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 고랭지 배추·무 수급 비상
극심한 가뭄, 고랭지 배추·무 수급 비상
  • 강원=박현욱 기자
  • 승인 2015.06.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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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비 가중에 산지유통인 울상

“지금 강원도 일대가 밤낮으로 물 대기에 정신없어요. 그나마 자금 여력이 있는 산지유통인들이나 이렇게 하지 스프링클러 한 대에 10만원인데 영세 농민들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아예 경작을 포기하거나 모종을 키워놓고 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고랭지 채소의 주산지인 강원도가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낮 기온이 30℃가 오르내리는 때 이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6월 말까지 가뭄을 해소할 만한 비소식이 없자 고랭지 채소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서울·경기를 비롯한 강원도의 누적 강수량은 역대 세 번째로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6월 2일 기준 강원도 전 지역 누적 강수량은 160.5mm를 기록하면서 평년 강수량의 58%에 불과했다. 특히 영동지방의 경우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악의 가뭄이 예상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다음주(6월 8~13일)까지 전국의 강수 가능성이 적어 가뭄 해갈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남해안과 제주도를 제외한 그 밖의 지방은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이 지연되면서 장마가 평년보다 다소 늦게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강원도의 가뭄 해갈 가능성이 좀처럼 보이지 않자 배추재배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가고 있다. 높은 생산비 부담에 경영 손실을 우려해서다. 주변에 있는 저수지의 상황도 여의치 않아 상대적으로 지대가 높은 지역에서는 파종한 배추와 무를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강릉시 왕산면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김영기 농민(61)은 “인력을 고용하는 데도 1명당 10만원 이상이 들어가고 스프링클러 같은 자재비를 이용하는 데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며 “도저히 마진이 남을 것 같지 않아 올해 배추 농사는 여기서 접는 게 나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전했다.
 
전국 배추 생산량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산지유통인들의 고충도 깊어지고 있다. 산지유통인들은 대개 농민들과의 포전거래 후 고품질의 배추를 생산하기 위해 값비싼 비료를 주는 등 밭 관리 총력을 기울인다. 기상이변이나 작황이 좋지 못할 때 이들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포전관리를 통해 국내 배추 공급에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김상복 한국농업유통법인 대구경북 연합회장은 “강원도에서 6만평의 배추와 무를 관리하고 있는데 인력 3명을 고용해 밤낮으로 물을 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배추가격이 오르더라도 이번 가뭄으로 생산비가 2배 이상 올라 마진이 남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강영철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 이사도 “가뭄이 지속되면 채소값이 치솟을 텐데 2010년 배추파동 때처럼 언론에서 유통인들이 막대한 이익을 누린다고 호도할지 걱정”이라면서 “산지유통인들이 국내 배추수급의 큰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가뭄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관정개발과 저수지·배수지 준설 등 가뭄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는 고랭지채소재배 농가들에게 10억원의 예산을 긴급 투입, 농민들에게 농업용수 자금 50%를 보조지원 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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