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가격안정 유통구조 개선보다 ‘수급조절’ 우선
농축산물 가격안정 유통구조 개선보다 ‘수급조절’ 우선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03.0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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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시작한 새 정부 물가관계부처회의

농산물가격 안정 방안 ‘계약재배 확대’로 결론
가격안정과 유통 구조 연관 없다는 것 재확인

새 정부 초기 각종 공공요금의 잇따른 인상과 한파 영향으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강세를 나타내자 정부가 내각 구성도 되지 않은 가운데 물가관계부처회의를 개최했다.
새 정부 출범 전인 1월 인수위원회에서식료품가격 안정을 빌미로 유통구조 개선을 주문하면서 시작된 새 정부의 농산물 가격 안정 대책은 물가관계부처회의 개최로 거창하게 시작됐지만 정권초기 민심을 얻
으려는 일상적 행보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물가불안의 주 원인은 농산물 등 식료품 부분이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미뤄왔던 공공요금 조정 시점을 새정부의 물가관리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으로 맞추면서 시작됐다.
1~2월 사이 가스요금, 시외·고속버스, 전기요금 등의 인상이나 인상계획 발표가 이어지면서 촉발됐고 늘 타깃이 되고 있는 농식품의 배추 등 신선채소류의 경우 오랫동안 지속된 한파와 유가상승, 과일류는 지난
해 수확기 직전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의 영향으로, 고춧가루·양파와 같은 양념채소류는 지난해 봄 지속된 극심한 가뭄의 영향이 컸다.
쌀은 이명박 정부 내내 실시한 감산 정책의 후폭풍으로 급속한 재배면적 감소가 주원인으로 농산물 가격의 상승은 시장에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기 위한 매점매석이나 사재기와 같은 유통업계의 횡포보다는 정
책 실패 그리고 기후변화 등 근본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
가공식품도 지난해 미국 등 주요 곡물수출국의 극심한 가뭄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며 국제곡물 재고량이 적정선 이하로 내려가면서 올 1분기 가격 인상이 예고됐던 부분인지라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것들이다.
이렇게 농산물 가격의 변화는 수급에 영향을 끼치는 생산부분의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 필수품인 식료품의 경우 수요가 거의 고정돼 있어 공급부분의 변화는 당연히 가격 상승, 때로는 가격 폭락을 불러 올 수밖에 없어 수급관리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가격 안정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변수가 별로 없는 축산부분과 달리 노지에서 생산이 대부분 이뤄지는 농산물에 있다.
매 작기마다 농가들의 재배의향 그리고 기상여건에 변화가 오기 때문에 공급량과 가격의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음에도 이를 메이저 언론과 소비자 그리고 물가관리 당국이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문제가 커지곤 한다.
겨울배추와 봄배추 그리고 고랭지배추의 상황이 다름에도 가격비교를 생산비 차이가 많이 나는 이전 작기 생산물과 비교해 쓸데없는 오해를 키우거나,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흉작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폭등, 물가 비상 등을 외쳐대는 보도행태로 대통령부터 시작해 물가당국이 잘못된 시장개입에 몰두하게 만드는 것 등이 농산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몰상식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3~4월 시설에서 재배된 배추가격이 초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무·배추 계약재배를 주도하고 있는 산지유통인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다. 농협도 정부가 계약재배 물량을 늘리라는 으름장에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배추가격 폭등의 원인이 장기간 계속된 비로 인해 배추포전 대부분이 일조량 부족 등으로 망가졌기 때문인데도 마치 무·배추 산지유통인들이 중간에 서 폭리를 취하고 농협이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오도되면서 하루아침에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경험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28일 물가관계부처회의 자료를 살펴보면 정부의 무·배추 가격 안정대책은 ‘계약재배 확대’ 한 줄로 정리됐고 이를 다시 해석해 말하자면 무·배추 계약재배를 주도하고 있는 산지유통상인들이 배추가격 안정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본지에서는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박근혜 대통령님 농산물은 유통이 아니라 수급이 문제입니다”라는 칼럼을 통해 물가관리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물가관계 기관들은 농산물 가격 안정의 핵심은 유통구조 개선이 아니라 수급조절에 있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고 새로 시작하는 박근혜 정부도 전 정권의 실수를 답습하지 말고 농산물가격 안정을 위해 사전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해 소비자는 물론이고 농민들에게도 환영받는 정권으로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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