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냉장삼겹살, 돈가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까?
수입 냉장삼겹살, 돈가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1.07.01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매시장 기능 정상화가 근본적 해결책

육가공업체 생돈 직거리 물량 증대

구제역 이후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6개월 넘게 높게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삼겹살에 대한 무관세 수입을 추진하는 등 돈가 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삼겹살 수요 급증에 대비 수입 냉장삼겹살을 시장에 방출하며 돈가의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한 활동에도 들어간 상황이다.
사육두수 증가와 소비감소가 중첩되며 가격하락에 고통 받고 있는 한우업계와 달리 1월부터 도축두수 감소로 돈육가격은 좀처럼 정상 수준을 기록하기 힘든 상황이다.
농식품부가 조사 발표하는 도축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1~5월까지 누적 도축숫자는 447만7000두로 전년 5월까지 누적 도축두수 대비 36%가 감소한 상황이다.
5% 이내의 물량 증감만으로도 가격이 급등하거나 폭락할 수 있는 것이 신선농축산물의 가격 변동 구조임을 감안할 때 36%의 물량 감소로 일어난 가격 상승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비춰진다.
36%의 물량이 감소됐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데 있다.
돼지는 연간 2.5회 출산을 한다. 2년에 5회 정도로 소가 1년에 1두를 출산하는 것을 감안할 때 사육두수가 줄긴 했지만 회복속도는 빠를 수 있다. 구제역 상황이 4월 종료가 됐고 구제역예방접종을 2월전에 모두 맞춰 2월 이후 대규모 살처분이 없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도축 실적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6월 중하순부터는 도축 두수가 늘어나며 어느 정도 가격 안정기로 접어들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우고기 비선호 부위가격을 삼겹살이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을 보면 실제 사육두수가 생각보다 회복이 더디었거나 아니면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 새로운 변수가 있다. 바로 양돈부분의 수직계열화와 직거래물량이 많다는데 있다.
2010년 10월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축산수직계열화의 평가와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돼지의 수직 계열화율은 20% 정도로 80%의 물량이 일반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계열화율을 감안할 때 직거래 물량은 20% 수준을 유지해야 하지만 여기에는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되는 일반 물량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음이 간과되어 있다.
과거 돼지고기는 농협계통의 공판장이나 민간도매시장에서 도축이 이뤄지고 이들 공판장과 도매시장에서 상장경매를 통해 가격이 책정됐다.
하지만 계열화사업이 활성화되고 여기에 2000년대 축산물브랜드사업이 시작되면서 이들 공판장과 도매시장의 역할이 점차 축소됐다.
계열화나 브랜드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농가들도 상당수가 생돈을 구매하는 육가공업체와 직거래를 하거나 물량이 부족한 수직계열화업체와의 거래로 빠져나가면서 공판장과 도매시장에 상장되는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대신 이용도축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물량이 적어지자 이들 도매 시장에서 원료육을 구매하는 중도매인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사육두수가 많을 때는 수요도 없는데 필요 이상으로 공판장에 돼지가 밀려들어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반대 상황이 도래했다. 수직계열화업체 등이 구제역에 따른 살처분 여파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자 도매시장 그리고 공판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돼지 숫자는 이미 줄어든 상황인지라 이들 육가공업체들의 강력한 매수는 돼지고기 가격을 필요 이상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2010년 9월 배추가격 폭등도 김치공장과 대형유통업체들이 포전거래(밭떼기)를 통해 확보한 물량이 태풍과 수해발생으로 수확량이 줄어들자 물량 확보가 시급했던 김치공장들이 도매시장에서 큰 손 역할을 하며 배추를 사들였기 때문에 발생했다.
양돈부분도 대형육가공업체, 수직계열화업체, 학교급식 납품업체들이 필요한 물량 확보를 위해 여러 채널을 통해 돼지 직거래에 나서며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돼지의 물량을 더욱 줄여 놓으며 돈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게 됐다.
돈가 안정을 위해서는 공판장과 도매시장 기능 정상화가 먼저 선결 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도매시장 기능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면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폭등하는 구조를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돈가 결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돈가 안정을 빌미로 무관세로 돈육을 수입하고 냉장삼겹살을 시장에 공급한다 해서 안정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이미 이력제와 원산지표시제, 자조금의 홍보활동을 통해 국내산과 수입산의 차별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국내산만을 소비했던 돈육소비층이 수입축산물로 갈아타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와 같이 원산지를 속이는 둔갑판매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방법으로 돈가 상승을 억제 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