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수직계열화 추구해야 할 모델인가
축산 수직계열화 추구해야 할 모델인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04.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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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적 측면에선 유리…농민 상대적 열위에 갈등 증폭

‘협동조합형 대형패커’ 수직계열화의 다른 이름 ‘의미 적어’

축산분야 수직계열화사업은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축산분야 그중에서도 육계와 양돈부분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정부 지원 하에 이뤄졌다.
정부의 정책자금이 계열화사업자에게 배분되자 대기업까지 이 사업에 진출했고 결과는 수많은 기업들과 협동조합이 생겨났다가 문을 닫고 기업의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등 구조조정의 연속이었다.
축산계열화사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지 어느 덧 20년을 넘었다. 정부가 축산분야 경쟁력을 높이는 대책으로 지목했던 이 사업을 통해 우리 축산업계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축산농민들에게 축산계열화사업은 진정 경쟁력을 가져다 주었을까를 심층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계열화 그리고 수직계열화

계열화라는 말의 의미를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계열화는 동종업을 하는 사람들 또는 회사 등의 경영체가 연대, 협동조합, 인수합병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것을 말한다.
계열화 앞에 ‘수직’자를 붙이면 양상이 조금 달라지는데 이는 같은 산업 내 있는 연관산업 간의 결합을 의미한다.

축산부분의 배합사료와 종축업, 사육업, 도축업 등이 각기 다르게 존재하다가 특정 주체가 연관산업부분과 연대 또는 인수합병해 생겨난 업태가 축산수직계열화업체이고 닭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하림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계열화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노력으로 원자재 구매나 완성품 판매시 교섭력을 높일 수 있어 원자재는 좀 더 싸게 구매하고 완제품은 좀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수직계열화는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유통마진 축소, 거래비용 감소 등을 통해 비용절감 등을 목적으로 한다.
거래비용은 원자재구매, 또는 상품판매 때 발생하는 상거래 비용을 말하는데 계약, 계약의 이행, 계약이행에 대한 감시 등이 여기에 속한다. 결국 수직계열화는 다른 업체와 계약을 통해 원자재 등을 조달하거나 또 완성품을 유통시키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시도로 보통 원자재의 원활한 확보와 이로 인한 생산과 물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아무래도 외부업체를 통해 조달이나 유통하는 방식보다는 한 회사 내에서 이 모든 과정이 일어날 경우 통제가 더욱 쉽기 때문이다.

전통농업은 작은 규모의 수직계열화

전통농업은 어떤 산업형태를 취해왔을까 하고 살펴보니 전후방 연관성이 거의 없는 한마디로 농장 내에서 모든 농업 경영 활동이 일어나는 작은 규모의 수직계열화업체였다.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직접 제조해서 먹였고 가축이 생산한 분뇨는 잘 보관했다가 비료로 사용했다. 또 각종 농기계는 직접 만들거나 구매하더라도 수리는 자신이 했다.
종자는 지난해 생산된 것 중 실한 것으로 미리 준비해 두고 파종해 생산한 농산물은 수확해 건조 등의 처리과정을 거쳐 자급하고 일부는 장에 내다 팔거나 물물교환 했다.
이렇게 규모는 작았지만 한 경영체에서 농업과 관련된 모든 경제활동이 일어났던 농업은 근대 농업으로 바뀌면서 양상은 달라진다.

1970년대 녹색혁명을 거치며 우리 농업은 비료는 화학비료를 농기계도 동력농기계를 구매해 농작업을 시작했다. 이농현상으로 농민들이 경작하는 농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종자도 일부는 자체적으로 확보했지만 점차 지도소나 농협을 통해 구매해 쓰는 경우가 많아졌고 채소종자는 이제 종묘상에서 의례히 사다 쓰는 것으로 변했다.

수확한 쌀은 먹을 것만 남기고 전량 농협에 출하하고 배추는 산지유통인이 아니면 농사 지을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가 됐다.
대신 농장의 규모는 커졌고 과거 농장 안에서 일어났던 자재생산, 그리고 농산물 유통은 외부업체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축산부분도 사료와 동물약품, 종축 등을 전문업체를 통해 조달 받는 비중이 높아지더니 1990년대 들어서는 배합사료업체 없이 가축을 키울 수 없을 정도로 농장은 규모화됐고 유통도 조합, 중도매인, 육가공업체 없이는 상상할 수 없게 됐다.

농장의 전업화 대형화는 결국 계열화로

농장의 규모화는 소규모의 수직계열화 체계를 탈피하고 전후방 산업에 의존하는 근대화된 농업체계로 바뀐다.
즉 농지매입이나 임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시작한 것이고 이후 농산물 판매 그리고 원자재 조달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협동조합 결성 등을 통해 수평적 계열화에 나서게 된다.

