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나머지 축산 농가는 버리고 갈 계획인가요”
농협 “나머지 축산 농가는 버리고 갈 계획인가요”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3.08.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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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축산경제부분이 2020년까지 한우 50, 돼지 40, 계란 20%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여러 차례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이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부분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8월 6일 개최된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을 위한 임직원 토론회’에서 발표됐다.

이번 토론회 때 발표된 주요 내용의 골자는 산지조직화와 마케팅 능력제고, 농협이 컨트롤 가능한 소비지 유통망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축산경제기획부의 주제발표에서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정책개발, 종축, 배합사료, 컨설팅, 도축 및 가공인프라, 유통 및 판매채널 등의 유무형의 인프라와 인적자원을 잘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와 토론회 때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서 좀 더 그림을 크게 그리지 못한 부분에 있어 아쉬이 남는다.

농협이 발표한 이번 사업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면 현재보다는 축산물 판매에 있어 농협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맞지만, 점유율 목표에서 알 수 있듯이 한우농가의 50%, 돼지는 60%, 산란계농가의 80%는 역으로 생각하면 협동조합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가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

농가들의 인적공동체인 협동조합이라는 큰 배에 일부 농가만을 승선시키겠다는 것이다.

농협 그리고 정부는 지금까지 농협개혁을 이야기하며 모델로 내세운 곳이 데니쉬크라운이나 폰테라와 같은 선진국 협동조합을 따라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정부의 지원을 합리화했다. 데니쉬크라운, 폰테라가 어떤 협동조합인가 데니쉬크라운은 덴마크 양돈 산업의 95%를 점유하는 독과점 조합이고 폰테라는 뉴질랜드 낙농유가공산업의 95% 이상을 점유하는 독과점 조합이다.

다시 해석하면 전체 농가의 95% 이상이 참여하는 사실상의 단일조합, 단일 산지조직체라는 이야기이고 거의 대부분의 농가들이 협동조합 시스템 내에서 생산과 판매를 하고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반해 우리 농협은 전체 농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농가만을 끌고 가겠다고 선언했다.

농협은 지금까지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의 배합사료 또는 축산물 판매 시장만 확보하면 민간에 대한 견제 역할을 통해 전체 농가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야기한다.

이 같은 논리는 실제로도 사료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축산물 기준가격 제시라는 공익적 역할을 통해 일정부분 농가들 실익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 농협에 요구되고 있는 것은 일부 시장점유율 상승이 아니다.
귀가 따갑도록 이야기한 데니쉬크라운, 폰테라와 같이 전체 농가들이 참여해 협력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축산시스템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농가들이 이용하는 배합사료와 도축장에 따라 농가들의 수입이 달라지고 생산할 수 있는 축산물의 양이 달라지는 경쟁구도, 여러 산지조직이 경쟁하는 축산시스템이 아니라, 함께 생산하고, 함께 판매해 이익을 공유하는 선진국과 같은 협동조합 중심의 축산환경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협동조합과 현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민간수직계열화업체, 민간사료회사와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나와야 하고 데니쉬크라운과 같이 독과점적인 위치에 올라서더라도 민간기업도 동반성장할 수 있는 사업모델 개발에 나서야 한다.

또한 농가지원, 원자재 구매, 원료축산물의 산지유통 등의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농협의 최대 인적자산인 회원축협의 구체적 임무는 무엇이고 수익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

함께 생산하고 함께 판매하고 함께 이익을 공유하는 협동조합형 패커는 일부 농가만이 참여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대군농가든, 중소농이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모델마련에 정부도 농협도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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