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 앞서 농가소득보전 위한 안전망 필요
시장개방 앞서 농가소득보전 위한 안전망 필요
  • 김지연 기자
  • 승인 2014.01.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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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다원적기능·생산과 연계한 직불제 도입

가격보전·수입보전 등 보험방식 안전망 도입 검토

2014년 농업전망은 ‘농업·농촌의 새로운 도전과 미래’라는 주제로 1월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가운데 ‘제3부 대외여건과 수급 및 소득지원제도’ 3분과 소득안정에서는 정원호 부연구위원의 ‘왜 수입보장보험인가’에 이어 김태곤 연구위원의 ‘주요국가의 농가소득지원제도:미국·EU·일본을 중심으로’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왜 수입보장보험인가= 수입보장보험(이하 수입보험)은 제한적인 범위에서라도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피해보완대책의 일환으로 도입 검토했던 농가단위 소득안정직불제의 대안으로 도상연습 중인 수입보험은 한중 FTA와 TPP 등 추가 시장개방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하락과 이에 따른 농가소득 불안정 해소 방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수입보험 도입을 위한 국내 여건 부족과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여타 선진국들의 수입(또는 소득)보험 미실시를 감안할 때 일부 품목에 한해 제한적인 보장범위에서 도입될 것이다. 도입되더라도 상당 기간은 기존의 직불제 등 경영안정제도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운영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수입보험을 기존 직불제 대체 수단 또는 수입보험 중심으로 경영안정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은 시기상조이다.
수입보험은 도입검토 단계로서 점진적 도입단계를 거쳐 문제점 시정 및 제도보완이 요구되므로 정착까지는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도 1996년 수입보험 도입 이후 기존 직불제와 병행 운영했으며 수입보험이 안착된 최근에야 2012년 농업법에서 수입보험 중심의 직불제 개편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특히 쌀에 대해서는 최근 쌀 정책 추진의 대내외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쌀 변동직불제를 유지하며 여타 품목에 대해 수입보험이 안착된 후에야 비로소 도입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 구축 방안으로는 그동안 재해보험에서 축적한 농가단위 수확량 및 감수량 자료를 기반으로 수입보험 운영 시 추가될 실제수확량이 일관성 있게 축적될 수 있도록 재해보험 통계 인프라를 재구축해야 한다.
가격자료의 경우 거래규모가 크고 객관적인 가격 형성이 가능한 1개 도매시장가격의 시계열자료를 벤치마크로 활용함이 바람직하다. 수확량만 보장하는 재해보험의 경우에도 손해평가의 효율성과 공정성문제가 시급한 개선과제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으므로 수입보험 설계 시 가급적 손해평가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도상연습에서 효율적 손해평가 방안을 감안한 다양한 수입보험 구조 및 운영방식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농가 수요조사를 통해 농가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품목, 제도설계 및 운영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농작물재해보험의 경우 2001년 도입당시 5개 품목에서 현재 40개 품목으로 급속히 확대됐으나 가입률은 2012년 말 기준 13.7%에 불과해 사과, 배 등 일부 과수품목을 제외하고 과연 농가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수입보험 설계 및 품목선정 시 소요되는 행정비용 등을 감안해 수입보험 설계단계부터 실제 수요자인 농가의 수요를 신중하게 파악해야 한다. 또한 기존 재해보험의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한 제도설계 및 운영방안을 마련해 운영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수입보험은 재해보험에 비해 보장범위가 넓고 추가적인 고려사항이 요구되므로 가입자의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예상되는 역선택 문제로는 저품질·고위험 농가의 가입 증가, 기준가격이 높은 품목에 가입 집중 등이 있으며 보험가입 후 경작태만, 보험금 수령 후 가입탈퇴, 허위신고 등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요국가의 농가소득지원제도=미국·EU·일본을 중심으로= 2013년은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가가 공통적으로 농정개혁을 단행한 해이다. 미국은 대폭 지체되고 있기는 하지만 2013년 농업법 제정, EU는 제4차 CAP(유럽 연합의 공동 농업정책) 개혁, 그리고 일본은 농업의 성장산업화를 위한 정책개혁 등을 시도하고 있다.
농가소득지원제도와 관련한 정책개혁을 살펴보면, 미국은 새로운 농업법 제정을 둘러싸고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상원안의 핵심적인 내용은 현행 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신 ‘농업위험관리제도’(ARC)라는 일종의 수입보장제도의 도입을 시도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제도는 종전의 가격기준(고정직불, CCP)이나 수입기준(ACRE) 등을 혼합한 다중의 보전방식에서 ‘수입기준’으로 단일화 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것은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수입의 변동에 대해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지불기준을 ‘과거’의 단수와 식부면적에서 ‘현재’의 단수와 식부면적을 연계해 현재의 경영위험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EU는 종전의 단일직불제를 ‘기본 직불제’와 다양한 ‘가산형 직불제’로 개편해 2015년부터 실시한다. 전반적인 CAP 예산제약 속에서 소득지지의 근거를 가격 하락이나 비용 증가에서 찾지 않고 농업이 가지는 환경이나 생태 보전이라는 공익성에 근거를 둔 제도개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가산형 직불제 중에서 그린 직불제를 종전의 단일직불제 예산총액의 30%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납세자나 환경단체의 요구에 대응해 농업의 공익성을 강조했다. 신규취농자, 조건불리지역, 영세농가 등에 대해서는 특별 배려를 한 점이 특징이다.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생산과 연계한 직불제의 부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시장개방의 영향으로 농업이 침체되는 상황 속에서도 농업을 성장산업으로 위치 설정해 규제완화와 농업지원을 병행하는 구조개혁을 단행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쌀 과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쌀 직불제와 연계한 쌀 생산조정제도를 폐지한 것은 획기적이다. 쌀 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신에 논에서 사료용 쌀을 비롯한 전략작물을 증산하고 다원적기능 직불제를 도입해 전체적으로 농가소득을 지지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동시에 쌀 생산비 절감, 다양한 경영주체 육성, 6차산업화 등을 통해 향후 10년 후 소득을 2배로 향상한다는 목표도 설정해 두고 있다.
직불제는 그동안 농가의 ‘경영안정’을 보장하고 국민이 기대하는 ‘공익성’을 확산하는 정책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EU와 일본의 개혁에서 보면 이러한 두 가지 서로 다른 기능이 혼합돼 가는 경향이 있다. 즉 예산제약 속에서 농가의 소득지지 근거를 다원적 기능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시장 개방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농산물 수입국 입장에서 직불제 개편을 논의할 때에는 △쌀을 포함한 일부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점 △농지 감소와 고령화에 의한 식량 공급력이 약화하는 점 △환경에 대한 배려와 안전한 농식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반영한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소비가 감소하는 쌀농업의 보호수준을 낮추는 대신에 소득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환경이나 생태 등과 연계한 다원적기능 직불제, 수요가 늘어나는 작물 중에서 국내생산이 가능한 작물을 전략작물로 육성한다는 관점에서 생산과 연계한 직불제 등의 도입과 확충이 요구된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농업의 생산력 향상과 지속적인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귀농자, 영세농가, 조건불리지역 등을 배려한 직불제 도입, 그리고 국내외적 요인에 의해 증폭되고 있는 위험을 관리해 경영안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보전’방식, ‘수입보전’방식, ‘보험방식’ 등 다양한 형태의 안전망을 정비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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