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투영된 한국의 농업, 이렇게 볼 수 있다
헌법에 투영된 한국의 농업, 이렇게 볼 수 있다
  • 김영하
  • 승인 2016.04.2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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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유전은 ‘헌법상의 원칙’, ‘사회적 약속’
대한민국은 1948년에 제정한 제헌헌법에서부터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도록 하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방 후 정부는 농지개혁법을 통해 조선시대 양반 또는 일제하 일본 작위수여자들이 대부분 소유하고 있는 농지를 농민에게 유상분배했다.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 헌법이 개정됐지만 경자유전의 원칙은 훼손되지 않고 더욱 강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농지는 엄청난 비율로 부재지주나 대기업의 소유로 전락되어 있다. 본사는 이에 헌법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한국농업은 어떠해야 하는지 기획특집으로 게재한다.<편집자주>제121조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제헌헌법에서 현재 헌법까지 관통하는 ‘경자유전의 원칙’헌법 제121조 1항은 농지가 ‘경자유전의 원칙(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게 하는 것)’에 따라 소유하고 경작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농지는 경지유전이 아니라 부자들이 소유한 농지, 부재지주들이 소유한 농지, 즉 부자유전의 상태에 있다.‘경지유전의 원칙’의 유래는 제헌헌법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1948년 제정한 제헌헌법에는 제86조에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라고 규정해 ‘경자유전의 원칙’을 표명한 것이다.과거 조선시대 후반과 일제시대에는 인구의 4%에 불과한 양반계층과 친일지주들이 우리 농지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흙수저인 소작농은 65%나 차지하고 있어 생산량의 대부분을 소작료로 빼앗기는 구조 속에 농민들의 가난에 허덕이고 있었다는 것이 역사의 기록이다.그러나 해방 후 제헌의회가 제정한 제헌헌법에 ‘경자유전의 원칙’의 정신을 담은 것은 물론 1949년 6월 제정한 농지개혁법에 의해 소작지 전부와 3정보를 넘는 자작농 소유지를 정부가 강제로 매수해 소작농과 영세농에게 3정보 한도 내에서 정부가 유상분배 하는 정책이 추진된다. 과거 불공정했던 경제의 착취구조를 개선하려는 제헌의회의 경제정의가 발현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1950년 5월 농지개혁이 발표되는데 6․25전쟁의 발발로 중단되고, 61년의 ‘농지개혁사업정리요강’에 의해 재개돼 1964년에 마무리된다. 보통 농민인 소작농과 영세농에게도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갖게 된 것이다.이런 제헌헌법의 경자유전 정신은 1962년의 제5차 개정헌법에 더 강화돼 제113조에 “농지의 소작제도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금지된다”라고 규정, 농지의 소유와 생산이 분리되는 것을 막았다. 이런 헌법상의 경자유전 사상은 1987년 개정된 개정헌법 하에서 명문화돼 헌법 조문으로 현재까지 유지하게 된 것이다.제121조 ②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무너지고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헌법 제121조 2항은 농지의 합리적 이용 등 부득이한 사유가 아닌 한에서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법률을 통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담은 내용이다.그러나 그 원칙은 세월이 흐르면서 그 색깔을 달리하며 점차 왜곡되고 있다. 2003년 10월 ‘농림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된 것이다. 이법은 법률의 제목에서 보는 것과 같이 농어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법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 이 법의 강조점은 농어업인의 ‘삶의 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농어촌지역의 ‘개발 촉진’에 맞추어져 있다.이 법의 핵심은 전국을 주거지역, 공업지역, 그리고 농업지역으로 구분하고, 이 가운데 농업지역인 ‘농산어촌’에 해당하는 지역에 대한 개발을 농림부가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부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권한을 농림부에 주는 것이다. 농촌지역을 누가 ‘관리’할 것인가를 놓고 행정자치부와 농림부가 경쟁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농림부가 농촌지역의 개발부서로 변신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 법안이 2003년 10월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게 된다.이때부터 농림부는 ‘균형발전특별회계’를 사용해서 한국농촌공사를 활용해 농촌지역에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놓을 수 있는 새로운 개발부서로 화려하게 재출발을 하게 된다.이어서 농지를 맡기고 노후연금을 받는 경영이양직접지불제가 발표됐다. 이는 개발에 방점을 둔 한국농촌공사에 농지을 맡기고 농업을 포기시키는 정책이다. 