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수의매매 비중 10.1%, 비상장 품목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
정가수의매매 비중 10.1%, 비상장 품목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3.11.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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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매인·출하자, 수의매매 보다 경매 방식 선호

<정가수의매매 긴급진단>
비상장품목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

정부는 지난 5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오는 2016년까지 정가수의매매를 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통해 가격변동성 완화로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향후 상물 분리로 물류비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정가수의매매 확대에 적극 참여한 도매시장 법인 및 중도매인에게는 정책자금 지원에 있어 우대한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그러나 현재(9월) 가락시장 정가수의매매 비중은 10.1%로 점진적으로 증가 추세이긴 하지만 대부분 수입과일과 경매 비활성화 품목 위주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정가수의매매 확대 성과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정가수의매매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사항에 대해서 살펴봤다.                                                       <편집자 주>

◈정가수의매매제도란?
지난해 농안법 개정으로 20년 넘게 경매제가 거래원칙이던 국내 도매시장에서 정가·수의매매라는 또 다른 거래원칙이 법적으로 허용됐다. 농산물 유통의 역사는 이 시점을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 위축돼 가던 도매시장이 다시금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가·수의매매란 정가매매와 수의매매를 합친 말이다. 여기서 정가매매는 출하농산물에 일정한 가격을 제시해 판매하는 일종의 정찰제다. 또 수의매매는 특정한 판매자가 구매자와 직접 상대해 가격을 흥정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풀어서 얘기하면 정가·수의매매는 출하자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 값을 스스로 제시하거나 경매사·중도매인과의 흥정을 통해 값을 결정하는 거래방식이다. 보통은 경매사(도매법인)가 출하자와 중도매인 사이에서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정가·수의매매를 활용할 경우 출하자의 가격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거래 당일 수급물량에 크게 영향을 받지않는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출하자 입장에선 경매나 정가·수의매매 중 하나를 택할 수 있어 거래방법에 대한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정가수의매매 현황 및 문제점
지난해 2월 농안법 개정으로 마침내 정가·수의매매가 아무런 조건없이 경매와 동등한 거래원칙으로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도매시장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경매제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대형할인점 등 새로운 유통주체들과의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정작 도매시장 당사자들은 현재 도매법인, 중도매인 등 서로간의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정가·수의매매를 제대로 활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도매법인들의 경우 정가·수의매매가 장기적으로 경매제의 단점을 보완해 주면서 도매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데는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정가·수의매매는 도매법인 경매사의 중개 역할이 중요한만큼 거래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도매법인이 져야 해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이에 앞서 산지와 소비지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갖고 출하자와 중도매인 사이에서 거래를 조정할 역량 있는 경매사 충원 등도 선결해야 할 과제다.
또 정가·수의매매가 정착되려면 지금까지 경매제를 통해 분산되던 물량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소비처를 개척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결국 정가·수의매매를 당장의 기회로 활용하기보다는, 도매시장에서 선택가능한 거래제도가 하나 더 추가된 정도로 해석하면서 시간을 두고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도매법인들은 선진 일본 도매시장에 직원을 파견하거나, 내부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또 대형할인점과의 거래를 타진하는 등 정가·수의매매 활용을 위한 다각적인 시도를 넓혀가고 있다.
반면 중도매인들은 도매법인(경매사)에 대한 예속화를 우려하면서 정가·수의매매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경매사의 중개에 의한 거래인만큼 어떤 중도매인과 거래할지도 경매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대형할인점 등이 출하 물량을 선취로 가져갈 경우 중도매인들은 남은 물량을 처리하는 역할에 그치게 된다면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경매사와 중도매인들 조차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출하자들도 정가·수의매매를 원하는 경우가 드물다. 정가·수의매매는 출하자에게 안정된 가격을 보장하고 농산물 가격 급등락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아직까지 관련 교육이 부족해 정가·수의매매에 대해 모르는 출하자와 중도매인들이 많다.

◈향후 개선사항
농협공판장 등 주요 청과도매법인들이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해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긴 하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위한 토론회에서 공판장과 중도매인, 출하농가 등 유통주체들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경매사, 중도매인, 출하자의 교육에 앞장서겠다며 농협이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통해 도매유통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예전에 경매제를 정착시킬 때처럼 정부가 나서 정가·수의매매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주는 등 제도 정착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안유영 사무관은 “도매시장별로 정가수의매매 실적조사를 꾸준히 하고 있고 협의회도 구성해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며 “천안도매시장의 천안청과, 대전 노은농산물도매시장의 대전중앙청과는 타법인과 차별화해 중도매인들과 함께하는 정가수의매매를 시행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윤도언 도매시장팀장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에서 법인소속 경매사들을 대상으로 정가수의매매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정가수의매매를 하는 곳은 매수집하도 가능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반대로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이광형 사무총장은 “도매시장법인 평가항목에 정가수의매매가 포함되다 보니 도매법인들이 쌍방간의 합의가 아닌 가짜로 기록상장할 우려가 있다”며 “지방도매시장 같은 경우는 자본잠식을 당할 수도 있는 만큼 손실보전을 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김수길 과장은 “정가 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한 산지 조직화, 중도매인 규모화가 미흡하고 각종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며 “정부의 산지 규모화 정책에 부합하는 중도매인 규모화를 유도하고 정가수의매매 실적에 대한 평가 가점 등으로 시설현대화 사업과 연계한 점포 배정 자료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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