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 하락 농민․산지유통인 피해 ‘눈덩이’
채소값 하락 농민․산지유통인 피해 ‘눈덩이’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4.06.0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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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백 회장, 가격보장보험 등 소득보전 책 마련 시급

◈ 채소값 하락으로 산지유통인 피해 커
진도에서 만난 이 회장은 가락시장과 대전노은도매시장, 오정동도매시장에 공급될 양배추를 트럭에 싣는 등 수확작업에 한창이었다. 1톤 트럭에 실리는 양배추들은 결구가 좋아 상품성이 뛰어나 보였다. 지난겨울 파종해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은 겨울 양배추들은 서울 가락동과 대전 도매시장 등에 납품되기 위해 5톤과 1톤 트럭에 각각 실렸다.

“지난겨울 손해 본 것만 5억원 가까이 됩니다.” 전국을 다니며 유통업을 하고 있는 이 회장은 지난겨울 손해 본 금액만 5억원에 달한다. 그는 “올해도 시금치를 3만평 가까이 심었다가 팔지도 못하고 창고에 가득 저장돼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손해가 이만저만 나는 게 아닐 것 같다”며 푸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작업하고 있는 양배추도 작업은 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6월 말까지 진도에서 양배추 작업이 마무리되고 청송, 서산, 강원도 고랭지 순으로 계속 양배추가 나오는 데 이마저도 물량이 많아 가격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고 산지 상황을 전했다.
 
◈ 양배추 산지 포전거래 평당 4000원선
진도지역 농민들과 꾸준히 거래하고 있다는 이 회장은 올해 양배추 포전거래 금액을 평당 4000원으로 조정했다고 전했다. 당초 5000원이었으나 가격하락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 같이 조정했다. 그나마 지금은 평당 2000원에 내놔도 사 갈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산지유통인과 계약하지 못한 농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게 산지상황이다. 진도에서 우연히 만난 한 농민은 “현재 포전거래를 하지 못해 지금 로터리를 쳐야할 상황인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아 서울에 사는 가족들한테 그냥 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그래도 포전 거래한 농민들은 조금이나마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사실 산지에서 가격 하락에 따른 리스크는 우리 유통인들이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간에서 우리처럼 가격하락 시에 위험을 분산시켜 주는 상인들이 필요한데 현재 지난해 추석부터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유통인들이 점점 폐업해 사라지고 있어 심각하다”며 “제도적으로 농민이나 유통인 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가격보장보험 등 위험분산 대책 필요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폈으면 좋겠느냐라는 질문에 이 회장은 “가격 하락 시 폐업을 막아줄 수 있는 가격보장보험 같은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는 최대한 시장개입을 줄이고 영세한 농민이나 유통인을 보호해 줄 수 있도록 근본적인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 수급조절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했다.  “내가 만난 농식품부 공무원들 중 한 명은 농산물 폐기를 결정하고 시행한 후에 가격이 치솟으면 자신은 옷을 벗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가격 하락 시 정부가 공격적인 가격지지정책을 펴지 못하는 것은 이 말에 함축돼 있는 것 아니겠냐”며 정부의 수급조절 역할에 대해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정부가 시장개입을 하는 것보다 가격 보장보험 등을 신설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마련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배추 출하량 작년보다 8% 증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6월 엽근채소 관측에 따르면 6월 양배추 출하량은 지난해 6월과 비교해 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봄양배추 재배면적 증가가 원인으로 지역별로는 호남이 5%, 영남, 충청이 각각 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7월에도 국내산 양배추 출하량은 9%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작황별로는 봄과 준고랭지 양배추가 각각 10%, 7% 많을 전망이다. 다만 6월 상·중순 기상이 평년보다 고온 건조할 것으로 전망돼 기상여건에 따라 약간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며 다가오는 월드컵 특수로 인해 소비가 늘어나면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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