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 국내 외식업계 잠식 속도 빨라
중국산 김치 국내 외식업계 잠식 속도 빨라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4.07.31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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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김치 99%가 중국산, 가격경쟁력 최고 4배

■ 국내산 배추가격 김치 수입과는 ‘별개’
 
위와 같은 사례는 국내 소규모 외식업체와 식당, 심지어 대형 프렌차이즈 식당들까지 흔히 있는 일이다. 우리가 식당에 가면 국내산 김치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산 배추 가격이 곤두박질쳐도 중국산 수입김치는 이미 우리 외식업계를 장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산 배추가격이 내려도 국내산 김치가 일선 식당에 발을 들여놓기 힘들다는 것이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외국에서 들여온 김치는 10만3201톤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수입 물량인 10만6845톤과 비교하면 약 3000톤 가량 줄었지만 전체 수입물량에 비하면 크게 준 것도 아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외국산 김치는 매달 1만5000톤에서 2만톤 가량 꾸준히 국내에 반입되고 있다. 올 초 배추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국내산 배추 가격하락이 수입물량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내산 배추가격이 전년에 비해 크게 하락했던 올해 3월에는 외국산 배추김치 1만8970톤이 국내에 반입됐다. 이는 전달 수입량인 1만5404톤 보다 3000톤 늘어난 수치다.
 
이에 대해 농촌경제연구원 노호영 연구원은 “김치 수입은 2011년 한해 23만톤으로 가장 많은 수입량을 기록한 이래 지금까지 계속 그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산 배추 가격에 상관없이 한번 거래한 국내 요식업체나 일선 식당과의 거래처가 확보되면 고정적인 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김치 수입량의 99%는 중국산 김치”라며 “일단 가격경쟁력에서 국내산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에 한해 20만톤 가량의 수입김치의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국내산 김치 중국산보다 4배 비싸
 
국내 외식업체들이 중국산 김치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을 꼽고 있다. 최근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김치의 10kg당 수입 원가는 5400원 꼴. 국내 수입업자들은 여기에 2000~3000원의 마진을 붙여 7000~8000원에 일선 식당이나 외식업체들에 팔고 있다. 국내산 배추김치 10kg의 가격이 3만원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산 김치가 3~4배 가량 가격이 낮다.
 
중국산 김치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산 신선 배추가격이 하락해도 김치에 들어가는 고추가루, 마늘 등 각종 양념 채소류 값까지 동반 하락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외식업체 사장은 “중국산 김치를 선호하는 것은 김치를 만들 때 들어가는 노동력이 절감된다는 측면도 있고 배추가격이 떨어진다고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류 가격까지 같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일정하고 값이 싼 중국산 김치가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격 차이가 이렇게 심한 상황에서 국내산을 쓰라고 강요하는 것은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나도 어쩔 수 없이 수입산을 쓰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가다간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의 타이틀을 중국에 뺏기게 될 날도 멀지않은 것 같다”며 말끝을 흐렸다.
 
■ 국내산 중국산 김치 유통 관련법 상이
 
“관세를 올린다구요? 가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김치수입에 있어 관세를 높이는 얘기가 정부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정부의 답이다. 현재 김치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20%의 관세만 물면 자유롭게 국내에 반입할 수 있다. 물론 정부차원에서 김치 수입은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며 김치수입은 전부 민간 수입업자들 손만 거치고 있다. 배추재배 농가들 사이에서는 김치수입 관세율이 형편없이 낮다며 하소연 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전혀 검토사항이 아니라고 손사레를 쳤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관세를 높여 김치 수입을 조금이라도 덜하면 좋겠지만 한중 FTA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를 높이자는 얘기는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관세율을 높이는 방안은 한중 FTA 논의 때 하나의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는 있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은 열어뒀다.
 
오히려 그는 “국내산 김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국으로의 수출을 이야기할 시점”이라며 최근 한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주석이 ‘한국 김치를 좋아한다’라는 발언에 의미를 부여했다.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대중국 수출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내포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는 않아 보인다. 중국은 지난 2011년 ‘파오차이’ 위생기준(100g당 대장균 20마리 이하)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 국내산 김치가 중국에 전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했다. 이 때문에 대중국 김치 수출량은 2011년 61톤, 2012년 4톤, 2013년 0톤으로 줄었다.
 
반면 국내에 유통되는 국내산 김치에는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HACCP)의 인증을 받아야만 판매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중국산 수입김치에는 전혀 적용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추 생산 현장에서 만난 한국농업유통법인 관계자는 “국내산이든 수입산이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며 “왜 우리 김치에만 까다로운 잣대만 들이미는지 모르겠다. 수입김치에도 동일한 HACCP 인증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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