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낙농업계 무슨일이?
2003년 낙농업계 무슨일이?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03.15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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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과 한우·양돈·양계 부분 낙농에서 답 찾아야

항구적 수급조절책 빠진 생산 감축은 미봉책

쌀이나 고추와 같이 1년에 1회 파종해 생산하는 대부분의 농산물은 풍작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제한된 농지라는 공간에 파종이나 정식을 하고 추수 때 단위면적당 소출이 평년대비 더 생산되면 풍작이요. 그에 못 미치면 흉작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축산에는 풍작 개념이 없다. 엄밀히 따지면 사료요구율 상승과 같은 생산성을 풍작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개별 농가의 노력에 의해 나오는 것이지 기후 등 여러 조건이 잘 맞아 떨어져 생산성이 올라가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농지라는 제약에서 자유로운 축산분야의 특징으로 인해 수요대비 많이 입식되면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적게 입식되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 현상만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축산업계는 반복되는 공급과잉 상황을 맞이하고 있으며 최근 한우를 시작으로 양돈, 육계, 계란까지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에 낙농을 제외한 축산농가 전체가 허덕이고 있다.

축산분야에서 그나마 재미를 본 곳을 꼽으라면 사육두수가 늘어나면서 판매가 늘어난 배합사료업계, 동물약품업계와 같은 원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들이다.
그마저도 수직계열화로 원자재업체와 농장이 하나로 묶인 육계 등은 손실이 눈덩이처럼 더 불어나고 있다.
우여 곡절 끝에 한우, 양돈, 양계 등 축종이 정부의 도움을 받아 수급조절 사업을 진행 중에 있으나 언제쯤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로 축산업계는 하루하루 버텨내기가 힘든 상황에 내몰려 있다.

더 길어지고 깊어진 불황의 터널

과거의 경우 이러한 불황이 지속되면 폐업을 결심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생존한 농가들은 이들 폐업농가들을 발판 삼아 다시 호황을 누리는 일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2000년을 전후한 축산물 시장개방과 악성가축질병이 반복해 일어나면서 이미 떠날 사람은 떠났고 지금은 축산업에 뜻이 있는 사람들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불황의 사이클은 더욱 길어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고 호황은 짧아지면서 업계가 맞이하게 될 구조조정의 강도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불황이 현재 진행 중인 수급조절사업의 성과로 인해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언제라도 다시 공급과잉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 놓지 않을 경우 다시 2~3년 뒤 공급과잉 상황을 다시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0년 공급과잉에 어려움에 처했던 양돈업계가 3년 만에 다시 공급과잉 상황을 맞이한 것이나 2006년 이후 계속 공급과잉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양계업계 등의 사례는 3년뒤 다시 불황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03년 낙농업계 경험 이용하자

낙농업계는 2002년~2003년 이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공급과잉 상황을 맞닥뜨린 적이 있었다. 당시 잉여원유량은 하루 최대 3200톤으로 이를 처리할 분유가공 능력이 하루 1700톤 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와 있었다.

소비촉진 활동에서 시작된 수급조절사업은 젖소도태, 비유촉진제 사용금지, 군급식용량 180ml에서 250ml로 확대, 잉여원유차등가격제를 골자로한 쿼터제 도입, 마지막으로 농가폐업을 유도까지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동원하는 등 수급안정을 위해 몸부림 쳐 현재의 수급안정 기조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현재 낙농업계는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쿼터제 시행으로 증산을 하려면 다른 농가로부터 쿼터를 매입해야만 증산을 할 수 있다. 마음대로 축사를 증축하고 입식을 하는 양돈, 양계, 한우와 달리 농장의 대형화에 따른 공급과잉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것이다.

낙농업계는 이러한 수급조절 시스템을 더욱 정교화하기 위해 납유처별로 설정되어 있는 쿼터를 전국 단위 단일쿼터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생산 원유는 과잉임에도 판매가 많이 되는 몇몇 업체가 원유부족을 이유로 자사 농가의 쿼터를 늘리는 경우가 있고 전체적으로 원유가 모자람에도 개별 업체 중 판매량 감소를 겪고 있는 유업체 소속 농가는 일부 쿼터를 소각하는 일도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미봉책에 불과한 수급조절사업

현재 한우, 양돈, 양계 부분의 수급조절 사업은 이러한 항구적 수급조절 시스템을 마련하기 보다는 당장의 위기만을 모면하려는 모습뿐이다.
암소와 모돈, 종계를 도태시켜 일시적으로 공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감축 합의를 하는데도 오랜 시간을 걸렸고 성과도 미미하다. 여기에 현재 사육규모 감축 이후 어떻게 적정 두수를 유지할지에 대한 방법론도 이야기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공급과잉을 촉발시킨 주체에 책임을 물리지 않고 전체 농가가 책임을 지는 부분도 수급조절 사업의 효율을 떨어 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낙농목장의 쿼터 설정 시 과거 3년 동안 일 납유량을 평균을 내어 기준원유량을 설정했기 때문에 같은 기간 증산을 하지 않은 농가는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으나 증산한 농가들은 현재 납유량보다 배정된 쿼터량이 축소되면서 증산에 대한 책임을 지게 했다. 또한 기준원유량을 초과해 원유를 납유하게 될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 정상유대보다 많게는 50%까지 적은 금액을 정산해줌으로써 농가들이 증산에 따른 책임을 상시 지도록 하고 또 증산욕구를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하게 됐다.

현재 한우, 양돈, 양계업계는 증산욕구가 강한 일부 대형농장, 수직계열화업체의 무리한 입식 때문에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이라는 고통을 전체 농가들이 받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 할 때 현재 축산업계는 공급과잉이 되지 않도록 수요에 따른 적정생산량을 도출해 내고 수요에 최대한 근접하도록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에 나서야 한다. 물론 공급과잉을 유발하는 주체에 대한 감시 그리고 통제 수단을 만들고 인센티브와 패널티 장치도 고안해 냄으로써 이러한 불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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