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수입감소 ‘한미FTA 착시효과’
축산물 수입감소 ‘한미FTA 착시효과’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3.03.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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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도강(李代桃僵)’ 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 고대와 중세의 악부시를 집대성한 ‘악부시집(樂府詩集)’에 실린 ‘계명(鷄鳴)’ 이라는 시에서 유래됐으며 이는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해 벌레들에 갉아먹혀 희생하는 것을 형제 간의 우애에 빗댄 것이다. 후에 이 고사성어는 중국 병법에 응용돼 작은 것을 희생해 결정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뜻하게 됐다.

지난 2010년 11월 22일 한나라당 주도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전격 처리됐을 때 당시 한나라당은 한미FTA로 농업분야에 타격은 예상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국가이기 때문에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2012년 3월 15일 한미FTA가 발효되고 1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한미FTA 발효 1년간 주요성과라는 보도자료를 내며 당초 우려와 달리 농식품 수출은 증가한 반면 수입은 감소해 큰 피해가 예상됐던 농업부분의 피해가 예상보다 적었다고 총평했다.

대미 농식품 수출의 경우 지난해 대비 7% 증가한 반면 수입은 16.8%가 줄어 대미 무역수지가 흑자를 내 한미FTA로 인해 피해가적었다는 게 정부 측의 논리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일 뿐만 아니라 국내 농축산물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수입산이 그만큼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지 한미FTA의 영향이라고 보기엔 그 근거가 미약해 보인다.

또 북미 기상이변에 따라 미국내 곡물생산 및 수출이 줄어든 영향도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줄어든 중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번 한미FTA에서 관세철폐가 큰 품목들이다. FTA 발효와 동시에 기준관세가 20%p 하락한 오렌지의 경우 그 수입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11.2% 증가했으며 기존 24%의 기준관세가 완전 철폐된 미국산 체리의 경우 82.9%나 증가했다.

이점에 주목해 본다면 짧게는 5년 길게는 15년을 끝으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농축산물의 경우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농축산물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물론 농축산물이 우리나라 무역 교역량의 비중이 미미해 당장 가시적인 경제효과를 보려면 자동차 부품, 석유제품 등과 같은 곳에서 이득을 취하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미 국가정보위원회(NIC)가 ‘글로벌 트렌드 2030’ 보고서에서 2030년에는 식량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가 버리는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보다 더 귀한 시대가 도래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 점을 직시해 한미FTA에 대한 자화자찬은 접어두고 농축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시키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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