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한우등급제 이대로 충분한가?
특별기획- 한우등급제 이대로 충분한가?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5.10.05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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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변했다” 한우고기 ‘맛’→ ‘맛과 건강’

08년 광우병 사태 쇠고기 소비문화 변화 촉발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개편안으로 새로운 시장 열어야
선진국도 마블링 중심 등급 판정 제도 계속 존치

소의 도체등급판정 제도의 개선이 추진된다.

지난해부터 언론과 소비자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의 계속된 공세에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시민사회와 소비자 단체는 왜 지방이 많은 고기에 더 높은 등급을 부여하느냐는 질문을 축산업계에 계속 던져왔다.

문제는 이러한 질문에 당사자인 한우협회는 물론,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등급제도 시행기관인 축산물품질평가원 어디도 시원스럽게 답을 해주지 않았다는데 있다.

그러는 사이 이러한 질문의 강도는 점점 거세지고 축산업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까지 여기에 가세하면서 쇠고기를 못 먹을 음식으로 축산농가는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축산업자로 공격 받기에 이르렀다.
축산업계는 이러한 사람들을 일부 안티세력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고 적절하지 못한 대응은 축산 안티를 양산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야하는 축산업이 국민으로부터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 소 등급판정 제도 변천사
논란이 되고 있는 등급판정제도는 1993년 종축개량협회를 통해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이래 축협중앙회, 농협중앙회, 그리고 현재의 축산물품질평가원으로 수행기관이 변화하여 왔지만 시민사회와 소비자 단체가 문제시하는 근내 지방 중심의 쇠고기 등급판정 제도는 큰 틀에서 변화가 없었다.

초기 1, 2, 3, 등외로 구성됐던 등급은 상강도를 높이는 개량의 고도화와 사양기술의 발달로 1+등급이 1990년대 후반 신설되고 2000년 초 1++등급이 만들어지면서 고급육 열풍이 한우외식업계에 만들어 진다.

1등급 이상의 등급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한우 비육농가 모두는 1++ 등급 생산에 혈안이 됐고, 유전적으로 고급육생산이 힘든 소까지 과다하게 사료를 급여하면서 과도한 불가식 지방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다. 소 한 마리를 잡으면 20~30%는 못 먹는 기름덩어리였기 때문에 유통업계의 반발로 이어졌고 이를 보완하고자 육량등급을 강화하는 조치가 2000년대 후반 이뤄진다.

■ 쇠고기 도체등급제 어떻게 정착했나
마블링은 살코기 사이사이에 지방이 고루 분포돼 있는 것을 말한다. 이를 우리는 상강도 또는 마블링이라 부르는데 빨간 고기 위에 서리가 내린 것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쇠고기는 본래 닭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질긴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일소였던 한우는 지금과 같이 전문 비육우로 개량되기 이전에는 질김의 정도가 심해 한우를 오랫동안 소비해온 우리민족은 어쩔 수 없이 국이나 탕, 찜과 같은 용도로 쇠고기를 조리했고, 또 씹는 맛이라 하여 적당히 질긴 고기를 선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쇠고기를 국이나 탕, 찜 등의 요리로 주로 소비를 하다가 1990년대 들어 구이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쇠고기의 연도가 매우 중요하게 됐다. 상강도가 높은 고기는 구이로 조리되는 과정에서 연도가 상강도가 낮은 고기에 비해 좋고 풍미도 올라가기 때문에 1등급 이상 쇠고기의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등급제가 정착하던 시기 지역 축협을 중심으로 생겨난 한우브랜드 경영체들이 1등급 이상의 쇠고기를 고급육으로 정의하면서 소비자들도 1등급 이상 쇠고기가 더 좋은 고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등급제도 초기 1등급 이상의 쇠고기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 정부는 수소 거세장려금을 지급했고, 1등급 이상 쇠고기에 보조금을 주는 고급육장려금을 도입하는 등 당시 시장개방에 대응한 한우차별화 전략을 강도 높게 시행했다.

