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격 안정 빌미 재벌유통에 미끼상품 제공
배추가격 안정 빌미 재벌유통에 미끼상품 제공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01.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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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대형소매유통 의존도 너무 높아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한파로 배추가격이 강보합세를 계속 유지하자 정부가 대형소매유통업체 등에 수매배추를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공급해 배추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소매유통업체에 600톤을 긴급 공급하고 이후에는 재래시장 등에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가격 안정책은 이명박 정부 초 배추소매가격이 1만원을 돌파했던 충격적인 수급불균형을 경험 한 이후 반복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 말 물가 안정을 위한 활동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라 왜 하필이면 대형소매유통업체에 직접 저가의 배추를 공급하느냐에 있다.
정부가 수매 비축했던 배추를 대형소매유통업체에 직접 공급한 것은 소매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2010년 7월 돈가 안정을 빌미로 삼겹살을 수입했던 정부는 엄청난 양의 돈육을 수입했음에도 불구하가 가격이 안정이 되지 않자. 정부가 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를 통해 돈육을 직접 공급했고 소매가격 까지 통제했던 경험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당시 이러한 삼겹살 직거래가 돈가 안정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데 있다.
시장에 물량이 충분히 공급되면 가격이 안정되는 것은 맞지만 농산물 거래 가격은 소매가격이 아닌 도매시장에서 경매에 의해 결정된 가격이 중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600톤의 배추를 대형소매유통에 공급한다 해서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기존 배추가격이 하향 안정 될 리 없다. 이미 대형소매유통업체들은 배추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시장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행사를 여러 차례 진행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배추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대형소매유통보다는 도매시장에 배추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가격 안정을 꾀해야 했다는 것이다.
배추가격을 잡기 위해 대형소매유통업체를 파트너로 생각한 것도 잘못이다. 우리 국민들의 배추 소비 성향을 감안할 때 겨울에 김치를 담가 먹는 집이 거의 없고 12월 중순을 끝으로 사실상 김장도 끝난 상황에서 배추의 가장 큰 수요는 김치공장이다. 수출용과 대형소매유통 그리고 외식업소에 납품하는 김치를 제조하는 업체들의 수요는 원재료 가격과 상관없이 일정하기 때문에 현재의 배추가격 강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추가격 및 수급안정을 위해 혈세로 진행된 배추비축사업이 결국 대형소매유통업체들의 미끼 상품 공급 사업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여기에 동반성장, 골목상권보호라는 측면에서 600톤의 물량이 재래시장보다 대형소매유통에 먼저 풀린 것도 문제다.
지식경제부나 기획재정부 등 다른 경제부처가 소상공인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계속 내 놓고 있는 것과 다르게 농림수산식품부는 행정편의주의에 빠져 이번 배추공급 뿐만 아니라 대형소매유통업체에 정책사업을 몰아주고 있는 것도 도매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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