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생명’이다
‘농업’은 ‘생명’이다
  •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교수 임창덕
  • 승인 2013.03.13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달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중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는 어수선한 상황이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 법률안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으리라 판단된다. 이 개정 법률안을 보면 공공비축 대상을 기존의 공공비축미곡, 즉 쌀에서 밀ㆍㆍ콩ㆍ옥수수 등 공공비축양곡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을 보면 2011년 기준 22.6퍼센트로 1970년대 80.5퍼센트임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자급률 산정에 기준이 되는 곡물은 쌀, 보리쌀, 밀, 옥수수, 콩, 서류, 기타 잡곡이며, 이중에 쌀 자급률인 83퍼센트를 제외하면 다른 곡물의 자급률은 3.4퍼센트 수준 이다. 우리나라는 곡물의 4분의 3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며 소위 밥심이 외국 농산물에서 나온다는 말이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자급률이 계속 낮아질 경우 자원민족주의에 따른 곡물 수출 중단이나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라 식량 수급에 차질이 발생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우리나라 농지면적은 2011년 기준 총 169만 8,000헥타르 정도로 2010년에 비해 19만 1,000헥타르에 이르는 농지가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사라졌다. 이는 2020년까지 정부의 곡물자급률 목표, 32퍼센트 달성을 위해 필요한 농지면적인 175만헥타르에 훨씬 못 미친다.

곡물 등 농산물이 부족하면 수입하면 된다는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면 국내 농업 생산 기반이 붕괴됨은 물론 생명줄과 같은 농업의 대외 의존도만
키운다. 그리고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라면 외화가 없어 수입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며 국제 정세에 따라 수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사유로 어려움을 겪은 두 나라가 있다. 필리핀은 2모작 이상이 가능한 나라이며 80년대 초까지만 하여도 쌀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농업의 대외 의존도를 높이고 농업에 대한 투자 소홀 등으로 1993년부터 쌀 수입국이 되었고, 2008년 식량위기 당시 필리핀 정부는 학교 체육관을 임시 쌀 창고로 전환토록 명령하고 쌀 수출국에 쌀을 더 보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영국의 경우 1846년, 자국의 주식인 밀의 가격을 지지하는 법률인 곡물법이 자유무역론자들의 주장에 따라 폐지되었다. 자유무역으로 인해 낮은 가격으로 곡물 조달이 가능해졌지만 세계대전 상황에서 해상봉쇄로 인해 해외로 부터 식량 조달이 어려워져 심각한 식량난을 겪은 바 있다. 이후 농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지금은 곡물 자급률이 100퍼센트에 이르는 나라로 탈바꿈 하였지만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는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협은 2012년부터 우리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생명산업인 농업을 유지시키기 위한 ‘식사랑 농사랑’ 운동이 펼치고 있다. 농사랑이 농업의 가치를 회복하고 1사 1촌운동과 같은 기존의 농촌사랑운동을 강화한 것이라면, 식사랑은 우리 농산물로 만든 음식에 대한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서구화되고 있는 식습관 개선 등을 통해 우리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제2의 신토불이 운동이다. 지금까지의 농촌사랑운동이 도시민들로 부터 농업ㆍ농촌에 대한 시혜적이고 온정적인 지원을 바라던 면이 있었다면 ‘식사랑 농사랑’ 운동은 ‘식농권리장전’을 통해 도시민과 농업인에게 안전한 먹거리 소비와 생산 그리고 농업의 가치 존중과 보존 등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바야흐로 소리없는 쓰나미’라고 부르는 식량전쟁이 언제 시작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 에서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여 지속적인 생산이 일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곡물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고 농업을 지키는 방법이라 판단한다.
그래서 ‘농업’은 ‘생명’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