농사짓는 사람을 은퇴시키고 농지를 개발에 활용하겠다는 것 아닌지 우려돼 ‘경자유전의 원칙’이 흔들리게 된다.설상가상으로 비농민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경자유전의 원칙’을 포기한 농지법이 개정돼 2005년 7월 1일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삶의질법’→경영이양직불→농촌․농민종합대책→농지법 개정 등으로 이어지는 당시 정부가 10개년 로드맵으로 채택하고 있는 ‘농촌·농민 종합대책(2004년 2월)’의 맥락 속에서는 실제로 경자유전의 원칙은 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그 후에도 농지법의 완화는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2008~2011년에는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하더라도 반드시 영농을 해야 하는 의무조항이 삭제되는 등 부재지주들의 농지소유가 보편화됐다. 2012년 이후에도 정부는 규제완화라는 명분으로 농지에 농공단지가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가 하면 산림까지 경사지 규제를 해제토록 유인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한 지역의 농지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국토법(국토의이용및활용에관한법률) 시행령을 반영한 도시계획조례의 개정을 반강제적으로 개정토록 공문을 시행한 바 있다.이는 바로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한 것임에도 아무도 관련 법규와 제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제123조 ①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하여 농·어촌종합개발과 그 지원등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무분별한 농지개발이 없는 농어민 생활환경개선사업제123조 1항은 농어민의 생활여건 개선과 복지 향상을 위해 주거환경 개선 차원의 개발을 허용한 조항이다.이를 수행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은 농어촌주거환경개선과 관련된 사업들이다. 농촌마을에 보건지소를 유지해 농어민의 보건을 챙기는 것은 물론 배수로, 도로 및 환경친화적인 개발과 환경개선 등의 사업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시기부터인가 정부는 농어민의 복지보다는 개발에 치우쳐 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농어촌의 부분별한 농지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다.제123조 ④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 유통 개혁과 시장환경개선사업으로 농어민 이익제고제123조 4항은 농산물 수급균형과 유통구조를 개선함으로써 도시민에게는 안전하고 안정된 농산물의 공급을 농민에게는 농산물 수취가를 높려 농가소득을 높여주자는 뜻이 담겨있다.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 농산물도매시장의 유통기능을 개혁하는 한편 시장 밖의 유통매장의 확대, 직거래와 전자상거래의 활성화 등 다양한 유통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이와 함께 선별과 포장사업 지원, 시장의 물류시스템 구축, 생산지에서의 농산물류 표준화사업 등 시장 유통기능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사업은 물론 협동조합을 활용한 유통기능의 강화, 산지조직화를 도와 유통의 주도권을 갖도록하는 각종 사업 등도 헌법을 이행하기 위한 정부의 사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의 농수산물 수급균형에 치우친 정책으로 농어민에게 오히려 소득을 낮추는 경우가 수십년간 지속돼 온 것은 지적해야 할 문제다. 산업체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의 유지를 위한 저농산물가격정책은 60년대부터 지금까지 그 정책의 기조가 변하지 않고 있다.특히 물가관리를 위해 추진하는 정책들은 농어민의 가슴에 멍을 들게 하는 경우도 많다. 풍년이어 농산물값이 폭락일 때는 방치하다가 수해 등 자연재해로 흉작이 됐을 경우에는 농산물값이 폭등한다는 이유로 외국농산물을 수입하는 등 적은 수확량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아픔까지 농민들은 겪어야 했다.더구나 물가지수에 농산물의 비중이 높아 공산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값을 못받는 농어민들의 유통구조만큼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민의 농산물 수취가를 낮추는 물가관리를 농식품부가 관련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 농민단체 관계자들의 진언이다.제123조 ⑤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자조금사업은 헌법이 지향하는 농업정책사업제123조 5항은 정부가 실천하고 있는 품목별 자조금사업이 대표적인 정책이다.한우자조금을 비롯, 양돈, 양계, 육계, 인삼, 버섯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농민들의 모금과 매칭편드에 의한 정부의 지원까지 합하여 기금을 만들고, 그 기금으로 해당분야 농민들의 활로를 찾는 자조금사업은 더욱 확대돼야 할 정책이라는 평가다.대부분의 품목조직에 의한 지조금사업으로 확대돼 소외받는 품목이 없도록 정책의 영역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유럽에서의 경험에서 보듯이 농업회의소 등의 조직화와 연계된 품목 자조조직의 결성은 향후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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