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소비지 직거래’ 자본의 이윤 추구 행위 불과
‘산지-소비지 직거래’ 자본의 이윤 추구 행위 불과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03.29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통정책, 단계축소보다 공정거래에 힘 기울여야

기술의 발달과 자본의 대형화로 투자가 활성화된 생산부분을 생각한 것이 현실로 이뤄지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더 이상 돈이나 기술이 없어 아이디어가 제품화되지 못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과거에 없던 유통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대부분 도매업계에 의존해 제품 판매를 해왔던 제조업과 소매업계가 덩치가 커지면서 직거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매업계가 중재하던 가격협상이나 재고처리 등을 제조업체와 소매업체가 직접 하다 보니 힘의 우위에 따라 제조업체가 유리하게 제품을 납품하기도 하고 또 소매업체가 유리하게 납품받기도 하면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대기업의 중소협력업체 납품단가 후리기, 대형마트와 제조사간의 분쟁은 직거래와 힘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유통문제들이다. 제조업·소매유통 대형화가 곧 직거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제조업이고 소매업이고 규모가 작았던 시절에는 직거래보다는 중간유통업체를 끼고 거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이로 인해 소매점과 제조사간 직접적인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조사가 그리고 판매업체가 점점 대형화 되면서 중간유통이 소외되기 시작했고 제조사와 소매점간 힘겨루기가 양진영이 대형화되면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결국 양진영의 힘겨루기는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TV홈쇼핑·인터넷쇼핑으로 이어지는 소매유통의 대형화가 정점에 이르면서 대부분의 산업에서 제조업보다는 유통부분 승자로 올라섰고 그 사이 중간유통업체인 도매업계는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이 같이 제조업과 소매유통의 대형화는 중간유통조직의 기능을 약화시켰고 결국 제조업체와 소매유통업체의 물류기능으로 편입됐는데 직거래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했기 때문보다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봐야할 것이다.

문제는 조정자 역할을 해왔던 도매업계가 사라지면서 불공정 거래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내내 끊이지 않았던 정부와 정치권의 대형소매유통에 대한 압박은 친기업적 성격을 가진 정부였지만 방치해서는 안 될 정도로 해악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새 정부의 농축산물 유통정책도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새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는 농식품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 나온 것처럼 직거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조정하는데 더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와 거래하고 있는 많은 농축산분야 경영체들이 대형마트와 거래만 했다하면 줄줄이 도산하거나 큰 손실을 보고 발을 빼는 사례는 수없이 많았고 농업분야에 공정거래사무국 설치로 이어졌다.

이 같이 대형마트와 거래하는 기업들이 손실을 보는 이유는 직거래가 일부 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힘의 우위에 있는 쪽으로 절감된 비용이나 편익이 넘어가기 때문으로 공개되지 않은 가격을 가지고 열위에 있는 법인들이 대형소매유통과 협상을 하다보니 이러한 일이 더욱 많이 일어나게 된다.

결국 직거래의 불투명성으로 영세 납품업자들 농축산분야 경영체들은 중간유통을 통하는 거래보다 오히려 마진폭이 줄거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산지대형화 쉽지 않다. 농축산물의 유통단계 축소는 일반 제조업체와 소매업체간 대형화가 직거래로 이어졌듯이 산지의 대형화만 이뤄낸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

문제는 넓은 농지에서 수많은 농민이 농사를 짓고 있는 우리 농업현실에서 일반 제조업체와 같은 형식의 직거래가 일어나기란 쉽지 않다는데 있다. 누군가 농지를 매입하거나 임차해 생산부분의 규모화를 이루든지,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모두 매입해 판매하는 산지유통부분 규모화를 이루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실제로 양육계부분의 경우 농지임차와 비슷한 위탁사육을 통해 생산과 유통부분의 규모화를 모두 이뤄내면서 대형소매 유통과 직거래를 하고 있고 계란의 경우 산란계농장의 대형화로 농장과 대형소매유통과 직거래가 가능해졌다.

낙농부분의 경우 농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인 서울우유와 부산경남우유가 대형소매유통업체와 직거래를 하고 있는데 계란의 경우 농장의 규모화가 가능한 장치산업이라 가능했고 육계와 낙농부분은 도축과 유가공이라는 처리를 해야만 제품화가 되는 원자재 농산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러한 직거래가 가능한 유통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와 달리 농산물의 경우 주식인 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품목이 특별한 처리 없이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농장부분이 유통부분의 대형화가 쉽지 않다.
특히 유통기한이 긴 일반제조업과 달리 유기물을 생산 판매하는 농축산물은 짧은 유통기한 때문에 산지유통이나 농장 대형화 실현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편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늘 팔지 못하면 내다버려야만 하는 농축산물의 약점은 아무리 대형화 한다 해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으로 오히려 적당한 가격에 중간유통업체에 리스크를 전가시키는 게 유리하기도 하다.
여기에 출하 초·중·말기의 가격변화, 성수기와 비수기에서 오는 수요의 편차는 농장이나 산지유통의 대형화시켰을 때 크게 벌수도 있지만 크게 망할 위험까지 안고 있다.

이러한 농산물 중간유통부분이 수행하고 있는 리스크를 분산기능을 생각할 때 단순히 유통단계를 축소하는 방향보다는 이용하는 쪽이 농업인들에게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현재 농축산물을 수집판매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LPC, RPC, 축산계열화업체, 농협 등은 대형소매유통업체와 직거래를 하고 있고 그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만 재래시장과 중소슈퍼마켓과 같은 중소형 소매점의 경우 직거래가 오히려 물류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물류의 효율성이 담보되는 수준까지 단계가 늘어난다.
정부가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의 육성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유통단계 축소를 위해 대형소매유통업체를 지원하는 일보다는 산지유통인을 육성하고 대형소매유통과 경쟁이 가능한 중간유통 즉 중도매인 육성에 더욱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