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메이커 경쟁체제 도입되자… 해외로
농기계 메이커 경쟁체제 도입되자… 해외로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5.08.0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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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 침체 가속화·업체별 맞춤전략 필요
내구성 기반 일본 농기계 국내 시장 위협
 

■ 내구성 기반, 일본 농기계업체 약진

최근 일본계 농기계 업체인 얀마농기코리아는 대규모 신제품 시연회를 개최하고 최첨단 기술과 혁신디자인을 장착한 YT 시리즈 트랙터와 콤바인을 내놨다. 특히 수입 농기계업체에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서비스 질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카시와기 노부히코 얀마 대표이사가 직접 한국 농민들에게 최선의 서비스 제공에 힘쓰겠다고 밝히는 등 국내시장 점유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시연회에는 2000여명의 농민들이 몰려 일본 농기계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이처럼 일본 농기계 업체는 일본 제품은 내구성이 좋다는 농민들의 인식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 대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얀마농기코리아의 매출액은 2010년 413억원에서 2014년 2배를 뛰어넘는 828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8000만원에서 지난해는 52억원을 뛰어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일본계 농기계 업체인 구보다의 경우도 같은 기간 500억원의 매출 향상을 기록하면서 6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올린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계속되는 일본 아베정부의 환율방어에 따라 일본기업들이 가격에 대한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국내 농기계업체들은 일본 농기계 업체들과 비교해 국내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국내 사업환경 악화···국내 업체 고전 지속
 
국내 농기계 업체들의 상황은 얼마나 심각할까. 상황에 따라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지속적인 정부규제와 농기계 업계에 불리한 여러 정부정책이 맞물리면서 2000년대 초반 이후 저성장, 저수익 국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내 농기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대동공업의 경우 2010년 5000억원대의 매출규모를 자랑했지만 2014년에도 5000억원 대의 매출에 그치면서 국내 시장에서 외연을 확장하지 못했고 당기순이익도 4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LS엠트론, 동양물산기업, 국제종합기계 등의 업체들도 같은 기간, 많게는 300억원 가량의 매출만 늘었을 뿐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한 업체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높은 부품구매 비중과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국내 농기계 산업 특성상 대규모 매출규모 상승을 꾀하기 어렵고 고정비 절감에 의한 수익 개선폭도 제한적이어서 국내 농기계 업계는 만성적 저상장·저수익 구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정책 등 시장 외적요인도 이들 업체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1990년 농기계 반값 공급정책을 시행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농기계 가격 인상에 대한 강제력을 유지해 왔고 2010년까지 유지된 가격신고제를 통해 농기계 가격에 대한 통제 권한까지 행사했다.
 
2013년 불거진 농기계 가격담합 사건 이후 정부는 국내 업체들에 대한 감시체제를 항시 가동하고 있으며 융자지원과 보조금 등과 같은 업체와 농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자금지원도 2001년 이후 집행금액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또한 신규 구매보다는 중고거래와 농기계 임대사업과 같은 정책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농기계 업체 측면에서 볼 때 국내 사업 환경은 업계에 지극히 비우호적인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 내수시장 기반 악화 심화
 
국내 농업 기계화율과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봐도 국내시장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미 2000년 이후 트랙터가 주요 농기계 시장에서 공급대수의 60% 가까이 점유하고 있으며 벼농사에 사용되는 콤바인과 이앙기의 공급 물량은 줄고 있다. 또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들의 노후화에 따른 최소한의 교체 수요만 발생하고 있어 2001년을 정점으로 농기계 보유대수는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기종에 따른 농기계 보급률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3년부터 10년간의 트랙터 보급률은 단지 7% 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고 콤바인의 경우 보급률이 6.9%로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앙기의 경우 오히려 보급률이 5% 감소하는 등 국내 농기계 시장의 내수 기반은 갈수록 취약해 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농기계 시장의 취약한 수요기반은 업체 간 경쟁 또한 심화시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매출을 분석해 보면 대동, LS, 국제, 동양과 같은 국내 대표 농기계 기업들은 트랙터가 매출을 견인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 외연이 감소하고 있고 콤바인과 이앙기 시장은 오히려 줄고 있다.
 
대동과 국제종합기계의 경우 트랙터·콤바인·이앙기 등 3대 농기계 외에 경운기류 및 농기계 핵심푸붐인 엔진류 판매에 주력도가 높으며 동양과 LS의 경우 3대 농기계 완제품 판매에 사업 집중도가 높다. 또한 필더와 부품사업에도 일정부분 관여하면서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차별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품목별 기종별 업체별 경쟁강도는 향후 높아질 것으로 분석되며 일본계 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해외시장에 눈돌리는 농기계 업체들
 
국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유수의 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동공업의 경우 미얀마 중앙정부부처 합동부와 다년간 연 1억달러 규모의 농업 기계화 사업 계약을 체결했고, 아프리카 케냐 정부와 농기계 장기 공급 프로젝트 사업에 대해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LS엠트론도 올 하반기부터 유럽과 아프리카, 중남미, 중앙아시아 등으로 진출 지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S그룹의 구자열 회장은 지난해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유럽·중앙아시아 지역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각국 주요 인사들과 만나 사업 기회를 모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외의 업체들도 중국내 생산과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시장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글로벌 농기계 업계의 경쟁요소는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을 꼽을 수 있는데 국내 업체들의 경우 자체적인 브랜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보유 딜러망의 부족으로 OEM 공급비중이 높아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구성 보완을 위한 추가적인 원가 요소 투입이 필요한 부분도 보완해야할 부분이다.
 
이런 시점에서 국내 농기계 업체들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목표수요를 창출하고 브랜드 전략을 통한 이미지 쇄신, 시나리오별 해외 시장의 비교를 통한 업체별 기종별 전략설정이 침체되는 농기계 시장에서 살아남는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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