정부의 1등급 이상 한우 생산장려, 브랜드 경영체의 1등급 이상 쇠고기 마케팅전략에 구이문화의 정착은 1등급 이상의 쇠고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했고 등급 간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모든 한우농가가 고급육생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 한우 고급육의 마블링에 대한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제기 됐지만 정부와 한우업계는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안티축산 진영의 공격을 받게 됐다.

■ 맛 중심의 등급제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의 소도체등급판정제도는 미국과 일본의 등급제도를 참조해 만들어 졌는데, 이러한 연도와 풍미를 높여주는 근내 지방도 중심의 등급판정 기준은 우리나라만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해준다.

1993년 등급제도가 도입되고 2000년을 전후해 쇠고기 거래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지만 세월이 흘러 국민들이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소비에서 맛을 추구하는 식문화로 이제는 건강과 농업환경까지 고려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맛만 추구하고 있는 쇠고기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맛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기에 쇠고기 판매에는 문제가 없지만, 트렌드 변화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쇠고기 소비를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국 등의 백색육 캠페인은 이러한 거부감에서 출발했다고 봐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는 진영에서는 맛있는 쇠고기는 기름진 쇠고기로 규정하기 시작했고 체중감량에 불리한 식품, 과다한 동물성 지방 섭취는 각종 심혈관계 질환 발병율을 높인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쇠고기 등급제도를 하루빨리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 미온적 대처 안티세력 키워
이러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정부의 대응은 매우 더디었던 게 사실이다.

보통 주요 언론이 농정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비난을 해오면 해명자료를 내 놓거나 정말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면 개선책을 내 놓기 마련인데, 쇠고기 등급제와 관련된 이슈의 경우 언론의 보도가 수년째 지속되고 국정감사에서 까지 문제가 지적될 정도로 오래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이유인즉 시장개방으로 수입쇠고기와 경쟁하기에서는 월등한 차별적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1등급 이상 고급육 생산을 통해 맛의 차별화에 성공을 거두었던 우리 한우업계는 이러한 성공에 너무 취해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1등급 이상 쇠고기가 몸에 좋지 않다고 해도 맛에 있어서는 월등히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쇠고기가 시장개방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언론과 소비자단체들이 1등급 이상 쇠고기가 몸에 좋지 않다고 떠들어도 시장에서는 1등급 이상 쇠고기에 대한 수요가 전혀 흔들림이 없었던 것도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가능케 했다.

생산자들도 이 같은 기조를 갖고 있었고, 등급제 개편이나 소비자 교육보다는 한우의 지방이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많다는 연구를 실시해 공개하는 등 변화보다는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 등급제 개편 어떻게 이뤄질까
우리 쇠고기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던 사이 광우병 사태까지 겹쳐지면서 쇠고기 소비의 변화가 2008년 이후 일어나기 시작한다. 풀 사료를 주로 급여하고 방목을 통해 생산되는 호주산 쇠고기의 대 약진이 이러한 변화의 척도가 되고 있다.

호주산 쇠고기는 배합사료를 주로 급여하는 미국산 보다 맛이 없다는 이유로 선호되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건강한 쇠고기,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쇠고기라는 브랜드 전략이 2008년 이후 맞아 떨어지며 국내 수입쇠고기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게 됐고, 미국산 쇠고기 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맛보다는 건강을 쇠고기 소비에서 우선하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다.

우리 쇠고기는 미국산 쇠고기와 비슷한 사육프로그램으로 생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고급육생산을 위해 배합사료를 필요이상으로 많이 급여한다는 공격까지 받으면서 전반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등급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축산업계 내부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9월 25일 정부가 발표한 쇠고기 등급제 보완 계획은 바뀌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나온 발표다.

문제는 9월 25일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행 마블링 중심의 등급제도의 개편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보다 먼저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축산선진국들도 마블링 중심의 등급제 개편을 시도했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상위 등급인 ‘프라임’과 ‘초이스’ 등급의 상강도 기준을 하향 조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흥한 바 있지만, 상강도에 따른 기준은 버리지 못했다.

