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소비·홍보 생각의 전환 필요하다”
“육류 소비·홍보 생각의 전환 필요하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3.04.07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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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축산물 소비 트랜드 변화와 대응

최근 축산물 공급과잉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축산물 전 품목에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 장기화됨에 따라 폐업하는 축산 농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각에서는 축산 농가들의 구조조정도 현재와 같은 공급과잉 상황에서 필요한 수순이라고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축산 관련업계에서는 축산물 공급이 과잉되더라도 충분한 소비지 확보만 이뤄진다면 이를 타계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소비활로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경기침체와 궤를 같이하는 소비시장의 불황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축산 각 축종 자조금에서는 축산물 반값 할인과 같은 소비촉진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해법일 뿐 안정적인 소비시장을 구축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런 행사들은 그나마 초과된 공급량을 줄이는 데 미미한 성과만 보일 뿐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축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변화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파악하는 게 선행조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을 맞아 축산물에 대한 소비 트랜드 변화를 분석하고 축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축산물 소비촉진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본다.  <편집자 주>

선호부위만 판매하는 외식업계…가격 상승 초래
저지방 부위 홍보와 다양한 판로 확보, 수출 등 장기적 안목 필요

# 육류소비 많아지고 있다

“요즘 고기 많이 사죠. 애들이 고기반찬 없으면 투정부리기도 하고 또 아이들 키 크게 하려면 고기 많이 먹여야 한다는 소리도 있으니... 또 애 아빠도 고기 없으면 힘이 안난다고 푸념하기도 하구요.”

강서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의 축산물 코너, 장을 보러 온 한 주부가 고기를 고르고 있다. 주로 어떤 부위를 구매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주부는 돼지의 경우 주로 삼겹살을 구매하고 쇠고기의 경우는 등심과 채끝 같은 부위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지방이 좀 있는 게 맛있잖아요. 지방 섭취로 인해 살찌는 게 좀 걱정이긴 한데 (지방이) 너무 없으면 애들도 잘 안먹고 해서...”라며 말 끝을 흐렸다.

지난 수십년간 국내 경제성장과 서양 식생활 도입으로 국내 육류소비는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식품 수급의 최근 동향과 시사점’에서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식용공급량을 살펴보면 곡류가 0.8%, 서류가 1.5% 감소한 반면 과실류와 육류의 경우 각각 3.5%, 4.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육류의 경우 1인당 섭취량이 13.9kg에서 43.5kg으로 3배 이상 많아져 쌀의 경우 132.9kg에서 81.5kg로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육류에 대한 소비가 폭발적인 성장세임을 알 수 있다.

육류 소비의 증가와 맞물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 때 웰빙바람이 불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도 다이어트 열풍은 계속되고 있어 육류의 저지방 부위에 대한 선호는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부일 뿐 전체 축산물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약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한국축산경제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웰빙붐에 대한 한우소비 촉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우의 경우 선호부위의 평균가격은 ’03년 4만5265원/kg에서 ’08년 5만5398원/kg으로 1만133원/kg(22.4%) 증가한 반면 저지방부위 평균가격은 3만730원/kg에서 ’08년 3만4018원/kg으로 3351원/kg(10.9%)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보고서는 소매가격에서 선호부위의 가격 증가 폭이 저지방부위 증가폭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소비자들이 웰빙 트랜드에 발맞춘 저지방부위를 선호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선호부위 가격 상승 외식업계가 주도

“돼지나 소고기 저지방 부위 먹고 싶죠. 근데 막상 일반 고깃집 오면 저지방 부위 따로 요리를 해서 팔거나 하는 곳은 거의 없잖아요. 구이용으로 삼겹살이나 꽃등심이 맛있으니까 이런 데 오면 보통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먹죠. 저지방 부위로 요리한 유명한 것도 없고 마땅한 음식도 없어서 못먹는 경우가 대다수죠. 저도 다이어트하고 있는데...”