특히 농산물 생산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던 시절에는 농민들의 구매파워, 또 농산물 판매에 있어서 우월적 지위를 누렸기 때문에 이들과 거래하는 농자재(비료, 사료, 농약, 동물약품, 종자, 종축) 회사들은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들어가게 된다.

바로 동종업계 간의 연대인 수평계열화에서 연관산업과의 통합을 통한 수직계열화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산업이 낙농유가공산업으로 유럽 등 낙농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낙농가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유가공산업을 조합을 통해 실시함으로써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스웨덴 알라푸드, 뉴질랜드의 폰테라가 있고 국내에도 서울우유협동조합, 부산경남우유협동조합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닭고기의 경우 협동조합이 수직계열화업체가 된 곳도 있지만 주류는 자본이 중심이 된 수직계열화업체가 주류를 이뤘다. 국내에서는 하림, 마니커가 대표주자이고 미국은 타이슨푸드 등 수많은 닭 수직계열화업체가 존재한다.

양돈의 경우도 태국의 CP, 칠레의 아그로수퍼와 같은 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업체, 덴마크의 데니쉬크라운과 같은 협동조합형 수직계열화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도드람, 부경양돈과 같은 양돈농협과 선진과 팜스코, 이지바이오와 같이 사료회사 중심의 수직계열화업체가 공존하고 있다.
계란의 경우는 농장이 대형화 되면서 농장이 직접 유통부분에 뛰어 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상의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개별 농장들은 원자재 구매나 농산물 출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결성해 규모의 경제를 시도하다 이후 관련 산업과의 M&A 또는 신규 진출함으로써 수직계열화 단계에 진입하기도 하고 농장에 원자재를 공급하던 업체가 상품판매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 또 농장으로부터 원료 농산물을 수집해 가공 판매했던 업체들이 원료 농산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수직계열화를 시도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가 편익 증대 실제는 계열주체 이익 독식

1990년대 우리 정부는 그렇다면 왜 수직계열화를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들고 나온 것일까.

국내 축산수직계열화 모델 도입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고 박영인 박사의 말에 따르면 가격 변동이 심한 양돈과 육계, 특히 육계의 경우 사육농가들이 생산비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해소할 방법으로 위탁사육방식을 대안으로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영인 박사는 사육은 농가가, 경영은 계열주체가 함으로써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수직계열화 사업을 실제로 산업에 적용한 주체는 농가들이 속한 협동조합이 아니라 민간계열주체들이었다.

산업의 특성이 있을 수 있겠지만 누가 더 계열화, 그리고 수직계열화 필요성을 먼저 느끼느냐에 따라 또 산업의 변화에 누가 먼저 눈을 뜨느냐에 따라 수직계열화를 진행하는 주체가 바뀔 수 있는데 낙농은 농가들이 먼저 눈을 떴다면 닭은 민간 기업들이 먼저 눈을 떴고 도전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민간 도계장을 중심으로 한 닭 수직계열화사업은 농가들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방향 보다는 계열주체의 이익에 함몰 될 수밖에 없었다.

기본 사육보수가 20년 가까이 오르지 않고 인센티브만 조정된 것이나, 계열주체와 농가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것 등을 보면 계열화사업이 당초 도입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수직계열화 육계부분의 산업화로 이어져

육계부분은 산란계 산업의 부가적 사업에서 독립된 산업군으로 분화 될 수 있었던 것은 수직계열화로 산업이 구조조정된 영향이 컸다.

닭을 키우는 농장만 존재하던 양계산업의 한 부분에서 도계장을 거쳐 판매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고 이제는 계란산업을 압도하는 양계부분 대표산업으로 자리잡게 됐다.

산란계, 육계할 것 없이 뒤섞여 비위생적으로 시장과 가정에서 도축이 되던 닭이 이제는 전문 도계시설에서 규격화 된 형태로 사육돼 위생처리되고 더불어 외식산업으로 확장되면서 농장부분의 매출보다 후방산업인 계육가공산업과 외식산업에서의 부가가치가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됐다.

수직계열화가 되지 않았다면 원료육 조달이 쉽지 않아 지금과 같은 치킨외식산업은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농가들이 수직계열화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닭을 키우는 게 불가능해 지면서 시장 독점에 따른 불만이 증폭돼 갔다.