대신 시장에서 수요의 변화가 일어났다.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기름기가 많은 프라임 등급보다 바로 아랫단계인 초이스 등급 소비를 늘린 것이다. 수요의 변화에 따라 미국 축산업계는 전문비육우 대부분이 초이스 등급에 맞춰져 사양이 이뤄지고 있다.

상강도 중심의 등급제는 유지하되 이를 수직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쇠고기를 고르는 기준으로 활용되는 수평적 등급제가 된 것이다.

▲ 현재 1등급 이상 한우고기에 의문을 가진 소비자들은 비판을 하는 수준에서 더 나가 생협을 통해 2~3등급의 한우고기를 소비하기에 이르렀다. 사진은 생협 한살림 온라인 쇼핑몰 한우고기 상품 설명 자료 캡쳐.

■ 국내 등급제도 개편을 위한 노력
이러한 노력이 국내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2000년대 후반 이미 쇠고기를 하이마블과 저지방쇠고기로 각각 홍보해야한다는 주장을 지속해 왔다. 각 육류의 특성에 맞는 소비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반영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소비자들이 1등급 이상 쇠고기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설득력을 잃었고, 시장의 가격 신호에 따라 모든 생산자들이 고급육 생산에 맞게 가축을 사육하고 있다.

정부와 한우협회, 농협 등이 주저하고 있는 사이 한살림 등 소비자가 주축이 된 생활협동조합들은 쇠고기 등급제도의 문제를 오래전부터 지적하며, 등급을 표시하지 않고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사육기간을 단축하고 대두박과 옥수수가 주축이 된 배합사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볍짚 등이 주가 되는 TMR이나 TMF 사료를 사용해 주로 2~3등급 쇠고기를 농가와 계약을 맺고 공급받고 있다.

맛과 연도에서 1등급 쇠고기 보다 떨어질 수 있으나 숙성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정보제공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2~3등급 쇠고기를 장기 건조숙성을 통해 상품성을 개선시킨 쇠고기를 브랜드화 해 판매하는 식당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쇠고기 주류시장은 변화에 둔감했지만, 등급제도의 문제를 지적만 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유통업계와 소비자들이 주도적으로 현행 등급제도의 모순을 파고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 등급제도 개편 쇠고기 시장 빅뱅으로
등급제도 개편을 현재 우리 축산업계와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억지로 끌려 가는 모양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등을 돌린 소비자들을 다시 돌아서게 할 수 없다.

현행 쇠고기 등급제를 비판하는 단체와 사람들을 ‘일부 안티’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소비자 운동으로 인식하고, 더욱 능동적으로 대화하며 등급제 개편의 동력으로 삼아야만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만약 미국과 같이 상강도 기준을 하향 조정할 경우 당장 맛의 변화를 감지한 소비자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억지로 기준을 하향 시키는데서 그치지 말고 자조금 홍보예산 등을 동원해 국민의 건강을 위해 쇠고기의 지방성분을 어느 정도 줄여 생산하기로 했다고 홍보하는 것이다. 등급제도의 개편이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축산농민의 희생으로 바뀌면서 쇠고기 소비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행 등급제도는 유지하면서 1등급, 1+, 1++로 되어 있는 등급 표시를 1,2,3,4,5 등급으로 바꾸는 방식도 고려해볼만 하며, 숫자로 표시해 소비자들이 이 등급을 수직적 등급으로 오인하지 못하도록 고유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현행 등급제도와 명칭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쇠고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소비자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한우브랜드 경영체의 쇠고기 브랜딩 전략도 단순히 1등급 이상 쇠고기만 취급하는 전략을 탈피해 다양한 쇠고기를 취급함으로써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힘으로써 오해를 풀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쇠고기 등급제 개편 논의는 결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국내산 쇠고기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이들을 끌어안게 할 것이다.

여전히 불만을 가진 이들은 있겠지만 과거 보다 축산업계가 포용할 수 있는 폭은 넓어 질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수요의 변화에 따라 미국처럼 2등급(초이스) 쇠고기의 수요가 증가할 경우 농가들은 적은 생산비로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도 있으니,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과다한 생산비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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