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축산물 활로, 유통혁신에 따른 소비진작에서 찾아야
국내 농축산물 활로, 유통혁신에 따른 소비진작에서 찾아야
  • 임경주
  • 승인 2016.04.01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축산물 수급불안정 및 가격 관리에 수입 확대 처방은 “이제 그만”

소비=생산, 단순한 행동 실천으로 위기 극복해야 하는 우리 농축산물

FTA에 따른 수입 농축산물, 국내시장 잠식 가속화

우리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제 소비가 미덕이 되는, 더 나아가 소비가 생산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지극히 단순한 행동실천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수입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이를 선호하는 계층이 늘어나고 우리 농산물을 대체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같은 환경에서 농산물의 생산보다도 소비가 적어진다면 현재와 같은 농업농촌의 경기침체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즉 우리국민이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지 않고 수입농산물을 선호하게 되면 농산물 생산위축현상을 초래한다. 생산위축은 또 공급부족현상을 불러와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농업인도 소비자도 손해다. <본지는 창간 27주년을 맞아 품목별 생산, 유통, 소비 특집을 연재한다.>

 

신세대 겨냥한 쌀 소비대책 나와야

쌀의 경우 지난해 우리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62.9kg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60kg 이하로 떨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획기적인 소비촉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가공용 수입쌀이 주정용으로 대거 공급되면서 술을 빚는데 우리 쌀이 들어설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그만큼 우리쌀의 소비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2015년 주정용 쌀 소비량은 15만5700여 톤을 넘어 선 것으로 조시됐다. 엄청난 물량이다. 최근 농식품부가 산지쌀값 안정을 위해 시장 분리한 17만 톤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쌀 소비촉진을 위해 2014년 ‘민관합동 쌀 소비촉진협의회’를 구성, 쌀 소비 홍보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효과는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쌀 소비 감소율 0(ZERO), 가공용 쌀 소비량 53만 톤을 정책목표로 잡았다. 또 2014년 40억 원이었던 쌀 소비활성화 예산도 2015년 60억 원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쌀 가공업체에 대한 안정적인 원료공급은 여전히 매끄럽지 못하고 판로확대도 더디다는 것이 가공업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 왔던 쌀 소비대책을 재점검해 실효성 높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농업인들의 입장이다. 인스턴트식품과 햄 등 축산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어린이들과 신세대의 입맛을 잡을 수 있는 대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계층의 쌀 소비량 감소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세척 조각과일 등 먹기 간편한 상품 개발 시급

과일시장도 먹구름이다. 수입과일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과일의 품목이 다양화되고 품질도 우리과일 못지않게 높아 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신세대의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이면에는 국산과일 소비감소라는 그늘이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협에 따르면 2013년 과일 수입량은 67만 톤에 달했다. 수입액도 9억 달러, 우리 돈 1조11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맛과 간편성을 중시하는 신세대들의 수입과일 선호현상이 빚어낸 결과다. 농경연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상과 30대 이하세대, 그리고 1인가구일수록 당도가 높고 먹기 편한 수입과일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현상은 국산과일 대체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국산 사과와 배, 감귤과 단감 등은 바나나와 수입포도, 오렌지, 체리 등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같은 영향으로 2012~2013년 서울 가락시장 국산과일 거래량은 이전 평균거래량 보다 5%이상 크게 줄어든 반면 수입과일은 같은 기간 1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국산과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당도별 선별작을 하고 있지만 이를 강화해 당도가 일정수준 이상인 과일만 따로 선별해 시장에 출하하는 고품질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생산과 출하 등 계획적인 유통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핵가족화의 급속한 진전에 맞춰 세척 조각과일 등 먹기 간편한 상품과 소포장 확대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이다.

유통전문가들은 계절별 수입과일과의 대체관계를 고려해 과일별로 생산과 출하시기를 조절하고 출하물량도 신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신선채소류, 다음 작기까지 가격안정 위한 정책적 묘안 아쉬워

신선채소류는 단경기철을 맞아 더욱 어두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단경기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반적으로 채소류 가격이 올라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배추, 무, 마늘, 양파 등 주요 채소류 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크게 상승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작게는 30%, 크게는 2배 오른 채소도 있다, 양파는 118.6%, 대파와 배추는 각각 83.3%, 65.5% 올랐다.

특히 이처럼 채소류 가격이 오르면 정부는 수입물량을 늘려 가격 인하를 유도, 수입 채소류 구매를 부추긴다. 배추의 경우 2~3개월이 지나면 새로운 작형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저렴한 대체식품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신선한 배추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수입이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이 능사가 아니라 신선채소류 가격이 오르더라도 다음 작기까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묘안이 아쉽다.