최소한 농가들이 협업체제(사육은 농민이 경영은 계열주체가)인 육계계열화사업 참여와 경영과 사육 모두 농가들이 결정하는 과거 사육방식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제 공급과 닭 유통시장을 사실상 계열업체들이 장악한 현재의 유통환경에서 과거와 같은 단독사육은 상상하기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양돈부분의 경우 농가들이 수직계열화사업과 단독사육 중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도매시장도 존재하고 육가공업체와 농가간 생돈직거래도 활성화 되어 있어 농가의 선택권이 어느 정도 존재하기 때문에 육계 부분과 같은 갈등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소비자 보다는 출하 농민으로부터 이윤추구

계열주체의 이윤추구 행위는 소비자로부터 제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아 수익을 올리는 유가공산업과 달리 구매비용 절감을 통해 이루려는 경향이 강하다.

갈등이 있기는 하지만 유업체와 낙농업계는 원유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협상을 통해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유업체는 유가공품 판매가격을 높여 늘어난 구매비용을 보전하고 있지만 닭고기만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수급조절 실패로 가격 유지조차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에다 유제품처럼 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한 제품도 제대로 내놓고 있지 못해 대부분의 매출을 생닭 판매에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20년 넘게 농가들에게 지급하는 기본사육보수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복잡한 인센티브 체계도 농가들의 수입 증가보다는 계열주체들의 비용 절감폭이 더 커 사실상 농가들의 노력이 계열주체들에게 이전되도록 설계돼 있어 인센티브체계 내에서 이익을 영위하지 못하는 농가그룹으로부터 지속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결국 육계부분 수직계열화사업은 산업에는 유리하나 사람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결국 해소되지 못한 갈등이 20년 넘게 누적이 됐고 육계농가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외부로 표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갈등이 누적되면서 축산부분 수직계열화는 농가와 계열주체와의 관계를 법적으로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의원입법 형태로 탄생한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은 장관부령인 시행규칙 제정을 남겨둔 상황이다.

농가와 계열주체 간 사적 계약관계에 의해 진행됐던 축산수직계열화 사업은 정보의 비대칭, 교섭력의 비대칭, 다른 사육 방식 또는 계열회사 선택권이 사실상 막혀 있는 농가들의 상황을 고려해 법이 제정됐다.

수직계열화 육성보다 질서로 접근했어야

계열주체는 자본의 특성인 강한 이윤추구 본능을 제어 할 수 없었다.
결국 농가를 상대로 한 계열주체의 이윤추구 행위는 계열주체를 규제하는 법 제정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시행규칙이 제정되고 실제 법 집행이 농가들이 의도했던 방향으로 집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는 수직계열화를 정부가 나서서 권장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수직계열화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유통비용절감이나 교섭력 강화, 효율적인 원자재 확보나 원료가축 확보를 위해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모델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역할은 마지못해 의원입법 형태로 제정된 계열화관련법과 같이 수직계열화 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농가와 계열주체 간에 힘의 불균형에서 오는 시장에서의 비효율을 차단하는 역할에 주력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아니 계열화사업을 육성하더라도 농가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을 병행했다면 산업과 사람을 모두 고려한 훌륭한 산업모델로 추앙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계열화사업 도입 이후 육계산업은 날로 세련되어져 가는데 핵심종사자들의 위상 추락은 양돈분야 계열화사업이 20% 대에서 정체되게 되고 하림그룹이 양돈계열화사업에 진출하려 할때 양돈업계가 극렬히 반대 했던 것도 이러한 계열화사업의 폐해 때문이다.

대안은 협동조합형 패커뿐일까?

정부는 축산분야 계열화사업의 폐해를 넘어서는 방법으로 민간중심의 계열화사업과 경쟁이 가능한 대형축산패커를 협동조합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대책을 내놓는다.

대형패커에는 유통구조 개선, 민간계열주체의 견제, 외국 대형 축산물 수출기업과의 경쟁 등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 있지만 과연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가 정답인지는 미지수다.

양계와 양돈부분에서 현재 민간 기업의 지배력이 높은 상황에서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을 이유로 지원을 집중할 경우 불공정 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협 패커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미 후발주자로서 위치가 불안한데다가, 협동조합 특성상 조합원으로부터 비싸게 사고 또 이익은 조합원들에게 환원해야 하는 구조와 달리 민간패커들은 구매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기에야 상관이 없지만 하락기에는 농가의 사정을 봐줘야 하는 협동조합형 패커와 그렇지 않은 민간 패커 간의 차이를 극복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추진하고 있는 농협 내에서 농협패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현재 농협의 배합사료, 종축, 지역축협의 생산기반, 도축인프라, 목우촌과 안심축산 등 가공 판매망을 어떻게 연결시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무는 부여 받았으나 어떻게 농가들과 지역축협에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경쟁 업체들은 성큼 성큼 앞으로 나가고 있으니 과연 경쟁은 될 수 있는지, 견제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소한 농협 패커에 대한 지원 집중에 앞서 민간 패커와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하고 농협 패커와 민간 패커의 경쟁 보다는 협력할 수 있는 모델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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