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농가 9만호 시대 위기인가 기회인가
한우농가 9만호 시대 위기인가 기회인가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5.04.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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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 산지조직 전업·규모화 경향 뚜렷

지난 10년 간 전체 한우 농가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0만두까지 사육두수가 치솟은 2012년을 기점으로 숨가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축사육동향을 분석한 결과 2005년 한우 농가 수는 18만7622호에서 2009년 17만1049호로 감소하는 등 4년간 완만한 하향세를 보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4만 농가 이상이 한우 사육에서 손을 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큰 폭으로 하락한 소 값이 영향을 미쳤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열악해진 데다 역대 최대의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지난 몇 년간 한우업계는 전업농과 영세농 모두 채산성 악화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소 값 하락 여파는 20두 미만의 영세농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육 규모별 농가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20두 미만 규모의 농가 수는 2005년 17만호에 육박했지만 2010년 13만호로 감소하더니 201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만호가 줄어든 6만5185농가만이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50두의 규모를 가진 농가 수는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1년 2만4655호로 정점을 찍었고 올해까지 6180가구가 줄어든 1만8475농가가 살아남았다.

규모화 된 농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했다. 50~100두 규모의 농가들은 2013년까지 꾸준히 늘었고 최근 2년간 1000농가 가량 줄었다. 100두 이상 규모의 농가들도 2014년까지 5628가구까지 늘어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다 올해 1분기 250농가만이 폐업했다. 이처럼 한우의 산지조직은 점차 전업화되고 규모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 전남도지회장은 "전남지역의 경우 복합영농을 하는 농가들이 많았지만 채산성 악화로 도저히 한우를 기를 여력이되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규모화와 전문화된 농장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도 "소규모 번식을 하는 영세농들이 많이 줄고 전업농 규모의 농가들의 폐업은 극히 적어 점차 규모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된다"고 전했다.

■ 산업기반 악화 우려 기우…송아지 값 안정 유도 필요

영세농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진 데는 수익성 악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영세농의 경우 단기적 수익을 쫓는 데다 송아지를 생산하는 번식농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 값에 하락에 특히 취약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축산물 생산비조사를 살펴보면 한우번식우 마리당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기준으로 번식농가들은 마리당 146만원의 손해를 봤다.

이처럼 번식농의 경영난이 악화되자 한우 사육기반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번식농의 경영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송아지 생산 안정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고 이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번식기반이 붕괴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아직까지 가임암소가 110만두를 유지하고 있고 급격히 하락했던 한우 암소와 송아지 가격이 지난해부터 점차 회복단계에 접어들면서 암소도축률이 줄고 인공수정실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영세농 위주의 번식농가들이 계속 줄고 있긴 하지만 전업농들이 이를 흡수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보통 가임암소가 90만두 이하가 될 때 번식기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정책국장은 "소규모 농가가 줄어들면 번식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지만 현재 송아지 가격을 200만원대를 유지하도록 안정화시키면 번식농들의 경영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최근 소값 상승으로 송아지 입식을 늘리는 경우가 있는데 번식농가들은 소값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부·한우협, 영세농 보호책 마련 고심

이처럼 산지에서 한우사육농가의 규모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번 폐업한 농가가 다시 한우를 사육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높고 100두 이상의 대규모 농가들은 일관사육(번식과 비육을 동시에 하는 것) 중심으로 사육방식을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호경 전국한우협회 경남도지회장은 "10마리 키워서 돈을 버는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100마리를 키워야 똑같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이전까지 규모화된 농장들은 송아지를 구입해 비육시켰지만 이제는 송아지 생산과 비육을 동시에 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 전남도지회장도 "한우산업 흐름상 지금이 농장주 스스로 송아지를 개량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일관사육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적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국한우협회와 정부에서는 번식농가들의 수가 줄어드는 데 대한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협회는 정부에 송아지 생산 장려금 지급과 송아지 생산 안정제 개편을 촉구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조만간 이들 정책개편에 대한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지금까지 많은 한우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육성시키는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량 송아지 생산기지에 대한 지원을 농가나 영농법인까지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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