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김재민 부장
데스크칼럼-김재민 부장
  • (주)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1.07.15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십 수 년째 반복되는 똑 같은 요구
한우 농가가 중심이 된 축산농민 1만 여명이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도 서울로 상경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번 축산인 총 궐기 대회는 한우가격 하락, 한EU FTA발효, 구제역 발병, 축산업 구조조정을 담고 있는 정부의 축산선진화 방안 등 그간 일련의 사건과 정부의 대응 속에 곪을 대로 곪은 축산 농가들의 울분이 외부로 표출된 시간이었다.
이번 집회는 2010년대 들어 처음 개최된 축산농민들의 항의 집회로 전체 축산단체가 연대를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2008년 한미 FTA 타결 직후 가장 피해가 우려됐던 한우농가들의 과천정부청사 앞 집회, 한EU FTA 타결 직후인 2009년 양돈농가들의 집회, 2008년 원유가 현실화를 요구하는 낙농가들의 여의도 집회, 2008년 고병원성 AI 위험성을 과장했던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가금사육농가들의 집회 등 모두 각 산업이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개별 축종농가들이 힘을 모은 것들이었다.
최근의 상황이 개별 축종 중심으로 집회가 개최되긴 했지만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UR협상 등 개방에 반대하는 집회들은 전체 축종농가들이 연대를 했었고, 농축협 통합 등 협동조합 구조조정 시기에도 축산 농가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며 연대를 과시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축산농민지도자들은 개방에 따른 피해가 축산업에 집중되고 구심체였던 축협중앙회까지 구조조정 시키는 것을 축산말살정책이라며 강력히 반대했지만 결국 정부의 의지대로 모든 것이 현실화되고 말았다.
그리고 10년여의 시간이 훌쩍 지나 다시 전체 축산업계가 아스팔트로 쏟아져 나왔다.
축산농들은 FTA 반대와 축산농가의 생존대책을 수립하라며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FTA’와 ‘축산농가 생존대책 요구’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들이다.
농민단체들이 집회를 열 때마다 반복적으로 요구했던 것들이 이번 집회에서도 반복되고 있었다. UR협상이 한창이던 십 수 년 전에도 개방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렸었고 축산농가의 생존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었다.
축산 농가들의 반복된 요구에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축산농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그들의 고통을 보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농업부분은 농산물가격 안정, 물가 안정이라는 미명아래 가격이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비축 농축산물 방출하고 수입 확대를 통해 농가들의 소득 증가를 막아왔다.
더군다나 UR협상에서는 축산부분을 협상카드로 활용, 제조업에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축산분야를 전면 개방하면서 농가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이제 정부는 주요 축산물 수출국과의 FTA 협상을 통해 축산농가의 마지막 숨통마저 끊어 놓으려 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경제성장이라는 국가적 목적을 위해 축산농가들이 희생해 왔다면 선진국 문턱에 와있다는 현재 우리 정부가 농가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때도 되지 않았을까.
축산 농가들의 요구가 어떤 식으로 관철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의 요구가 십 수 년 전부터 반복되어진 똑 같은 이야기라고 귀를 닫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