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박성권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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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용 기자
  • 승인 2013.08.23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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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송아지 조기이유

한우는 수세기 동안 우리의 삶과 함께 해왔고 한국인 고유의 입맛을 지켜왔다. 우리나라 농업생산액 중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역사의 산증인인 만큼 긍지를 가지고 지켜야 할 중요한 유전자원이다. 하지만 최근 한우산업은 자유무역체제의 시작과 더불어 지구온난화, 사료비 상승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한우 가격은 하락세에 있고 사육비용은 치솟아 기를수록 적자를 보는 상황마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수록 한우를 키우는 농가에서는 기초부터 튼튼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암소관리와 보유하고 있는 암소에 맞는 정액 선택 등을 통해 우리 농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우 개량이 우선이다. 하지만 치밀한 관리가 동반되지 않은 개량작업은 몇 년이라는 시간을 아무 의미 없이 소비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도 한다.

특히 농가에서는 개량과 동시에 사료에 첨가제를 섞거나 장기사육 등의 사양관리를 통해 육질을 향상시키려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무작정 소를 오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지양해야 한다. 거세우를 30개월 이상 사육했을 때 출하월령별 경락 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필자는 한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한우의 영양생리를 정확히 파악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농가에서 송아지 때부터 철저히 사양관리를 해 준다면 소가 잘 크고 육질도 좋아져 사육시기가 단축될 뿐만 아니라 고품질 한우를 생산할 수 있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어미젖으로부터 영양을 공급받는데 이는 반추위 발달과 추후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출생 후 섭취하는 초유의 중요성은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적정 이유시기에 대한 의견은 다소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농가 대부분은 2개월령에 이유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늦으면 생후 100일 이상 어미소와 합사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비유생리상 어미의 유량은 출산 후 점차 감소해 80일령에는 비유량이 거의 바닥에 이르기 때문에 이후의 포유는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영양면에 있어서도 송아지 요구량에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어미 곁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미의 젖과 먹이로부터 감염돼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으며 특히 설사 발생율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조기이유는 어미소의 호르몬 분비체계에 발생할 수 있는 이상을 줄임으로써 경제적인 번식간격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조기이유는 신생송아지의 경우 생후 7일령까지 포유를 시킨 후 어미와 격리해 대용유와 인공유를 급여하면서 실시하는 방법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생시체중이나 발육정도를 고려해 생후 6주령 정도로 목표를 잡아도 무방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신장은 30년 전보다 10cm 가량 더 커졌다. 그 이유는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이 윤택해 짐에 따라 영양의 섭취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축도 어린시기에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으면 더 잘 크고 육질도 좋아진다. 조기이유를 통해 어미젖으로 부족했던 영양이 충분히 공급됨으로써 송아지의 성장 및 발달에 좋은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특히 반추위의 발달은 반추위내 융모의 성장과 직결되는데 입질사료나 인공유 섭취를 통한 충분한 영양공급이 융모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물론 어린송아지에 인공유 등의 사료 급여와 이유 스트레스 관리 등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조기이유를 통해 출하시기를 2달만 앞당긴다고 가정해도 그 경제적 가치는 충분하다.

실제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초유를 뗀 10∼14일령의 한우 송아지에 이유를 실시하고 3개월간 대용유와 인공유 사료를 급여해 본 결과 성장에 지장이 없고 설사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출하성적과 마블링 인자의 변화 등이 분석되면 송아지 사양에 있어 많은 참고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가축의 영양대사 조절을 통한 성장 및 품질향상 기술은 짧은 기간에 그 효과를 볼 수 있고 많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만큼 유전자 변형이나 화학제제의 사용 없이 건강하고 안전한 축산물생산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개발이 우리나라 한우농가에 힘을 실어주고 한우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큰 힘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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