그러면서 지난해 대미 농축산물 수출액은 미국산 오렌지 수입액보다 적었다. 우리 농축산물은 1억5200만 달러를 수출로 벌어들인 반면 미국산 오렌지 수입액은 1억6300만 달러로 1100만 달러나 많다.

국내 채소류 가격안정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은 한 이같은 역조현상은 심화될 것이고 국내 채소농가는 더욱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농경연의 한 연구원은 이와 관련 “FTA에 따른 농업부문의 직접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존에 확립했던 국내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채소류 수급 안정과 가격 안정을 위해 국내 시장보호 대책을 수입으로 땜방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식품 소비로 이어지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A에 따른 수입축산물, 농가 두 번 울려

축산물 분야는 한미 FTA 발효 5년 차를 맞으면서 미국산 축산물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산 돼지고기는 2014년부터 냉동삼겹살 관세가 폐지되면서 평년 2억2500만 달러의 2배에 달하는 4억5500만 달러 규모가 수입됐다. 자연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농경연은 이로써 2015년 기준 미국산 돼지고기 가격이 16.5% 정도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돼지사육농가에게 반갑지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다행인 것은 한미FTA로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쇠고기는 별다른 변동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공세는 올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산 냉동돼지고기와 포도가 무관세로 수입되기 때문이다. 닭고기도 10%로 떨어지고 낙농품은 무관세 쿼터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특히 유제품은 FTA의 직격탄을 맞은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무관세 쿼터가 대폭 늘어난 때문이다. 재고물량과 소비 부진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낙농업계는 설상가상의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산 유제품은 23만8000톤이었다. 이 때문에 수입 유제품의 평균단가가 16.8%나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내 우유소비가 줄어들어 울상인 낙농업계를 두 번 울리는 격이다.

 

지역 농산물 통합 판매하는 유통전문조직 육성 필요

이처럼 쌀에서부터 과일류, 채소류, 축산물에 이르기까지 국산 농축산물이 수입 농축산물에 맥을 못 치는 것은 소비둔화와 유통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정부의 정책적 실기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산물 유통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는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고령화를 특징으로 하는 인구구조의 변화, 온라인 쇼핑몰의 무서운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정보통신의 발달, FTA체결 확산에 따른 농산물시장 개방확대, 국내 농산물의 만성적인 수급불안정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유통의 비효율성은 생산자, 산지단체, 도매조직, 소비자단체, 소비지단체, 소매점, 소비자를 잇는 복잡한 단계가 있기 때문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각 지역 농산물을 통합해 판매하는 유통 전문조직 육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 기회 있을 때마다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관련한 발언을 쏟아냈다.

서민 물가가 안정되려면 농축산물 가격이 안정돼야 하고 그러려면 불합리한 유통단계가 축소돼야 한다고 본다며 농축산물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의지를 표명했다.

또 직거래 등의 새로운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도매시장의 운영을 효율화해 유통경로 간의 건전한 경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는 유통구조 개선을 중점 추진해 소비자들이 가격 변동에도 믿고 농축산물을 애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농축산물 유통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은 다단계 유통구조와 높은 물류비라는 점에서 박대통령의 판단은 옳았다.

그러나 인위적이고 정책적인 유통혁신만을 강조한 점이 없지 않다.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른 유통환경의 새로운 변화를 간과한 것이다.

 

디지털 유통전쟁 시작...국내 유통의 25% 점유 전망

전문가들은 디지털 유통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차별화된 유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통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이 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접근성이 증가하면서 전자상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급기야 디지털 유통시장은 국내 유통산업의 25%를 차지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중국에서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성장 동력을 수출에서 소비로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인들은 오프라인 시장을 찾는 횟수를 줄이고 제품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으로 주문한다는 것이다.

전자상거래를 보다 효율성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농산물의 규격화, 표준화가 필수다. 물론 공산품처럼 획일적인 규격화와 표준화를 이룰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양파 등 생산자단체들은 규격화와 표준화를 이뤄 난국을 개척하고 있다.

영세한 우리나라 산지 유통조직은 대형화 기업화된 유통업체와의 거래에서 늘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지역농협과 품목농협이 이를 약간 커버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 단위의 한계 때문에 규모가 작고 품목도 다양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 등 농업법인체도 마찬가지다. 우리 농산물 브랜드는 수 천 개에 이르지만 파워브랜드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미미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산지유통조직을 대규모 유통조직으로 육성해 출하비용을 절감하고 브랜드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통해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기반구축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지에서는 특히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지부터 소비지 매장까지 유통단계를 계열화하면 유통비용이 크게 절감된다는 분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