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과연 ‘데니쉬크라운’ 꿈은 꾸고 있는건가?
농협 과연 ‘데니쉬크라운’ 꿈은 꾸고 있는건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07.12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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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협동조합 추구 말과 구호뿐…농가조직화·M&A 성과 없어

우리 농협이 따라야 할 모델을 이야기 할 때 정부관계자, 학계, 당사자인 농협 임직원이나 조합장들은 하나 같이 덴마크의 데니쉬크라운, 스웨덴의 알라푸드, 뉴질랜드의 폰테라나 제스프리, 미국의 선키스트와 같은 선진농업국의 협동조합을 이야기한다.

이들 협동조합의 특징은 국가 단위 단일 품목협동조합으로 엄청난 물량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내수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마케팅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알라푸드 같은 경우는 스웨덴을 넘어 인접국가의 협동조합까지 인수합병하고 있다.
이들 협동조합은 규모의 경제를 발휘하고 유통업체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농가조직도 단일화 하면서 가격 주도권은 물론이고 수급조절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 협동조합은 말로는 데니쉬크라운과 알라푸드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이들 선진국 협동조합과 같은 적극적인 M&A나 농가조직화에 나서지 않으면서 때만 되면 이들 해외 선진협동조합을 추구할 모델이라 말하고 있어 농민들과 농민단체의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

2000년 이후 농협 축산부분의 경우 수많은 알짜 사료회사들은 놔두고 영업권이 빠진 인프라인 경주와 원주사료공장 인수라는 실책을 범하고 2000년대 중반 매물로 나왔던 팜스코와 선진, 한냉 등 양돈계열화업체와 도축장 등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결국 대기업들이 양돈부분에 진출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닭고기 부분의 경우 마니커, 성화식품, 신명 등 다수의 닭계열화업체들이 인수합병 되는 시장 변화 속에서 15년 가까이 된 음성계육공장만 바라보고 사업을 하면서 규모화의 시기를 놓쳤고 양계부분에서 농협의 존재감
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낙농부분도 덴마크푸드, 해태유업, 파스퇴르와 같은 중견유가공업체들이 매물로 나왔지만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보유하고 있던 유가공공장을 헐값에 일반유업체에 매각해 버리면서 유가공부분이 없는 낙농조합들이 일반유업체에 완전히 종속되는 상황을 낳고 말았다.

최근 매물로 나온 전남지역 최대 삼계와 오리 계열화 업체인 화인코리아에 대한 인수 시도도 사실상 포기한 상황으로 농업인들이 농협에 거는 기대와 달리 단기적 손익 맞추기에 급급해 하며 기회들을 계속 놓치고 있다.

농업부분도 마찬가지로 농자재 전문기업인동부가 화옹간척지, 새만금간척지 등에 대규모 온실을 건설해 영농부분에 참여하고, 팜슨 등 중 소 회사법인을 인수해 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견제하지 못하면서 또 다른 기업의 영농참여의 면죄부를 줄 공산이 커지고 있다.

농업인의 실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탄탄한 품목별 단일 조직화를 기반으로 강력한 수급조절을 할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전국단위 품목조합의 육성이나 경쟁관계에 있는 민간기업 대한 적극적인 M&A도 없어 현
상유지에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축산농가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축산물 가격 하락으로 기댈 곳이 없어지면서 독이 되는 줄 알면서도 민간기업의 수직계열화 시스템에 참여 농가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농협이라는 거대 협동조합도 농가들이 이탈하고 시장점유율의 하락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미국의 수많은 협동조합들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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