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의원 “고위 공직자 조카, 가짜 토익성적표로 공공기관 입사”
김우남 의원 “고위 공직자 조카, 가짜 토익성적표로 공공기관 입사”
  • 제주=한승화 기자
  • 승인 2013.10.1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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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으로 작년에 개원한 농림수산식품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의 직원채용 과정에서 비리의 정황이 드러났다. 농축식품부 고위공무원 출신 인사의 조카가 가짜 토익성적표를 제출해 합격하고 근무하다가 이번 국정감사 자료요구 과정에서 적발됐다.

김우남 민주당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은 14일 농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문제의 직원은 토익성적 부족으로 서류전형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되자, 가짜 토익성적을 제출해서 점수를 올렸고 결국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농정원 내부의 조력자나 기관 고위직의 도움이 의심되는 정황들이 몇몇 발견됐다.

문제의 직원은 서류접수 시 895점의 토익성적표를 냈지만 서류마감직전, “945점인 성적표가 있다”고 주장하며 인사 담당자에게 정정을 요구했고 그게 받아들여져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당시 공고된 지원자격은 토익 700점 이상이었고 토익점수 배점표는 공지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만약 문제의 직원이 기존의 점수를 제출했다면 서류전형에서 탈락할 상황이었기에 평범한 지원자로서는 알 수 없는 ‘토익점수 배점표’와 그에 따른 서류탈락가능성을 미리 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전화상으로만 945점 토익성적표 보유를 주장한 뒤, 면접 당일 날 지참해야할 성적표는 제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난히 합격했고 지난 1년간 재직해왔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실이 관련 토익성적표 자료를 요구하자 이 직원은 성적표를 위조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농정원은 ‘성적확인 이미지파일’을 채용당시 출력해 보관했다고 주장하다가, 위조가 발각되자 “한 달 전쯤 파일을 제출받았다”고 사실관계를 수정하는 등 조직적 은폐시도가 의심되는 수상한 모습을 보였다.


농정원의 수상한 행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농정원의 채용과정은 ‘가짜 토익성적’을 인정해 준 허술한 시스템 외에 전반적으로 다양한 비리나 개입이 가능한 요소를 담고 있다.


먼저 이력서양식에 부모 등 가족모두의 출신도(道)를 기재하게 돼 있다. 농축식품부 산하기관24곳 중 가족의 출신지를 묻는 기관은 농정원이 유일했다. 특정지역 출신을 ‘우대’하거나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게 하게하고, 실제로 작년 9명의 합격자 중 7명의 부모가 경상도출신으로 드러났다.


또한 서류 전형 점수 부과와 면접과정의 점수 산정에도 의심의 여지가 충분하다. 문제의 직원은 농정원 홈페이지 기관소개 문구를 그대로 베낀 정도의 수준의 ‘직무소견서’를 제출했지만, 서류전형 합격자 45명 중 단 3명밖에 못 받은 만점을 기록했고, 5명의 외부위원들로 이뤄진 면접에서도 4명이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줘서 면접대상 45명 중 4등으로 통과하는 등 의심이 가는 정황들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김우남 의원은 “그간 공기관의 채용비리나 불공정사례는 규모가 작은 산하기관에서 많이 적발됐다”며 “지켜보는 눈이 많고 감사가 잦은 중앙기관보다, 감시가 소홀한 산하기관에서의 부정한 채용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중앙부처 고위직출신이 기관장인 기관에서 흔히 보이는 채용비리는 두 가지”라며 “기관장이나 고위직인사 자제가 편법을 써서 직접 들어오거나, 타 기관장에게 청탁을 해 입사시키는 게 보통인데 국정감사 등에 의한 국회감시가 심해지면서 최근엔 적발이 어려운 후자가 더 많이 쓰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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