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양돈·양계부분 주도권 빼앗길라
농협, 양돈·양계부분 주도권 빼앗길라
  • (주)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1.08.05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산부분 하림·이지바이오·사조그룹의 급부상
김재민 데스크 칼럼

양돈과 육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하림?이지바이오?사조 등 거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농협 축산부분은 좀처럼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축산농가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하림과 이지바이오는 배합사료공장과 양돈과 양계부분 관련 회사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는 사이 농협 축산경제부분은 경주사료공장 인수, 음성으로 도축장 이전 이외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2010년 육계부분 마지막 투자지역인 전남 지역에 이지바이오그룹, 사조그룹, 체리부로가 잇따라 대형도계장 건설 사업을 발표하면서 농협중앙회의 양계부분 투자는 사실상 물 건너가고 말았다.
농협중앙회는 2007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마니커의 인수를 추진하다 결렬 되자 돌연 마니커와 합작회사를 세워 쓰러져 가던 마니커를 회생시키더니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진 마니커의 매각설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 6월에 마니커를 이지바이오그룹이 인수하면서 남 좋은 일만 시켰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사조그룹이 축산부분을 신성장동력으로 설정하고 2015년까지 2조 매출을 올리겠다며 사료, 도축, 도계, 종돈, 양돈장, 육가공 등 관련 인프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축산기업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부분이 축산관련 인프라 투자나 기업 인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쏠린다.
협동조합 조직의 특성상 의사결정과정이 늦기 때문에 하림 등 일반기업처럼 사주나 최고 경영자가 추진하는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없는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농협의 축산경제부분은 그런 일반적인 협동조합의 특성 이외에 현재 농협 내에 축산부분의 위상이 걸림 돌로 작용한다.
2000년 농협중앙회와 축협중앙회의 통합 이후 잃어버린 10년대(lost decade)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축산부분의 투자는 농업경제나 신용부분 대비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나마 구 축협중앙회 시절 확보한 축산물 공판장과 배합사료공장 그리고 자회사인 목우촌이 없었다면 농협 내 축산조직은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2000년 이후 10여 년 동안 농협 내 축산부분은 투자를 통해 외연을 넓히기 보다는 단기적인 손익에 매달리며 청양유가공공장 매각, 부산?화성?청주?전주?서울 등의 육가공사업소를 폐쇄 및 매각 하는 등 보유하고 있었다면 사업 확장에 크게 기여 했을 주요 축산관련 인프라를 정리해 버렸다.
여기에 축산유통 등 축산물 판매와 연관 있는 자회사도 통폐합시키는 등 사실상 돈 안 되는 사업은 모두 폐쇄하며 다운사이징(downsizing)에 몰두했다.
이와 달리 2000년대 들어 일반 축산관련 기업들은 잇따른 합종연횡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신규투자를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서며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양계와, 양돈 계열화 사업과 양돈?양계배합사료, 동물약품 등의 분야에서 시장지배자 위치에 올라섰다.
육계부분의 경우 일반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가 전체 시장의 90%에 도달하면서 협동조합의 운신의 폭을 줄여 버렸고 개별농가들은 이들 기업의 하청농장으로 전락하며 축산농민으로서의 자존심마저 짓밟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협동조합이 산업을 주도하는 세력은 못 된다 하더라도 일반 사기업이 시장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지 못하도록 든든한 방패가 되어야 하는데 육계부분의 경우 견제 세력으로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한우부분은 정부의 축산물브랜드사업에 회원축협들이 적극 호응하면서 사기업의 진출을 사실상 막아 놓았고 낙농부분도 서울우유를 비롯한 가공조합이 선도 기업으로서 역할을 하는 가운데 집유부분도 낙농관련조합들이 7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농가보호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양돈과 양계부분은 지역 축협 수준의 사업으로는 전국 단위로 사업을 키워가고 있는 하림이나 이지바이오와 같은 기업들과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농협중앙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이들 기업들이 현재 축산관련 인프라의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에 농협 축산부분이 도축과 육가공 등 인프라 건설이나 인수에 공을 들이지 않을 경우 향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도축장구조조정 사업이 시작되면서 90여개가 성업 중인 도축장은 통폐합 과정을 거쳐 20여개의 거점 도축장만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러 도축장들이 경쟁하던 시절 양돈이나 한우농가 그리고 협동조합이 우위에 서서 거래할 수 있었지만 도축장 구조조정이 마무리 될 경우 향후 한우와 양돈도 닭계열화 사업과 같이 도축장을 보유한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쇠고기 브랜드가 도축장 브랜드인 것처럼 향후 국내 농장 중심의 생산자 브랜드가 도축장 중심의 유통브랜드에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해 농협 축산부분은 국내 도축장 구조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 경우 현재 축산부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사조를 비롯해 하림과 이지바이오 그리고 대기업 축산진출 규제 폐지로 힘을 얻게 된 CJ, 동원 등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끝낸 도축장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덴마크의 데니쉬크라운은 수백 개의 양돈협동조합을 하나로 합병해 생겨난 거대 조합이다.
데니쉬크라운의 힘은 협동조합의 통합에 있기 보다는 전국에 산재해 있던 도축장을 통폐합 한데 있다.
농협중앙회가 정치적 약세로 2001~2010년을 잃어버린 10년대라 부리며 허송세월했다면 새로운 10년대는 과거 축협중앙회와 같이 적극적인 투자로 산업을 선도해 나가야 점차 잃어 가는 축산부분의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우려스러운 것은 농협사업구조 개편과정이다.
대규모 자본금 조정과 계열사의 배분이 이뤄지는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농협구조개편 과정에서 축산부분이 홀대받는다면 사업구조 개편을 안한만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농협사료, 농협목우촌 계열사 이외에 전체 축산부분에서 최소한 견제세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신규사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알아서 이 부분을 해나갈 것이라는 낙관적인 자세가 아니라 농업과 축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구조 개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감시와 견제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민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