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유가공산업 열전 ∥ 세 번째 이야기 ‘콜드체인 시스템’
낙농유가공산업 열전 ∥ 세 번째 이야기 ‘콜드체인 시스템’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12.07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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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유통의 혁신 콜드체인 시스템

1984년 서울우유협동조합 도입 후 일반화

‘플란다스의 개’라는 동화가 있다. 에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필자가 어린시절이었던 1980년대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있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주인공 소년 네로와 그의 개 파트라슈가 할아버지가 짠 우유를 커다란 깡통에 담아 운반하던 모습이 나오는데 우유를 먹기 위해서는 꼭 뜨거운 열로 살균을 해야 했기 때문에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를 살균 포장하는 공장까지 운송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물류기술이 발명되기 전 또 도입되기 전에는 그러한 방법으로 원유를 나를 수밖에 없었고 뜨거운 여름의 경우 원유의 부패가 일어날 가능성 또한 매우 높았다.
필자의 부모님도 1980년대 초부터 국내 최대 낙농단지인 경기도 화성에서 낙농목장을 운영했었는데 콜드체인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에는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것과 같은 커다란 스텐리스 통에 착유한 우유를 담아 이를 수거하기 위해 오는 트럭에 실어 주던 모습이 생생하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서울우유협동조합이 목장 단계부터 시작 원유의 집유, 가공, 저장, 배달 전 과정을 -1~4도씨로 유지하는 물류시스템을 1984년 도입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된다.
낙농목장에는 집유차가 오기 전까지 원유를 냉장 보관할 수 있는 냉각기가 설치되고 냉장운송할 수 있는 탱크로리형 집유차가 목장으로 매일 같이 들어와 냉각기 내에 원유를 빨아간다. 이후 거점 집유소나 공장에 집유해 온 원유를 다시 대형냉각기에 넣어 주어 생산부분 원유를 4℃ 이하로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서울우유는 콜드체인시스템 완성을 위해 낙농목장에 대형 냉각기 구매를 보조하고 냉각을 위해 추가로 발생하는 전기료 등을 냉각 장려금 형태로 지불하는 등 비용을 감수했다. 지금과 같이 대형 소매유통업체가 없던 시절 작은 구멍가게까지 냉장쇼케이스를 보급해 우유가 소비자 말단까지 냉장상태에서 보관되다 판매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우유는 콜드체인시스템 도입 후 이를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활용하자 경쟁업체들도 콜드체인시스템을 부랴부랴 도입하게 됐고 우리 유제품의 수준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 기초가 된다.
낙농육가공부분이 1980년대 이미 콜드체인시스템을 도입하자 이후 다른 식품부분도 속속 콜드체인시스템 구축에 들어간다.
우유와 달리 다른 축산물은 냉장 유통보다는 냉동 운송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과거 동네 정육점에서 고기 한 근을 주문하면 냉동실에서 꽁꽁 얼은 고기를 커다란 칼로 썰어주던 모습을 2000년대 초만 해도 볼 수 있었다.
1990년대 들어 삼겹살 로스구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비싸게 판매가 되는 삼겹살을 냉장 유통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얼리지 않은 고기’를 사용한다며 홍보하는 식당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닭고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더 빨리 부패를 한다. 깃털을 제거한 닭의 커다란 모공은 돼지나 소의 모공보다 클 수밖에 없고 도축 과정 중 미생물이 모공 속에 자리 잡아 같은 조건이라면 돼지고기와 소고기보다 빨리 부패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닭고기는 당연히 냉동유통이 일반적인 형태였고 냉동유통도 여의치 않던 시절에는 닭고기의 유통기한을 최대한 길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닭을 도축하지 않고 재래시장까지 살아있는 생계 형태로 거래를 했다.
지금도 성남 모란시장 같은 전통재래시장에서 토종닭 등을 생계형태로 납품받아 그날 그날 팔 물량을 도축해 팔고 있는 곳이 있는데 과거 마땅한 냉장이나 냉동시설을 보유하기 힘들던 시절 재래시장에서는 닭뿐만 아니라 개, 염소 같은 소형가축의 경우 시장서 거래 직전 도축을 해 판매하는 행위가 일반적이었다.
낙농유가공부분에서 처음 도입된 콜드체인시스템은 이제 생산부터 도축, 가공, 유통을 총괄하는 축산계열화사업자가 생겨나면서 육류부분에서도 일반화 되었다.
콜드체인시스템이라는 물류기법의 일반화는 축산물의 대중화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냉동만두, 어묵, 너겟 등 수많은 즉석식품류가 대중화 될 수 있는 핵심 물류 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짧은 유통기한으로 산업화가 힘들었던 막걸리를 해외로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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