는 컨셉으로 농후 발효유 사과요구르트를 출시하며 발효유 시장의 새 시장을 개척한다.
국내 기존 유업체들이 한국야쿠르트의 저가 액상발효유 야쿠르트와 빙그레의 호상요구르트 요플레를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 것과 달리 최명재 회장의 파스퇴르 유업은 변비 등에 특효라며 불가리스 식 농후발효유인 사과요구르트를 기능성 고급발효유로 선전했고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이후 남양유업이 파스퇴르와 비슷한 컨셉으로 제품명까지 ‘불가리스’라는 브랜드로 농후발효유 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고 이후 빙그레 닥터캡슐, 한국야쿠르트 메치니코프, 롯데햄우유(현 푸르밀)의 비피더스 등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현재 농후발효유는 남양의 불가리스와 파스퇴르의 쾌변의 뒤를 푸르밀의 비피더스가 쫓는 상황이다.
한편, 발효유의 원조 한국야쿠르트는 윌과 쿠퍼스라는 제품으로 기능성 요구르트라는 시장을 개척 ‘야쿠르트’ 이후 이렇다 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지 못하다 다시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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