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프리즘]목적함수를 통해 바라본 유통주체 셈법
[유통프리즘]목적함수를 통해 바라본 유통주체 셈법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5.02.27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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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시장은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경우와 대형유통업체를 경유하는 경우 그리고 농협을 통하는 경우, 또 직거래와 온라인 거래 등 여러 경로가 얽히고 설켜있다. 이 중 우리나라 대표시장인 가락시장은 전체 농산물 유통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도매시장이 가지고 있는 시장가격의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지난 몇십년간 가락시장은 상장경매제도를 통해 가격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물었다. 쉽게 설명하면 교섭력이 약한 출하자들이 자유롭게 도매시장에 농산물을 출하하면서 시시각각 공시되는 경매가격을 통해 정보를 얻고 도매시장은 출하된 농산물을 받아야만 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출하자와 수요자들과의 자유로운 만남의 장을 구현한 것이다.

이는 자칫 수탈과 착취구조에 빠질 수 있는 생산자들에 대한 공정한 농산물 출하 시스템을 도매시장에 구축하면서 농민들을 보호했고 지극히 사적인 이익추구의 장으로 변할 수 있는 도매시장 시스템에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면서 농산물 거래 수수료로 이득을 챙기는 도매법인 또한 출하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끊임없는 요구에 직면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출하자들에 비해 도매시장의 법인들이 이른 바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며 일정부분 농산물의 가격협상에서 지위우위를 점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농산물 유통과정 속에서 각 이해주체들 간의 목적함수를 살펴보면 도매법인이 생산자의 이익에 더 편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 또한 이해할 수 있다.
 
가락시장의 농산물 유통경로는 산지출하자-산지수집상-도매법인(경매)-중도매인-소매처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도매법인들은 출하자들의 수탁 농산물을 가급적 많이 수집하고 경매 방식으로 가급적 높은 가격을 형성하면 수수료 수입 또한 증가하는 구조다. 즉 법인의 지극히 이기적인 경제행위는 높은 경매가격을 형성하도록 압박받으며 자연스레 출하자를 위한 시장행위가 불가피하게 됐다.
 
시장도매인의 경우도 거래 금액에 대한 수수료를 취하긴 하지만 경매가 끝나면 완전한 가격압박에서 벗어나는 도매법인과 달리 수집과 분산이 분리돼 있지 않아 소비지라는 변수 또한 고려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시장도매인이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경제행위의 가격함수는 출하자의 가격변수와 이와 충돌하는 소비지의 가격함수 모두를 포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정부는 지난해부터 가락시장에 경매제와 병행하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여전히 이해 당사자 협의회와 토론이 진행 중이다.
 
시장도매인제도는 중도매인에게 수집과 분산의 권한을 함께 부여하는 제도로 중도매인들은 시장도매인 도입을 찬성하고 있고 도매법인들은 반대하고 있다. 각 이해주체들은 거래제도 변화로 당장의 매출 변화가 예상되는 바 격렬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들의 의견합치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최근 이와 관련한 거래제도 토론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욱 유통정책관은 정부가 도매시장에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풀었다.
 
“출하자들이 어렵게 생산한 농산물을 좀 더 잘 팔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건전한 유통환경을 만들어 나가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도매시장은 공익적 목적이 수반돼야 한다. 역으로 생각해 볼 때 시장도매인 도입이 필요하다면 시장도매인제가 공적인 역할과 정산회사 이외의 투명한 가격형성 기능에 대한 고민, 그리고 출하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보완책 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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