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미디움의 시대가 오고 있다.
돼지고기 미디움의 시대가 오고 있다.
  • 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5.09.0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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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육마케터 김태경의 ‘고기 이야기’

작년 초 돼지고기도 드라이에이징 할 수 있다는 이슈를 세상에 던졌다.

약간 미친놈처럼 생각하거나 “그게 되겠어” 하는 반응이었는데 놀랍게도 1년 만에 여기 저기 드라이에이징 돼지고기 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돼지고기는 안에서부터 썩어서 드라이에이징을 할 수 없다는 통념이 있었는데 그건 온도체 유통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훌륭한 도축 시설에 성능 좋은 지육 예냉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도축 후 지육 온도 상승으로 뒷다리가 뜨는(부패) 일이 없어져서 돼지고기도 건조숙성(드라이에이징)이 가능하게 되었다.

아마 돼지고기의 건조 숙성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갈구리촌충 등 충이 있어서였는데 이미 사육기술의 발전과 배합사료 중심의 사료 공급체계로 돼지고기의 충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자유롭게 돼지고기도 드라이에이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 유럽에서는 돼지고기를 미디움이나 미디움레어 스테이크로 먹고 있다.

유럽을 여행하는 페이스북 친구들이 신기한 듯 돼지고기 미디움 스테이크 사진들을 올리고 자기들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부드러운 맛에 반했다고 친해지고 있는 친구(동갑이고 어릴 때 자란 동네도 같고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음식에 대한 철학도 비슷해서 친해진)와 박찬일 세프의 로칸다 몽로에서 우리가 즐겨 먹는 돼지 안심 스테이크.

난 늘 소동파가 죽음과 바꿀 만한 맛이라고 복어를 먹었다면 난 돼지 안심 미디움 스테이크를 죽음과 바꿔도 먹겠다고 농담을 하면서 주문을 한다.

그리고 정말 부드럽게 맛있는 미디움으로 구운 돼지 안심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슬퍼진다. 돼지 한 마리의 균형 있는 소비를 위해 마케팅을 20년 해 왔는데 안심, 등심 등 “저지방 부위는 맛이 없어서 소비가 안된다”고 핑계만 만들었던 것 같다. 아마 박찬일 세프의 로칸다 몽로의 미디움으로 구운 안심 스테이크를 한번이라도 먹어 보면 왜? 일본이나 서양 사람들이 돼지 등심 안심을 고급 부위로 인정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맛있다. 중후한 단백질맛의 깊이가 다르다. 귀족적인 고기 맛이 난다.

숙성한 단백질 맛의 극치를 박찬일 세프의 로칸다 몽로의 미디움으로 구운 돼지 안심 스테이크에서 만날 수 있다. 성과 과감한 조리법의 선택이 새로운 맛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다.

이정도의 맛이라면 굳이 선전할 필요도 없다. 먹어 본 사람은 다들 다시 찾을 맛이다.

사실 서구에서는 돼지고기의 70%이상을 육가공품으로 만들어 먹기 때문에 우리 같은 고민을 안 한다. 한국은 유독 생고기에 대한 선호가 높고 지방 맛으로 고기를 먹는 문화가 근대이후 발전해 왔기 때문에 건강한 저지방 부위들의 인기가 없었다.

이제는 깊게 숙성된 단백질의 감칠맛의 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론 지방 맛도 제6의 맛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제5의 맛 감칠맛과 제 6의 지방 맛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가 하는 건 메리카노를 좋아하는가 설탕 둘, 프림 둘, 커피 둘의 다방 커피를 좋아하는 것과 같이 맛에 대한 각자의 기호의 선택일 뿐이다.

나와 다른 남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지고기를 미디움으로 구워 먹는다.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돼지고기를 미디움으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건 과학 기술의 발전 인류의 역사의 발전이라고 생각하자. 구가 둥글다는 이야기가 미친 소리였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 돼지고기를 미디움으로 먹을 수 있다. 지고기를 “미디움으로 먹자”라는 소리가 상식이 되는 시절을 꿈꾸어 본다. 지고기 드라이에이징을 하면 앞다리도 구이용이 되어 연간 7000억원 정도의 부가가치가 생길 수 있다. 돼지고기를 미디움으로 구워 먹어 안심, 등심을 구워 먹기 시작한다면 아마 50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소나 돼지나 다 복합 유기 생산체라 한 마리의 균형 있는 소비가 당면 과제인데 성과 미디움 조리법의 도움으로 그것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친 화두를 또 내가 먼저 세상에 던진다.

나의 소명이라고 믿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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