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SOP로는 전염성 악성가축 질병 차단 못 해
현재의 SOP로는 전염성 악성가축 질병 차단 못 해
  • 홍귀남 기자
  • 승인 2014.02.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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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차단 위해 야생조류 대응 매뉴얼 더 구체화 필요

지난 1월 16일 전라북도 고창지역 종오리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신고가 접수된 이후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소강상태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이번 AI는 과거 4차례 발병한 'H5N1'형이 아닌 'H5N8'형이다. H5N8형은 1983년 아일랜드와 2010년 중국에서만 두 차례 발병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다른 발병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단백질과 N단백질로 구성되는데 고병원성을 지닌 AI는 대부분 H5·H7과 N1·N2·N8·N9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H5N8형은 기존 H5N1형과 혈청형이 다르지만 감염증상과 병원성은 H5N1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AI 발병농장에서 H5N8형 바이러스를 분리해 분석한 결과 인체감염 사례가 있는 H5N1형과 H7N9형에서 보이는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지 않아 사람이 H5N8형 AI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고, 설사 감염됐다 해도 현재 보유한 항바이러스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닭·오리 등 가금류에는 치명적으로 H5N8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오리는 폐사율이 20∼30%에 달했으며 닭은 무려 90%에 육박하는 폐사율을 보인다.

바이러스 생존력은 4℃ 온도에서 분뇨 내에서는 최소 35일간, 계사 오염 먼지에서는 2주간 생존한다. 오염된 물에서는 22℃에서 4일간, 0℃에서 30일간 생존하고 오염된 가금육에서는 70℃ 30분, 75℃ 5분, 80℃ 1분간 열처리 시 사멸한다. 잠복기는 수 시간에서 2~3일이지만 OIE에서는 최장 잠복기를 21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AI는 한때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으나 2월 6일 AI 청정지역 강원도에서도 철새 분변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와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AI 발생이 확인돼 가금농장의 이동제한 및 살처분이 이뤄졌다.

방역당국은 AI의 전국적 확산을 막기 위해 발병농장은 물론 발병농장 반경 3㎞ 이내 가금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오리 등도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있다. 15일 기준으로 178개 농장에서 사육하던 닭·오리 등 가금류 379만3천마리가 살처분됐고 추가적 발생으로 살처분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살처분된 379만3천마리는 2006∼2007년 AI 사태 때 살처분한 280만마리를 이미 넘어섰다.

살처분에 투입된 인력 및 장비도 상당하다. 매몰처리 인원도 공무원, 군·경, 민간인 등 1만2천명, 굴착기·덤프트럭 등 장비도 250여대가 투입됐다. 이동통제소도 통제지역 110곳, 기타지역 568곳 등 전국적으로 678곳에 설치‧운영에 16만명이 투입됐다.

 국내 고병원성 AI 발생 사례

살처분이 최선?…발생 시마다 천문학적 피해

 국내에서 AI가 최초 발생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고병원성 AI는 5차례 발생했다. 1차 발생은 2003~2004년(102일간) 전국 10개 시군에서 19건이 발생, 392농가에서 528만5천마리가 살처분됐다. 살처분 보상금 등으로 874억원이 지원됐다. 2차는 2006~2007년(104일간) 5개 시군에서 7건이 발생, 460농가 280만마리가 살처분, 보상금으로 339억원이 지원됐다. 3차는 2008년(42일간) 19개 시군에서 33건이 발생, 1500농가 1020만4천마리가 살처분, 보상금으로 1817억원이 지원됐다. 4차는 2010~2011년(139일간) 25개 시군에서 53건이 발생, 286농가 647만3천마리 살처분, 보상금으로 807억원이 지원됐다. 5차는 현재 진행 중으로 379만3천마리가 살처분됐으며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며 그에 따른 보상금과 농가 경영안정자금, 방역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비용은 1천억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5차 AI는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 종오리 농장에서 AI 의심신고 접수, 17일 고병원성 AI로 확진된 이루 전북 부안, 전남 해남, 경남 밀양, 충남 천안, 충북 진천, 경기 화성, 강원 원주지역까지 확산됐다. 1~4차 AI는 H5N1형으로 이번 발생한 H5N8형과는 다른 유형이다.

