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심리
소비의 심리
  • 임창덕 차장(농협중앙회)
  • 승인 2012.12.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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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인 라파이유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우리 머릿속에 경험과 감정이 결합된 각인이 있고 이것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행동의 준거가 되어 미래의 행동을 만들어낸다고 하면서 이것을 ‘컬쳐코드(culture code)’라 했다. ‘문화코드’로 해석되는 이 말은 어떤 대상에 대한 문화적 맥락, 숨겨진 인식이나 무의식적 판단에 따라 의미를 달리 해석한다는 것을 뜻한다.

나라마다 사람마다 고유한 경험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이것들이 모여 문화가 되고 이 정형화된 문화가 무의식 속에 자리잡아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외부로 드러나는 말이나 모습 보다는 그 행동 이면에 숨겨진 상황 즉 컬쳐(문화)를 찾아내는 것이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우리는 정보가 감각기관을 통해 유입되면 생각과 감정에 의해서 행동이 일어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며 이성이나 감정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또는 과거의 행동이 초래했던 결과에 의해 고착화된 패턴 또는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인간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합리화하는 존재다. 그래서 태도와 행동이 불일치하여 겪는 이른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현상을 많이 경험한다. 행동 한 이후에 태도를 바꾸고 행동한 이후에 의미를 찾으며 그 행동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또한 인간은 모방심리에 따라 공감소비를 하는 경향이 많다. 인간은 불완전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복잡한 사회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한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 모방이다. 모방은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명품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마음을 쏟는 이유는 그 브랜드 때문이 아니라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을 모방코자 하는 심리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정통경제학은 인간은 이성과 합리성에 근거하여 행동한다는 경제적 인간(호모 에코노미쿠스)라고 전제하였지만 행동경제학이나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은 부분적으로만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특정 사안에 대해서도 일관된 선호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며 기능적인 동기 뿐만 아니라 정서적 동기, 사회적 지위나 명예 등을 위한 상징적 동기에 따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소비형태를 보일 때도 있다.

우리 행동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에 영향을 받은 결과로 나타난다. 우리는 개별적이고 자기결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행동하는 존재다. 소비 심리를 알고자 한다면 이러한 행동의 기저에 숨어 있는 인식이나 컬쳐코드를 찾아낸다면 변하고 진화하는 소비의 심리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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