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농산물 '유통’이 아니라 ‘수급’이 문제입니다
대통령님, 농산물 '유통’이 아니라 ‘수급’이 문제입니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02.1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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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 경제분과 토론회에서 농산물가격 안정을 위해서 유통구조를 개선하라고 지시한 것과 괴를 같이해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농식품부, 기재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TF가 구성돼 첫 회의를 가졌다.

연초 물가 불안을 잡겠다는 게 목표지만 박 당선인이 농산물유통구조를 개선해 농산물가격을 잡으라는 발언에 초점을 맞춰 대안을 내 놓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TF가 이명박 정부 내내 있었다는 것이다.
물가관계장관회의는 기재부, 농식품부, 통계청, 농촌경제연구원 등 물가관련 부처가 총망라되는 회의로 매 회의 때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여러 부처가 공동 노력을 통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잘못된 관행들을 고쳐나갔다.
물가장관회의 때 주된 타깃은 농산물로 한번 가격이 책정되면 변동이 없는 일반 공산품과 달리 농수산물은 작황에 따라 파종량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기 때문에 가격 안정대책이 이명박 정부 내내 수없이 나왔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 변동은 잘못된 유통구조가 문제가 아니라 수급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가장관회의에서 농산물가격 안정 대책은 수급조절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늘 이어졌고 무·배추 계약재배 확대, 부족 농산물의 적기 수입 등 주로 공급확대 정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농축산물 유통문제가 새 정부 초 이슈로 떠오른 것은 유통에 대한 공부도 하지 않고 이해도 전무한 권력자들이 쉽게 농산물유통문제를 거들먹거리는 데 있다.
농산물이 어떻게 유통되고 왜 이런 식으로 유통돼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단순히 산지와 최종소비지의 가격만 비교해 가격이 높다고 지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가격이 높아진 데는 누군가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기 때문으로 결론을 내리고 폭리를 취하는 중간단계를 제거하면 축소된 단계만큼 유통비용도 사라지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유통비용은 유통단계 축소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 인하 효과는 거의 없고 단계축소를 주도한 당사자들의 편익 상승만 일어날 뿐이다.
농산물 가격인상이 문제라면 가격 상승의 주범인 수요를 줄이든지 공급을 늘리면 된다.
박근혜 당선인의 선친이 흉작으로 쌀 가격이 폭등하자 쌀 수요를 줄이기 위해 혼식과 분식을 장려한 것이 여기에 속하고 농촌진흥청에 다수확 품종 개발을 종용해 통일벼를 육성해 내 쌀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예가 공급확대 대책에 속한다.
유통단계 축소 이야기는 결국 직거래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영세 소상공인 중간도매업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재벌유통업체에 편익을 몰아주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불거진 경제민주화 논란이 이 재벌대형소매유통의 탐욕에서 시작된 것임을 감안할 때 유통단계 축소 지시는 경제민주화를 잘해서 중산층을 늘리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과 상충될 수 밖에 없다.
농산물 가격이 문제라면 유통단계축소 말고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수요를 분산시키고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개발할 것을 다시 한번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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