과거 AI 시기병 발생 빈도를 살펴보면 발생 4주까지 전체 발생 횟수가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1차에서는 4주까지 전체 19건 중 16건, 2차는 7건 중 4건, 3차는 33건 중 23건, 4차는 53건 중 40건이 발생했다. 즉, 초기 진압 여부에 따라 발생 피해를 추정할 수 있다.

▲국내 AI 발생 현황 및 피해

  AI 감염경로 및 대응 방향

살처분 범위 3km 확대, 일시 이동중지명령 발동

 현재 발생한 AI는 정확한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아 야생조류(철새)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잠정 추정하고 있다.

야생조류 검사 결과, 최초 발생지 전북 고창지역 동림지에서 가창오리, 큰기러기 등 야생조류 분변에서 H5N8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검사 의뢰된 야생조류 분변 및 폐사체 등에서도 양성이 확인돼 야생조류로 인한 AI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당국에서는 전북 고창 AI 감염 의심신고 이후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안전행정부 및 지자체, 국방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로 감염축 및 의심축 살처분, 이동제한 등 방역을 추진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행된 차량등록제의 데이터를 활용해 의심농가의 차량을 바로 추적 조사할 수 있어 신속하게 대응이 가능했다.

AI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확대했다. 살처분 범위를 발생 농장에서 기존 500m에서 3km로 확대했으며 발생 농장으로부터 반출된 축산물이 들어간 도축장 등 관련시설을 폐쇄했다.

또한 2010년 도입된 전국 일시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이 처음 발동했다. 1월 19일 00시부터 1월 20일 24시까지 48시간 동안 전남·북, 광주광역시 지역 내 가금류와 이와 관련된 종사자 및 출입차량에 대해 ‘standstill’이 발동했다. 이어 1월 27일 6시부터 18시까지 경기, 충남·북, 대전광역시, 세종시 지역에 2차로 ‘standstill’이 발동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도 2004년, 2005년, 2007년, 2009년, 2010년 등 5차례 AI가 발생했으며, 2011년 AI 청정국을 선언했다. 일본도 야생조류에 의한 AI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야생조류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에 관한 대응 매뉴얼’을 준비해 놓고 있다. 매뉴얼에는 평상시에는 조류의 감염 예방을, 발생 시에는 각 기관별 역할과 정보공유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발생 신고에서 확정까지 단계를 나눠 행동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 야생조류에 대한 구체적 지침 마련

 일본 매뉴얼은 우리의 SOP에 비해 농가방역 관련 조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우리의 SOP는 농가방역 수칙으로 농가예찰에 방역단계별로 나눠 농가 주요사항 및 산란율, 폐사율, 소독여부를 조사하도록 되어 있다. 일본은 농장이 사양위생관리표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와 야생조류 침입방지대책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또한 100마리 이상의 가금을 소유한 농장은 모두 사양위생관리 대상 농장으로 지정하고 있다. 즉, 일본 매뉴얼에는 우리의 SOP 규정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으며 야생조류에 대한 다양한 조치 및 준비 사항들도 구체적인 지침으로 규정되어 있다.

