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협법 개정안 논쟁으로 사라진 농협경제연합회 논의
<사설> 농협법 개정안 논쟁으로 사라진 농협경제연합회 논의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6.10.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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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공약사항에서 가장 강조된 것이 경제지주의 연합회로의 개편이었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난 후 이동필 장관과의 담판(?)에서 밀린 후 김 회장은 농협법 개정안은 물론 농협 쟁점사항에 대해 말을 삼가며 일정 거리를 두는 행보를 계속해 오고 있으며, 임직원 교육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이 2012년 이후 사업구조 개편 후 4년간 흑자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공개한 2015년 농협경제사업 평가 보고서를 통해서 알려진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사업구조 개편과 맞물려 2020년 판매농협 구현을 목표로 사업자금 6조원이 들어가는 경제사업 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정부는 6조원 중 5조원(현물 1조원, 이자보존 4조원)을 투입했다.

농식품부에 의하면 농협은 경제사업에서 2011년 75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경제지주 개편 이후 2012년 342억원, 2013년 849억원, 2014년 763억원, 2015년 69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경제사업 총액도 2011년 17조1473억원에서 2015년 19조9086억원으로 16.1% 증가했다. 또한 농협은 농우바이오를 인수하고 공영 TV 홈쇼핑에 투자하는 등 신규투자도 진행해왔다.

이 결과 농협중앙회는 농협경제사업 재무구조의 개선으로 4년 연속 흑자가 실현되고, 자본금 확보 및 종합 발전계획, 경제지주 이관에 따라 기존의 ‘경제사업=적자사업’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완화되고 긍정적 인식이 제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농협중앙회는 사업구조 개편 이후 경제사업에서 신규투자와 규모화로 일정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회원농협의 입장에선 중앙회와 경쟁을 벌여야 되는 현실에서 달가운 이야기가 아니다. 농협경제지주가 수익 창출에만 몰두하게 되면 그만큼 회원농협의 시장은 빼앗기는 것이다. 중앙회의 거대한 자본 앞에 지역농협은 상생이 아니라 종속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조합원에 갈 것이라는 것이 회원조합 조합장들의 우려와 걱정이다.

게다가 농협은 경제사업 활성화 대책을 사업환경의 변화와 신규과제의 반영이라는 명목으로 2013년 7월, 2014년 9월, 2015년 11월 매해 수정하면서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졸속적인 대책이라는 질타를 받는다. 회원조합과의 공동사업에 대한 투자가 전무한데다 권역별 도매물류센터 건설 등 여러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불신하는 이유다.

이에 더해 몇몇 전문가들은 지난 5월 농식품부가 제기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경제지주 체제가 아닌 경제사업연합회 방식으로의 전환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협동조합으로서의 가치에 중점을 둔 경제사업 활성화가 필요함에도 지주체제 전환 이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익 극대화만을 위해 경영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만 짙어진다.

경제지주로의 완전한 업무이관이전 경제사업연합회로의 전환에 대한 재논의가 절실하다. 완전히 지주회사로 전환된 후 전환이 불가능해진다는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논의의 불을 다시 지폈으면 좋겠다. 농민단체와 농업연구단체들이 학계와 연대해 앞장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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