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한우’ 아이폰과 갤럭시의 차이로 보자
‘안심한우’ 아이폰과 갤럭시의 차이로 보자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2.12.14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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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축산물 브랜드 육성 정책 프레임 혼란 부추겨

한우업계가 KBS 탐사프로그램 추적60분에 보도된 안심한우와 관련해 단단히 뿔이 났다.
한우협회는 이번 추적60분 보도 이후 농협을 규탄하기 위해 12월 11일에는 농협중앙회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수급조절 실패로 인한 가격 하락 그리고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감소, 마지막으로 내년 1분기 예고된 배합사료가격 인상 등의 삼중고로 한우 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농협의 안심한우사업이 잘못됐다는 내용의 보도가 한우농가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고 이날의 항의 방문도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한우협회에서 농협에 요구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농가들이 국내 육류유통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한우생산자들은 2004년 12월 농림부가 발표한 축산물브랜드 육성정책 내용에 함몰돼 있어 삼통(사료, 종자, 사양)을 하지 않으면 품질이 떨어지는 한우로 또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단계를 생산자단체들이 해야만 제대로 된 브랜드로 판단하고 있다.
이날 농협을 방문한 한우지도자들도 같은 내용의 논지로 안심한우사업의 중단 그리고 관련 책임자의 사퇴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2004년 나온 축산물브랜드 사업은 본지가 이미 보도한 것과 같이(제1056호 2012년 12월 10일자) 육계 부분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직계열화사업을 이름만 바꿔 한우에 적용한 것으로 횡성한우 등 몇 개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나 다름없다.
2011년 기준으로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축산물브랜드는 395개로 그 중 한우 118개, 돼지는 167개에 이를 정도로 많은 상황이며 대다수의 브랜드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과 농축협의 경우 신용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적자 분을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브랜드가 로컬브랜드로서 지역 내에서는 큰 인지도를 발휘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최대 소비처인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비슷한 컨셉의 브랜드 수백 개가 경쟁하다 보니 차별화가 쉽지 않고 물량도 많지 않아 특정 거래처와 직거래를 하거나 매장을 내고 운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브랜드 사업 초기 수많은 브랜드가 서울에 판매장이나 외식업소를 냈다가 큰 손실만 보고 철수했고 현재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지역 내 직영 매장 그리고 인터넷 판매에 의존하고 대부분의 물량은 육가공업체나 도매시장에 출하해 얼굴없이 팔리고 있다.
브랜드의 난립은 판매조직 간 한정된 납품처를 두고 경쟁하다 보면 결국 납품단가를 낮게 가져갈 수밖에 없고 농가들에게 제값 또는 비싸게 준 한우고기를 낮은 가격에 처분해야 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결국 대부분의 브랜드가 생산단계부터 HACCP, 친환경인증 등 많은 공을 들여 사육을 했지만 판매단계에서는 일반 축산물로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안심한우는 이러한 한우브랜드의 유통에서 단점을 보완하고 생산자단체가 모든 유통단계를 개척하는 기존 브랜드 사업에서 탈피해 과감히 기존유통업체와 협력하는 대신 최종소비단계까지 농협브랜드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그간 얼굴없이 팔리던 한우를 농협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체 물량 중 일정물량은 회원농축협의 한우브랜드로부터 생축으로 납품 받고 납품받은 생축의 등급판정 결과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특정 등급이 모자라는 경우 경매에 직접 참여해 꾸준히 일정물량을 구매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 방식이 삼통과 생산부터 최종단계까지 브랜드경영체가 사업을 도맡아 해야 한다는 정부가 규정한 브랜드사업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축산물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스펙의 축산물을 선별해 공급함으로써 유통 중 발생하는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공판장 출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한우브랜드들이 농협안심축산이라는 판매 창구가 생겨나면서 물량소진에 숨통이 트이게 됐고 특히 공판장에서 경매에 직접 참여해 소를 꾸준히 매입함으로써 한우가격을 지지하는 부수적 효과까지 발생, 안심한우사업과 관계없는 일반 한우농가들까지도 수취가격이 올라가게 했다.
이러한 방식을 필자는 삼성의 갤럭시폰과 애플사의 아이폰으로 비교하고 싶다. 부품부터 조립, 판매까지 전 과정이 수직계열화 되어 있는 삼성의 갤럭시폰, 제조과정 중 제품의 설계와 디자인만 담당할 뿐 부품도 조립도 외국 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 중 어떤 것이 더 좋냐는 싸움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과정을 하고 있는 수많은 휴대폰 제조업체 중 상당수가 애플에 밀려 일부는 부도가 나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우리 한우브랜드도 생산자단체가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우량협력업체와 협력을 통해 축산물브랜드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유통업체에 전가시키고 농가와 브랜드주체는 특기인 생산부분에 더욱 집중해 사업을 더 빨리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 등소평이 “검정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했던 것처럼 생산자브랜드, 유통브랜드로 나뉘어 잘못된 사업형태라 비난할게 아니라 어떤 방식이 한우고기를 더 잘 팔아 “한우농가의 이익, 소비자의 이익을 극대화 했는지”로 사업을 평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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