 피해액

과거 학습으로 회복까지 1개월

 178개 농장(2월 15일 기준)에서 사육하던 닭·오리 등 가금류 380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는 2차 AI 발생 살처분 마리수를 넘어서 살처분 보상금으로 지급된 339억원을 넘어섰다. 정부에서는 이번 사태에도 살처분한 가금류 한 마리당 평균 1만500원에서 1만1000원을 보상할 예정이며, 피해 농가 생계‧소득안정 지원금, 가축입식 자금,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포함하면 피해규모는 최소한 4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의 피해액은 살처분 농가에 대한 피해액일 뿐 이동제한에 포함된 농가 및 관련산업 피해액을 포함하지 않아 이번 AI 발생으로 피해액은 추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 발생에 따른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고 닭·오리고기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범정부차원에서 소비촉진 행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AI로 인한 소비 감축이 심각한 수준에 와 있는 것이다. 최근 닭고기, 오리고기 소비실태 조사결과 AI 발생이전 대비 판매액이 각각 60~7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간접 피해액(가공업체 등의 재고물량이 증가로 인한 가공업체의 피해와 이동제한 및 살처분으로 인한 농가의 피해 등 현재 보이는 피해 외에도 향후 소비 회복에 걸리는 시간까지 피해액)은 얼마나 될 지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 1차(2003~2004년) AI 발생 시에는 닭고기 생산이 감소하고 국내 양계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에 힘입어 AI 최초 발생 후 약 2개월이 지나면서 육계 가격은 회복세를 보였다. 2차 발생 시에는 육계 가격은 1차보다 하락폭이 둔화됐다. 이는 AI 안전성에 대해 학습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AI 발생 마지막 시점 이후 1개월이 지나 가격이 회복세를 보였다. 과거의 사례를 토대로 이번 AI로 인한 가격 하락은 마지막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전국 하나로마트 등 170여개소의 육계 가격은 40%, 계란 20%, 오리 55%가 AI 발생 전보다 하락했다(2월 14일 기준).

AI로 인한 피해는 직간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과거 3차 AI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은 6324억원으로 1차 1126억원의 5.6배, 2차 582억원의 10.9배에 달했다. 그 당시 분석을 담당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AI의 경제적 피해를 생산단계, 육가공 공장∼유통단계, 최종소비자 판매 단계로 나눠 생산단계에서는 3124억2000만원, 살처분과 판로 봉쇄로 인한 직접 피해액은 2719억원, 사료업계의 영업이익 감소에 따른 간접 피해액 30억원, 정부의 방역 및 살처분 활동에 소요된 비용과 특별교부세로 375억2000만원, 육가공 공장에서 유통 단계까지는 5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최종 소비자 판매단계에서의 피해액은 3142억원에 달했다. 외식업체 피해액은 4월과 5월 매출 감소액을 각각 20%, 40%로 적용했을 때 2715억원, 소매업체도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로 427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방역정책 추진 방향

인근 국가와 공조체계 구축

현실 반영된 정책으로 전환

 이번 AI 발생은 정부의 SOP의 문제점을 다시 보여줬다. 초기 발생부터 잘 못된 정보를 제공으로 사태를 키웠으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조류에 대해 지상 방역으로 밖에 대응하지 못하는 등 한계점을 드러내며 문제점을 보였다.

정부의 SOP 대응 매뉴얼이 보완·수정되지 않는다면 추후 AI, FMD 등 월경성(越境性) 가축질병 발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가축 질병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한 다시 한 번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매번 야생조류에 의한 AI 바이러스 유입으로 AI 발생이 추정되고 있어 야생조류에 대한 매뉴얼이 정비가 시급하다. 야생조류나 야생동물로부터 바이러스가 농장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야생조류 집중감시 시기, 경보발령, 농가 행동요령 등 농장 단계의 차단방역을 포함한 대응기술의 매뉴얼 정교화가 필요하다.

농가와 정부의 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하고, 공개정보를 매뉴얼화해 충분한 정보제공과 중앙 정부 조직과 지자체 조직과의 긴밀한 협조체계가 지금보다 더욱 강화돼야 한다.

질병 발생 시기 외에도 평상시 정보 주도의 정보 수집 외에도 민간 주도의 정기 예찰 관련 정보들도 정기보고 의무화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월경성 질병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팀을 구성해 항시 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질병 발생 시 효과적인 통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언론매체들로 인한 2차 전파 가능성 및 과도하고 잘못된 언론정보 확산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AI는 월경성 질병으로 중국, 일본 등 인근 국가와 긴밀한 협조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월경성 질병은 가축 및 야생동물 및 관련된 요인 이외에도 자연조건과 사회경제적 리스크 요건이 얽혀져 있어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농가의 밀집식 사육구조도 이번 AI 사태를 야기했다는 점은 피해 가기는 힘들다. 정부에서는 현대화시설 자금을 지원하는 등 친환경 축산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농가에서는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한 담보 여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원을 받더라도 각종 규제에 묶여 정부의 의도에 부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사육 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자금 지원 이외에도 그 외의 규제에 관한 정책 수정도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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