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산지유통인 고사 직전
배추 산지유통인 고사 직전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4.04.0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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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황 좋아 가격폭락 재고넘쳐 회복 기미 없어

봄배추 선제적 시장격리 시급

지난 3월 28일 서울 경기지역 산지유통인들의 모임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지역 정기총회가 서울 신천동의 한 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정기총회에 참석한 산지유통인들의 마음은 무거울데로 무거웠다. 계속되는 채소값 폭락으로 손해는 고사하고 유통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직면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유통인들 간의 이야기 속에는 한숨만이 섞여 나왔다.

“요즘 어떠세요?”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말해 뭐해”라는 한숨섞인 답변만 돌아왔다. 그나마 말문이 트인 유통인들의 입에선 험한 소리가 나오기 일쑤였다. “전 재산 날린 이들이 허다해. 1000~2000만원 손해? 그만하면 양반이지. 손해가 억대야 억대”  “(배추 유통하는 거) 이거 도박이나 마찬가지여. (가락시장에 오기까지) 작업비 운임비 주고 나면 손털고 나가는 겨. 근 몇 개월동안 우리가 서울시민 배추, 공짜로 나눠주는 거나 다름없지 뭐”
 
최근 가락시장 10kg 그물망 상품평균 배추가격은 2000원 후반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11~2013년 이맘때 8000~9000원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1/3수준이다. 가격이 가장 좋았던 2010년 3월말 1만5000원 선까지 치고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80%까지 떨어진 셈이다. 다른 채소류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양파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당 1889원에서 550원대로 폭락했고 마늘가격도 지난해 ㎏당 3800원에서 2700원대로 주저앉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인들의 볼멘소리는 푸념이 아닌 셈이다. 그나마 자금 여력이 되는 유통인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일선 농가와 계약을 체결해 가격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전라남도 지역 배추농가와 6만평의 계약을 체결해 계약금까지 지불했다고 밝힌 김성진 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 씨는 “나 같이 자금 여력이 되는 사람이야 계약금 다 지불하고 가격 반등만이라도 쳐다보고 있지 여력없는 이들은 진작에 나가떨어졌어. 나 같은 사람도 문제지. 앞으로 충남 예산에서 봄배추가 쏟아져 나올텐데 해남저장배추가 나오는 시기와 맞물려서 한쪽을 없애지 않고는 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거여”라며 우려했다.
 
강원도에서 유통업을 한다고 밝힌 한 산지유통인도 “지금 전국 저장창고에 배추가 꽉꽉 들어찼다”며 “하우스 배추도 끝났다(제값을 못받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대아청과의 저장배추 반출량 전수조사결과는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해 준다. 대아청과가 발표한 3월 24~29일 저장배추 반출량을 살펴보면 3월 31일 현재 재고량은 8665대(5t 트럭)로 일평균 최대 200대가 소비될 경우 4월말까지 약 3000대 이상 초과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올해 겨울배추 저장량은 약 13만톤으로 지난해 대비 30%증가한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정부는 3월 31일 가격이 불안정한 품목에 대한 수급 및 가격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배추 가격이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는 주지 못했다. 정부는 겨울배추에 대해 기존 수매비축 4000톤에 더해 민간 자율감축 1만5000톤과 정부 시장격리 3만톤을 병행 추진하고 있고 향후 가격 하락 시 봄배추에 대한 선제적 시장격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방침에 산지유통인들은 미덥잖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만기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장은 “이번 정부 발표는 기존에 나왔던 얘기와 별다를 것이 없다”며 “항상 반복되는 대책이 아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봄배추에 대한 시장격리를 한다면 지금도 늦은 감이 있지만 빠른 시일내에 추진해야 그나마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송재원 사무관은 “저장배추의 폐기는 비용대비 효과도 떨어질 것이고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향후 가격을 지켜보고 선제적 시장격리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급기획팀 백태근 팀장도 “정부가 예산이 제한돼 있다보니 대책을 세우는 데도 한계가 따른다”며 “시설 봄배추의 재배면적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향 후 가격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상황을 볼때 aT가 수매한 겨울배추 4000톤 방출은 4월말까지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푸드뱅크 같은 시설에 무상으로 배추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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