경기도 부천의 한 고깃집. 저지방 부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한 여성의 대답이다.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저지방부위에 대한 선호는 축산물 통계에서도 나타나듯이 전체적으로 보면 그 영향이 미미하다. 하지만 점차 그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와 정육점의 부위별 판매량 추이를 보면 선호부위보다는 저지방부위 위주의 판매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사실 가정용으로는 저지방육이 많이 판매되고 있지만 전체 통계에서 선호부위 판매가 두드러진 것은 주로 외식업체들에서 선호부위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A 대형마트의 경우 선호부위인 등심, 안심, 채끝, 갈비의 판매량은 11만7403kg인 반면 저지방부위인 정육과 양지의 판매량은 85만2938kg으로 선호부위의 약 7배 이상의 저지방부위의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정육점에서도 농협경제연구소의 최근 발표자료를 보면 선호부위 1625kg(23.5%), 저지방부위 5277kg(76.5%)로 정육점 역시 선호부위 보다는 저지방부위의 판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반 가정에서는 저지방육 위주로 구매하고 있지만 문제는 육류 외식업체 등의 매장들이 매장의 가치와 신뢰도, 경쟁력 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좋은 품질의 선호부위를 구매하려고 함에 따라 선호부위에 대한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외식업체들의 경쟁적인 선호부위 위주의 판매를 하다보니 소비자들에게는 저지방부위 육류에 대한 선택권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위에서 인터뷰한 여성의 경우처럼 축산물에 대한 소비트랜드는 소비자가 결정하기보다 외식업체들의 경제논리로 재단되는 게 현실이다.

시대가 지날수록 젊은 소비자들은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경향보다는 외식을 통해 육류소비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축산물 관련 업계는 축산물 가격 하락에 대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 가격안정·소비촉진 위해 저지방 부위 홍보 필요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점점 저지방을 선호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의 이런 트랜드를 반영해야 할 외식업계는 저지방 부위에 대한 요리개발보다 기존의 관행대로 구이용에 적합한 선호부위 소비촉진에만 열을 올린다는 것.

이에 대해 서울마장축산물 시장의 한 상인은 “저지방 부위에 대한 소비촉진은 외식업계에 맡기기엔 한계가 있다. 이는 축산 자조금에서 많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저지방 부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외식업계와도 협력해 저지방 부위를 공급할 수 있는 판로 확보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축산물 생산자 단체의 한 관계자는 “저지방 부위가 잘 소비될 경우 상대적으로 선호부위에 대한 가격도 내려갈 수 있는 여지가 있고 한우의 경우 지방의 함량이 높은 고 등급 소를 만들기 위해선 비육기간도 길어져 사료값도 더 많이 든다”며 저지방 부위에 대한 소비 촉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지방 부위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경우 등급이 낮은 소들도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그만큼 사료값이 덜 들어 농가들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저지방 부위 판로확보를 위해선 저지방 부위가 소비자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를 최대한 홍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언론에서 등급이 높은 한우가 지방 함량이 높아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축산 업계에서는 이를 이용해 저지방 부위에 대한 홍보에 초점을 맞춰 위기를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염두에 둘 부분이다.

또 저지방 육류 전문점에 대한 개발, 지속적인 저지방 할인행사를 통한 친숙함 제고, 지속적인 저지방 요리개발을 통한 맛집 개발 등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해외판로 확보 등 장기적 안목 필요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박병철 회장은 최근 본지 기자와의 대화에서 국내 축산물 시장의 위기에 대해 국내 소비지가 포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이를 타계하기 위해 수출진흥기금을 마련해 축산물에 대한 해외 소비지 판로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축산물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경우 축산물 가격 하락을 해결하기 위해 수급문제를 꼽고 있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봤을 때 해외시장 개척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출은 나중 문제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박 회장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수출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최근 적은 물량이지만 일본에 돈까스를 수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일본에서 프로모션 활동 등과 같은 선제적인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2011년 홍콩과 일본에서 국내 육가공 제품에 대한 시식회 및 홍보활동을 벌였으며 지난해에도 현지 업체 당담자들과 1:1 매칭을 통한 상담을 통해 수출확대를 도모한 바 있다. 협회는 또 홍콩 및 일본에서 해외식품박람회에 참가해 국내 돼지고기 열처리 가공품에 대한 홍보를 했으며 해외 전문지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수출판로 확보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박 회장은 “수출의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면 외국의 경우 저지방 부위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국내 저지방 부위의 판로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축산물 트랜드 변화에 발맞춰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출통로를 확보하는 데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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