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부담 해소방안 함께 마련해야
소비자 부담 해소방안 함께 마련해야
  • (주)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1.07.0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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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 현실화,가격 인상 이외엔 대안 없나
낙농 직접지불제도 도입으로 원유생산 국민부담으로 전환 필요


▲한국낙농육우협회는 2008년 6월 원유가 현실화를 위해 전국낙농인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협회 지도부가 삭발을 통해 원유가 현실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원유(原乳)가 현실화를 위해 낙농업계가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문득 여기서 원유가격이 더 올라가면 우유소매가격은 얼마나 인상이 될까 생각해 본다.
낙농가들의 희망대로 원유가 173원이 인상되면 1000ml 백색시유가격이 현재 2200원 정도 인 것을 감안할 때 유업체들은 2400~2500원까지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1000ml 백색시유는 1650원-1750-1850으로 순차적으로 인상됐다. 원유가격 인상이라는 눈에 띠는 인상요인도 있었지만 포장재, 인건비 등의 증가도 제품 가격 인상요인으로 작용했다.
2008년의 경우 1월 1850원으로 유업체들이 제품가를 인상했고 3월 감아팔기라 불리는 우유 끼워 팔기가 중단되면서 소비자들의 유제품 체감 물가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2008년 8월 원유가격이 120원 인상되면서 제품가격은 최고 2300원대로 올라서면서 소비자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일시적으로 우유 소비가 급감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유가 사치품이나 기호품이기 보다는 필수식품 성격이 강한 탓에 소비는 예년 수준을 금방 회복됐다.
이번 원유가 인상이 낙농가들의 요구대로 반영될지 절충안이 나올지 확실치 않치만 원유가격 인상으로 제품가격이 많이 오를 경우 우유구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지지는 않을지 우려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 원유가격 민간 조절의 역사

2004년 그리고 2008년 낙농가들은 원유가 현실화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 원유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2004년은 원유가격 정부고시제도가 폐지되고 민간 자율결정체제로 전환된 이후 처음 원유가격을 조정했던 해다.
과거 원유가격 인상은 축산물생산비 등에 근거해 낙농가들의 요청 그리고 수요자인 유업체와의 협의를 거쳐 정부가 원유가격을 고시했다.
2004년 원유가격 조정은 2003년 주요곡물 수출국의 기상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 중국 등 신흥공업국들의 경제성장으로 곡물 수요가 늘어나며 국제곡물가격이 폭등했다. 반면 낙농가들은 대규모 잉여원유 발생에 따른 구조조정, 쿼터제 도입에 따른 증산 불가로 수지 악화를 벗어날 규모화 등은 사실상 막혀 원유가격 인상은 불가피 했었다.
2004년 원유가격 인상을 위해 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이 단식투쟁에 들어가는 등 투쟁의 강도를 높였고, 잉여원유 수급조절을 위해 농가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동참했던 부분이 크게 참작되며 원유가격 인상에 성공할 수 있었다.
문제는 2008년이다. 사료가격이 또 다시 폭등하면서 농가들은 절박해 졌지만 이미 원유가격은 700원대, 1000ml 제품가격도 1800원대에 와 있었기 때문에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대규모 외화유출로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수입물가가 크게 올라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던 이명박 정부 하에서 원유가격 인상은 호응을 받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유업체들은 제품가격 2000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 내기 위해 원유가격 인상 협상에 비협조적으로 나왔고 사료가격 인상으로 손실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던 낙농가들의 반발도 점점 강해져 갔다. 또 다시 이승호 회장이 단식카드를 빼 들었지만 2003년과 달리 유업체들은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등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결국 이승호 회장이 20여일 만에 단식을 중단해야만 했다.
중재에 나선 정부가 ‘원유가격과 사료가격 연동제’ 도입, 원유위생수준 강화, 원유가격 산정체계 개선 등의 부대조건에 협조하는 것을 조건으로 유업체와 낙농가 양측의 양보를 이끌어 내 2008년 8월 원유가격 인상안이 극적 타결에 이른다.

▣ 소비자 부담 어쩔건가?

2000년대 들어 이뤄졌던 원유가격 인상은 모두 국제곡물 가격의 가파른 인상에 기인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지 않는 원유가격은 일시적으로 급증한 생산비를 보전해 줄 방법이 없었고 가격 인상을 통한 소득보전 밖에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료만 급여해 살을 찌워 출하하는 일반 육류생산과 달리 낙농은 착유라는 고강도의 노동이 수반되기 때문에 농장규모화에 한계가 있어 규모의 경제로 원유가격을 낮추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기에 원유 생산비 중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는 사료원료 대부분을 해외곡물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상황에서 전 지구적 인구증가와 인도·중국 등 신흥경제대국의 곡물수요 증가는 1990년대와 같이 곡물가격이 낮게 유지될 가능성마저 사라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을 자급하지 않는 이상 원유생산비는 물론 수입에 의존하는 밀, 콩 등과 연관된 식료품의 가격은 계속 높게 유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우유를 대신할 품목도 마땅치 않다.
우유가 기호품이 아닌 일부 계층에서는 필수 식량 역할을 하고 우유를 대신할 품목도 마땅치 않아 원유가격이 오른다면 영유아를 둔 소비자로부터 강한 반발을 살 것이 분명하다.
특히 영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을 양육하는 부모들은 모두 사회초년생들로 우유가격에 민감하다.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계층이고 이들이 둔 아이들에게 우유는 주식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높은 물가부담에 따른 출산율에도 영향을 주어 장기적으로 낙농산업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원유가격 현실화 소비자 부담서 국민 부담으로 전환

그렇다 해서 원유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했는데도 그 부담을 낙농가나 유업체에게만 지우는 것은 공정하지 못 한일이다.
대안은 정부가 일정 부분 원유가격 인상요인을 재정 지출을 통해 흡수하는 방법과 장기적으로 낙농사료의 자급율을 높이는 방향 밖에는 없다. 사료 자급은 중장기적 과제이기 때문에 눈앞에 다가온 원유가 현실화 요구를 잠재우기 어려운 만큼 정부 재정 지출이 소비자 부담을 해소하고 원유가 현실화를 이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행히 우리 낙농업은 자율생산이 아닌 불완전하지만 쿼터제가 도입되어 있어 보조금 수령을 위해 무분별하게 원유생산량을 늘릴 위험도 없다. 도덕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일 것이다. 단순히 낙농가를 돕거나 낙농가들의 소득보전 차원에서 추진한다면 농정당국이 난색을 표할 것이 분명하다. 낙농직불 도입을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고 주요 식량자원 생산에 따른 부담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부담하고 나누어진다는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농정당국과 정치권에서도 깊이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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