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분리 이후' 농협 투자보다 단기손익 맞추기 급급
'신경분리 이후' 농협 투자보다 단기손익 맞추기 급급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05.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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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신경분리 성급했나…돈 있어도 투자 못하는 딜레마

지난해 농업경제 부분이 축산경제부분보다 사상 첫 흑자 결산을 냈다며 자랑스러운 성적표를 내 놓았지만, 신경분리를 추진했던 진영의 주장처럼 경제사업 부분의 대대적 혁신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보다는 단기순익을 맞추는데 더 신경 쓰고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

농협중앙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사업부분 단기순익은 농업경제 2381억1100만원 축산경제 1187억8100만원으로 매년 적자 결산을 봤던 각 분야 손익이 사상 처음 흑자결산을 달성했다.
문제는 금융부분에서 벌어들인 돈을 경제사업으로 효율적으로 끌어 올수 있는 길이 막히면서 목표했던 사업구조 개편 이후 경제 사업에 대한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정부 주도의 사업의 경우 투자가 이뤄졌지만 손익을 내는데 한계가 있는 사업의 경우 투자시점을 뒤로 미루는 분위기다.

농자재나 물류와 같은 인프라 투자는 현재 농협 경제사업 구조를 보았을 때 이익을 내는데 문제가 없지만 농축산물 가공과 판매와 관련된 사업의 경우 현재 농협의 사업규모나 노하우 등을 고려했을 때 상황이 다르다.
농축산물 유통이나 가공부분이 민간기업 중심으로 자리가 잡혀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가공과 판매부분에서 진출했다가 적자에서 허덕일 가능성이 높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축산물 가공과 유통과 관련된 인프라는 당초 계획보다 투자시기를 3~4년 뒤로 연기한 상황이고 이후에도 투자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농협중앙회 및 경제지주 관계자들은 과거와 같으면 신용부분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경제부분 신규투자시 발생하는 적자분을 해소해 가며 공격적으로 영업을 해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업부문별, 또 자회사별 자립경영을 하지 못할 경우 관련 임원과 담당직원들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신규투자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경분리가 금융부분에 치우친 투자를 경제사업으로 돌려놓기 위해 실시됐는데 오히려 투자를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농협계통은 금융부분이 캐쉬카우(Cash Cow) 역할을 담당해 왔다.
큰 투자없이 돈을 벌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농협계통의 경제사업 대부분은 신용부분에서 이익을 통해 적자분을 메워가며 사업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신경분리 요구가 커지면서 주요 경제사업장을 1단계로 자회사화하며 캐쉬카우인 금융부분으로부터 직접 지원 할 수 있는 길을 끊어 놓았고 이제는 경제사업장이 경제지주로 중앙회에서 분리되면서 간접적인 지원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제지주 내에 캐쉬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업체가 한두 개라도 포진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현재 농협경제지주 내에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체는 별로 없다. 결국 투자계획을 세웠음에도 그리고 자본금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농협의 판매사업, 가공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간경쟁업체와 경쟁할 만한 제품을 확보하고 또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야 하지만 현재 농협중앙회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브랜드 경쟁력은 농협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상품의 가치 그리고 판매율과도 연관이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와 투자가 인프라 투자보다 앞서 진행돼야 하지만 당장 올해 손익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장기적 성과로 돌아오는 홍보부분의 예산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십억원의 홍보비를 쏟아 부었던 농협한삼인은 지난해 광고선전비 사용대비 판매신장이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며 올해 홍보예산을 대폭 삭감할 분위기다.
일련의 스토리를 종합해 보면 농협의 신경분리는 경제사업 활성화에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봐도 무관하다.

신경분리는 금융부분의 독립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사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단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묻어 나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경제사업에 더 투자하지 않으면 신경분리를 하겠다며 겁을 주는 차원에서 신경분리 카드를 활용하거나 신경분리를 하더라도 경제사업활성화 대책을 수립해 투자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신경분리를 단행하는 식으로 접근했다면 지금과 같은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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